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1년 넘게 사귀어온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지금은 대학교 2학년이고 서울 D모 대학에 재학중입니다.
어린 20살 동갑내기로 만나서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헤어졌다 만났다를 몇 번씩 반복한,
그런 별난 커플이죠.
처음엔 사소한 배려들, 자상함이 너무 좋았어요.
그렇게 잘 생긴 애가 나처럼 통통하고 덤벙대는 실수 투성이에
노는 거 술 먹는 거 너무 좋아하고 남자같애서
선배들이나 친구들이 '너는 연애 언제 할래'하고 맨날 놀리던 나같은 애한테
잘해주는 게 신기했고 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 여자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어요.
그렇게 5월에 처음 만나 한 달 동안은 참 이쁜 사랑을 했습니다.
태어나서 첫키스도 해봤구요.
그런데 제가 너무 많이 좋아했는게 문제일까요
어느 순간부터 남자친구가 제게 대하는 태도가 너무너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힘든일은 잘 얘기 안하는 스타일인데
제가 동아리에 간부를 맡고 있어서 그 때 이런저런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같이 밥을 먹다가 그 날은 제가 너무 속상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더니 대뜸 짜증을 내며 "그럼 그냥 때려치면 안돼니!" 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도 이왕 시작했는거 내 맘대로 힘들다고 때려치면 되나 ~그래도 끝까지 해야지! ㅎ"
하고 웃어 넘겼는데 사실 속으론 울컥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그냥 난 한 마디 따듯한 위로를 바란건데..
외로움을 많이 타는 친구였습니다.
친한 친구가 세 명? 정도 되는데 다들 군대에 가고 없으니
데이트할 때 자주 멍하게 앉아서 "걔들이 다 탈영해서 나한테 왔으면 좋겠어 너무 외롭다 "라는
말을 하곤 했는데 그게 너무 불안했습니다
내가 옆에 있는데 왜 외롭지 내가 이렇게 말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치는데..
그런 얘길 내 앞에서 하면 난 참 기운이 빠졌어요,
나중에는 나란 존재가 얘한테 대체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 화도 났구요.
항상 싸우면 내가 잘못했든 잘못하지 않았든 미안하단 말을 먼저 했고
혹시나 싸워서 연락이 안 되면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도 이틀을 넘기지 못한 채
제가 꼭 먼저 연락했습니다, 미칠 것 같았거든요 전 .. 속이 타고 ..
다른 여자아이들한테도 너무 자상하고 그 애 선배들이 그러더라구요.
임마 이거 뺀질해서 속 많이 썩이겠어, 하영(가명)이라고 있는데 난 걔랑 사귀는 줄 알았어 ..
그래서 전 불안했어요..
전 엠티를 가든 과행사를 가든 아무리 바빠도 몰래몰래 남자친구한테 문자 많이 하려고 했는데
남자친구는 기숙사 엠티를 가더니 거기서 이틀동안 뭐해? 하는 문자 하나 빼고 아무 연락이 없는거에요,
나중에 다녀와서 왜 연락을 안했냐고 그랬더니
게임하고 정신없이 술먹고 그러는데 연락할 시간이 어디있냐고 ..
자기가 대뜸 화를 내더군요. 전 너무 속상했어요.
문자 쓰는데 한 시간 두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닌데 ..
그 친구 레포트를 대신 써줄 때도 있었고
심지어는 제가 A+맞은 교양이 있는데
그 교양을 남자친구가 듣길래 중간고사 시험을 대신 쳐준 적도 있어요,
제가 빡빡하게 필기한 노트도 남자친구 다 줬구요
그래서 남자친구도 A+받고 ..
괜히 그랬나봐요.
그런 것들이 날 너무 쉬운 여자로 보이게 한 것 같아요.
짜증도 많이 내고 좀 예민한 성격이라 작은 걸로 저한테 화를 많이 내는 스타일이었거든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 때의 생각들이 떠올라 눈물이 나네요 ..
그 때는 괜찮아 괜찮아 웃으면서 넘겼던 일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상처가 돼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 화가 나고 서운하고 ..
그래서 제가 너무 힘들어서 처음에 헤어지자고 했거든요.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그 애가 다시 날 찾아왔어요,
정말 힘들다고 이제 자기가 정말 잘하겠다고 ..
이제 정말 나 사랑해주는 남자 만나야지 결심하고 있던 난데
그렇게 옛날의 그 착한 모습으로 돌아와있는 그 애 보면서 마음이 흔들렸어요,
그래서 결국 다시 사귀게 됐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친구의 단점들이 너무 많이 눈에 띄었어요.
친구나 잘 따르는 후배들도 몇 명 없는 것들이
너무 무능력해보이고 남자답지 못하고 어린애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예민한 편이라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잘 내고
시험기간에 스트레스로 잠도 잘 못 잤구요
도서관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성적은 3.5를 넘지 않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왜 저럴까 싶기도 했어요.
자랑은 아니지만 전 나름대로 1학년 때부터 착실하게 4.0을 꾸준히 넘어왔고
장학금도 꼬박꼬박 받았는데
그런게 자기한텐 나름대로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됐는지
항상 '우리 공대 공부는 너네 인문대하고는 달라'라며 자기 공부가 너무 빡시다는 말 많이 했거든요
그런게 처음엔 그래 그래 라고 받아줬지만 후에는 너무 짜증이 나더라구요.
누구나 자기 공부가 제일 어렵고 힘든거 아니겠어요.
그러다 후에 밥 먹다가 생긴 문제로 싸우게 됐고
군대 가기 전에 조용히 살고 싶다며 저한테 이별을 통보하더군요.
그리고 군대 가기 얼마전.
모두의 예상대로 그 애가 다시 사귀자고 했습니다.
모두가 말렸습니다
저도 다시 사귀면 제가 미친년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흔들리더군요 ..
결국 다시 사귀게 됐습니다.
다시 사귀는 순간에도 이게 과연 잘 한 선택인지 끊임없이 의문이 들었지만..
남자친구가 군대에 간지 100일이 지난 지금 ..
그 친구는 큰 아버지가 군대의 높은 곳에 있다던가 그래서
행정병으로 빠지게 되었고
군대에 가면 좀 더 어른스러워질 줄 알았던 저의 바람은 물거품이 돼었습니다.
손목에 금이 좀 가서 반깁스를 하고 있어 일을 못 하니까
요즘은 훈련을 안 받는데 고참들이 자기가 게으름 피운다고 평판이 안 좋다고 합니다,
남자들 군대가서 그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적응하며
답답하고 힘든 거 압니다
제가 경험해보지 않아서 얼마나 힘든지 직접적으로 알 순 없지만
저 역시 우리 오빠를 군대에 보내고
특전사라 한 달 만에 해골이 된 오빠를 보며 맘 아파한 적이 있고
친한 친구들을 군대에 보내면서 펑펑 울어도 봤습니다
친구 손에 난 생채기들을 보면서 또는 팔뚝에 담뱃불에 탄 흉터를 보면서
맘 아파한 적도 있고
또 이젠 이뻐했던 후배들을 군대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 많은 사람들로부터 군대 이야기도 많이 듣고 해서
군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은 파악하고 있는데,
제가 봐도 미움받는 오리 새끼겠구나 싶더라구요.
애살있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
요즘도 여전히 편지도 쓰고 전화도 잘 받고 살갑게 받지만
이상하게 시간이 흐를수록
옛날 남자친구가 저한테 줬던 상처들이 더 크게 생각나고
이미 오래전 일인데도
한 번씩 자기 전에 옛날 일을 떠올려보면
그 때 내가 혼자 울고 미친년이라고
내 뺨이 벌겋게 달아오르도록 때리면서 괴로워했던 일들이 생각나
눈물이 납니다..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 질 줄 알았는데 .. 안 그래요.
사람 마음의 상처가 쉽게 지워지진 않나봐요 .
지금은 학교 다니면서 학교 앞 북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요
같이 일하는 오빠가 02로 올해 좀 늦게 학교에 복학했습니다
오빠라 그런지 제가 애교를 떨면 절 귀여워해주고 예뻐해주고
또 일하다가 제가 실수하는 걸 너그럽게 봐주고 사장님 앞에서 다 카바도 쳐줍니다,
그렇게 저를 부드럽게 감싸주고
때로는 저의 투정도 잘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게,
정말 왜 나이 많은 사람 만나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고 ..
군대간 남자친구의 고민이라든지 힘든 것을 내가 항상 들어주고
내가 웃음을 주는 스타일이었다면
이번에도 제가 웃음을 주고 애교도 떨긴 하지만
오빠가 저의 고민과 힘든 것을 잘 들어주는 편이에요,
오빤 항상 제가 애교를 떨거나 장난치면 환하게 웃으면서 잘 받아줘요.
그런 면들이 너무 포근하고 따듯해서
지금까지 상처받고 남자에 대해 실망했던 것들이
오빠로 인해서 조금씩 치유되는 느낌이에요,
마감할 때 사장님 없이 둘이 있어도
같이 일한지 3 달이 지났는데
손도 한 번 안 잡았구요
절대 일정 이상 선을 넘지 않으며 조급해하지 않고
항상 차분하고 어떤 일을 할 때 신중히 생각하며
손님이 없을 때는 조용히 앉아서 책읽는 그런 모습들이 너무 좋아요..
차분하고 생각도 깊고 그렇지만 남자다운 면도 있고
남자 후배들한테도 인기가 많은 그 오빠가 점점 마음에 들어와요.
일 마치고 같이 심야영화도 보고
오빠가 차가 있어서 이리저리 많이 데리고 가주거든요, 일 없는 주말엔..
그래서 그런것들도 너무 좋구..
단 둘이 차 타고 새벽까지 있어도 얘기만 하지
절대로 제 몸을 탐한다든지
아는 오빠 동생 이상의 선을 넘지 않아요,
제가 남자친구 군대 보낼 때 내가 기다릴게 란 말 한 번도 안 했거든요.
다른 남자 생기면 갈 꺼라구.
그 때 남자친구도 그러라고 했구요. 아마 말로만 그랬을 법도 하지만 ..
점점 더 오빠가 마음에 들어오고 있어요..
이제 헤어지고 싶은데,
제가 나쁜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