통화정책의 주체는 정부다. 금융기관 업무의 감독 주체도 정부다. 일정한 기간 금융 자산이나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자. 그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주택관련 대출을 많이 했다고 하자. 정부가 주택 가격 또는 자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가는 것을 막고 싶어 한다고 하자. 왜냐하면 생산성이 낮은 자산에 자금이 많이 몰리고, 여기서 시세 차익이 나서 부의 분배에 불균형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부의 불균형이 심해지면 사회 질서가 불안해진다. 하여튼 정부가 더 이상의 자산 가격 급등을 막고 싶어한다고 하자.
그러나 정부의 이런 의지 표명이나 약간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계속 자산 가격이 올라간다고 하자. 그래서 정부는 이제 정말 칼을 뽑아들었다. 강도 높은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이번에는 정말 자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돈을 빌려서 집을 샀는데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이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돈을 빌린 사람들이 빚을 갚지 못하게 된다. 쉽게 말하면 부도를 낸 것이다. 이런 현상을 영어로는 debt deflation(부채 디플레이션)이라고 말한다.
그 결과 개인이나 가계는 부도를 내지만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 기관도 적자를 내게 된다. 돈을 빌려주고 자산가격이 올라가는 시기에 유동성이 배수로 늘어나듯이 마찬가지로 돈을 갚거나 갚지 못하거나 자산 가격이 떨어질 때도 유동성이 배수로 줄어든다. 더 나아가면 금융시스템 전체에 문제가 생기고 당연히 실물 경제 성장율을 낮춘다.
이제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일부에서 자산 매입을 위한 대출 규제를 너무 심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의 규제를 조금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말 이래야 하는가? 만약 그들의 주장되로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가? 그래서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정부가 나서서 막아 주어야 하는가?
만약 막아 준다면, 그래서 막을 수만 있다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으므로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닐까? 이렇게 정부가 나서서 자산 가격이 심하게 떨어지는 것을 막아 준다는 것은 자산을 산 사람 처지에서 보면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내가 이기고 돈의 뒷면이 나오면 너가 지는 게임을 하는 꼴이다. 또는 자산 가격이 올라가면 내가 이익을 보고,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정부가 나서서 막아주므로 손해를 보지 않는다. 즉 정부가 보험회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예상하고 있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까? 아무도 자산 가격 하락의 위험을 걱정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투기의 열기는 더욱 높아진다. 정부가 나서서 거품을 만들어 내는 결과가 된다.
만약 실제로 사태가 이렇게 진행된다면 이것을 시장 중심 자본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시장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무엇을 하려고 하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돈을 벌려고 돈을 많이 빌린 사람들이 집값이 올라서 이익을 보았다. 이제 이것이 전체 사회에 문제를 만들어 낼 것으로 걱정이 되어 정부가 개입하여 집값이 올라가는 것을 잡았더니 집값이 내려가려고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집값이 내려가면 전체 경제에 문제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과거에 시장에 개입하지 말하고 말하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다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라고 요구한다.
과연 이들이 말하는 정부의 시장 개입은 어느 것은 해서는 안되는 것이고, 어느 것은 해야만 하는 것일까? 혹시나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나에게 이익이면 개입하지 말아야 하고, 개입하는 것이 나에게 이익이면 개입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시장중심 자본주의에서 가장 정부의 개입이 심한 곳이 바로 금융 분야다. 정부의 여러 경제 정책 중에서 금융정책이 가장 강력하게 시장에 영향을 준다. 기본적으로는 화폐 발행을 정부만이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러하다. 나의 말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 잘못이라거나 올바른 일이라는 말이 아니다.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개입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얼마나 잘 개입하느냐다.
정부의 기능 중의 하나로 분명히 보험의 기능이 있다. 그러나 그 보험이 사회 전체의 돈으로 또는 손실로 특정한 집단만을 보호해주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면 보험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판단을 잘못하거나 너무 욕심을 내면 때로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것도 경험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은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 없으며, 노력의 결과로 성공이 따르고 위험를 지는 대가로 이익을 본다는 기본 원리을 몸에 붙이고 살게 된다. 이렇게 되어야 사회가 건전하고 정상으로 굴러간다.
글쓴이 : 하상주 투자교실 대표 하상주 l http://www.hacla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