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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의 연예가 산책] '일벌레' 매니저와 PD의 죽음

이지원 |2003.05.15 13:49
조회 2,359 |추천 0

이준형의 연예가 산책] '일벌레' 매니저와 PD의 죽음

스포츠조선  2003-05-15 12:40


 지난 12일 매니저 한명이 세상을 떠났다. 전에 룰라, 최진영, 그룹 엑스라지의 일을 맡았던 이성복이란 친구다. 작년 가을, 간에 이상이 발견됐고, 두달전 수술을 했는데, 결국 나이 사십 한창 일할 나이에 생을 접었다.
 많이 만난 편은 아니지만, 성복이(기자와는 나이차로 형 아우 하기로 했다)는 기억에 새롭다. 재작년 가을, 짬을 내 여의도 88골프장에서 갓 시작한 골프연습을 하고 있는데, 성복이가 가르쳐주겠다며 그곳까지 찾아왔다. 앨범이 나와 신문 방송사 찾아다니랴 바쁠 터인데도 그는 앞에서 저고리 벗고 한시간 동안 스윙폼을 잡다가, 나중에 꾸깃꾸깃 '추석때라고' 구두표 한장을 꺼냈다. 한 때는 점심약속 때문에 여의도 KBS 별관뒤를 걷고 있는데, 근처 구둣방에서 슬리퍼를 끌고 50미터를 튀어나와 인사를 했다.
 발인 전날인 13일 서울아산병원 빈소를 찾았다. 엄마와 함께 아빠의 영정 옆에 선 어린 딸과 아들은 아빠가 세상에 없는 지도 모르고 빙긋 웃는다. 가족이 별로 없는 대신 빈소에는 그의 선후배 동료 매니저들로 꽉 찼다. 십년 넘는 대선배가 빈소 안내를 맡았고, 조문온 전 룰라의 고영욱과 신정환, 그리고 주영훈은 홀로 남은 성복이의 노모앞에서 무릎을 꿇고 위로했다. '아! 성복이가 인덕은 많았구나.' 빈소를 꽉 채운 매니저들은 술과 스트레스로 죽은 성복이가 남의 일이 아니었다. 몇몇 친한 선후배들은 막막한 성복이의 처자식을 위해 얼마쯤 돈을 모으자고도 했다. 이튿날 성복이의 영구차는 그의 터전이었던 여의도 방송 3사를 돌아 벽제화장터로 갔다.
 성복이에 앞서 작년 여름에는 MBC 심승근PD가 세상을 떠났다. 심근경색으로 회사근처에서 갑자기 사망했는데, 그것도 원인이 스트레스라고 했다. 심PD는 MBC 프로그램중 가장 힘들고 경쟁이 심한 '섹션TV 연예통신'을 연출했다. 재작년 겨울, 대명스키장에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데 심PD의 전화가 걸려왔다. 파경 이후 심은하가 이슈였을때 '심은하 전화번호를 좀 가르쳐달라"는 것이다. 극성인 방송국 카메라가 심은하를 들쑤실 터이고 미리 약속한 바도 있어 나는 전화번호를 댈 수가 없었다. 또 재작년 세밑 백지영의 센트럴시티 고별콘서트 때에는 비교적 매니저에게 접근이 가능했던 나에게 에스컬레이터까지 쫓아와 "뭐 들은거 없냐"고 묻기도 했다.
 어쨌든 성복이와 심PD는 일 너무 열심히 하다 세상을 떠났다. 작년 연예계비리 때문에 '매니저, PD'하면 그게 다인양 손가락질 하는 일도 생겼다. 작년 한해를 다 잡아먹은 이 일을 병중에 있던 성복이와 심PD는 당시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럴줄 알았더라면 기사 한번 더 써주고, 전화번호 가르쳐줄 걸 정말 잘못했다.
< 연예부장ㆍ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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