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더웠던 8월 한달을 애마를 타고 장거리만 지독하게 쏘다니다가 초가을 기운이 완연해 제법 조석으로 선선함을 느끼는 요즘 시간이 나면 어렵게 구한 이장님자전거를 타고 동네 고샅을 설렁설렁 돌아다니는데 그 무한한 자유로움이 여간 쏠쏠한 것이 아니다.
같이 라이딩을 하던 분들을 만나면 "거참..같이 업힐을 할렷더니..에잉.. 그거라도 끌고 갑시다" 라는 제의가 들어오기도 하지만 이장이 동네일을 봐야지 어딜 산에 쏘댕길 수 있겠는가 생각하며 일언지하에 거절하곤 한다. (지가 거절 안하면 그 쇳덩이를 끌고 따라가게?)
엠티비의 특성상 늘 저자세로 다녔는데 요 이장님 자전거가 엠티비에 비하여 우선 핸들바의 위치가 꽤 높기 때문에 마흔일곱의 나이엔 좀 시건방지게 보일 수도 있는 적당히 거만한(?) 자세로 허리를 죽 펴고 고개도 모처럼 뻣뻣하게 쳐들고 끄덕끄덕 페달링을 하자면 마주 오는 맞바람을 가슴 한 가득 온전히 받는 그 상쾌함이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와~ 이 자전거 70년대에 흔히 보던 그 자전거네요"하는 소리를 들으면 더욱 뿌듯해진다. 늦게 간다고 누가 뭐라길 하나. 언덕이 나오면 잔차에서 내려 설겅설겅 끌고 올라가면 되지 뭐. 그런데 행세(?)를 하기엔 좀 젊어보이는 외모 탓에 아무래도 내년 여름엔 베로 된 바지저고리 한 벌을 장만해설랑 밀짚모자 눌러쓰고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