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혼잣말 하는 버릇이 있다..
내가 의식도 못하는 사이에 뭐라고 혼자 중얼 중얼 거리는걸 보고 남편이 킥킥 웃으며 뭘 그렇게 혼자 중얼 거리냐며 묻곤 한다..
그런데 그 버릇이 언제 생긴거냐 하면 초이가 파리로 떠나고 나서 한달동안 생긴 버릇이다..
지금은 다 지난 일이고..그때 우리가 왜 그랬을까..서로 반성도 하지만 그때엔 서로에 대한 스트레쓰가 말도 못하게 컸었다..
그런데 그건 당연하다..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 한 부부들도 살다 보면 이런 저런 현실적인 문제에도 닿게 되고 또 자라온 과정이나 환경등에서 오는 차이,성격 차이등을 이해하지 못하고 싸우는데..
하물며 소 닭보듯..지내다가 어느 날 외로움에 함게 살게 된 22살의 어린 두소녀의 동거는 각자에게 자기 몫 만큼의 스트레쓰를 주었다..
게다가 우린 갈길도 달랐기 때문에 방학을 기점으로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하기도 해야했고 ..
그래서 일단 초이는 파리로 가서 여름 방학 특강 어학 수업을 받기로 하고 나는 앙제에 남아 다음 학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초이가 떠나고 나서 나는 서너평 남짓한 원룸에서 혼자 한달을 보내게 되었다...
앞에서도 밝혔다 시피..앙제라는 곳은 방학이 되니 완전히 텅 빈듯한 느낌이 들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바캉스를 위해 사는 사람들이다..
앙제 사람들은 바캉스를 떠나고..외국인들은 지 나라로 가거나 또 여행을 떠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곤 그저 여생을 쓸쓸히 보내는 노친네들이나 점빵 지키는 몇몇 가게 주인들 밖에 없는것 같았다
거리거리 마다 얼마나 사람이 없는지...
여름이라 방 창문을 열어 놓고 있었는데 하루종일 사람의 그림자라곤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지나가는 개미 새끼 발자국 소리가 들릴만큼 적막 강산이었다..
티비를 틀면 더럽게 재미없는 프로만 하루종일 방영하고 있었다...잘 알아 듣지도 못했기 때문에 완전히 소음 공해였다...
공부를 할려고 책상에 앉으면 머릿속에 하나도 들어 오질 않았다...
너무나 외로웠다..
정말 누구한테라도 말을 건네고 싶어 책을 들고 공원에 나가 봤다...
이럴 수가...
앙제에 인간이 그렇게도 없었단 말인가...
공원에도 아무도 없었다.......
책을 보다가 ....따사로운 햇살에 너무 졸려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역시 아무도 없고 ..몇시인지 알 수도 없이 훤하기만 했다...
프랑스엔 여름이 되면 백야 현상이 있는데다 써머 타임까지 실시하기 때문에 열시가 되어도 훤하다..
정말 사람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라는 동화책에 보면 일순간 시간이 멈추고 모든것이 진공상태라도 돌입한,,,
세상의 모든것이 일순간 멈춰 버린것 같은 그런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말을 나눌 사람이 없으니 입에서 곰팡이가 생기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햇볕은 빠작 빠작 길거리에 뽀사져 내리고...
인적 없는 거리에 개미 빵구 소리 하나 안 들리고...
아...................
사람이 너무 외로우면 미칠수도 있겠구나......
입에서 곰팡이 생길까봐 그래서 나는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라도 말을 안 하면 정말 곰팡이가 생길것 같았다...
"밥 먹을까?"
"아니야,아직 배가 안 고프니..조금 있다 먹지 뭐..."
"책을 읽어 볼까? 신문을 읽어 볼까?"
"신문은 너무 딱딱하니깐 책을 읽자.."
"아까 어디까지 읽었더라?"
"바~보..여기까지 읽었잖아"
"아~ 맞다.. 내 정신 좀 봐"
그렇게 한달을 근근히 보내고 미치기 직전에 파리로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어학은 파리에서 계속 할 수도 있고 넓은 세상에서 뭘해도 해야지 이렇게 시골에만 앉아 있어서 될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초이가 오기 며칠전 나는 파리로 떠나고 초이는 다시 방학 나머지 한달을 앙제에서 보낸 뒤 어학을 계속 하기 위해 돌아 왔다
파리로 가기 전 초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초이는 혼자 한달동안 앙제에서 공부하며 다음 학기를 기다린다고 했다..(유럽은 여름 방학이 징하게 길다)
그렇게 나는 파리로 왔다...
파리에 오니깐 정말 살것 같았다..
일단 밖엘 나가도 사람이 많고 갈데도 많았다....
파리는 살아 있는 도시,활력이 넘치는 도시 였다..나는 너무나 신이 나서 매일 나가 놀았다...
박물관,미술관,백화점..갈데가 얼마나 많은지....
결국 한달을 꽉채우고 나서 초이가 파리로 올라 왔다.
내가 지나가는 말로 은근 슬쩍 '초이야, 너도 파리로 오는게 어때?'
했더니 그 다음 날로 당장 짐 싸들고 나타났다...
그런데....
초이에게도 혼잣말 하는 버릇이 생겨 있었다.....
우리가 파리로 가고 난 이후에 우리는 더 이상 함께 살지 않았고 각자 다른 길을 갔기 때문에 각자의 생활에 바빴다.....면 거짓말이고 ..서로에게 동거 생활동안 남긴 앙금이 그다지 풀리지 않아 자주 보지는 못했다....
그 이후에 나는 순수 미술을 전공할려던 계획을 바꿔 단기 코스로 '디스플레이 '학교를 다니느라 2년을 더 파리에서 생활한 후 귀국하였고 초이 역시 '의상 디자이너'로서의 길을 가게 되었다.
그리하여 각자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여 우리는 다시 한 동네에 살게 되었는데 그때는 앙금 같은건 없었지만 정말로 각자의 생활에 바빠 자주 보지 못하게 되었다..
처음에 내가 이야기를 풀어 놓게 된 동기는 ..
어리고 철 모르던 시절..겪었던 외국 생활에 대한 추억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초이와의 우정이 주제가 된 듯하다..
초이와의 생활은 그 이후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결혼이란 제도의 딜레마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결국은 두 다른 사람이 만나 진정으로 사랑함에 이르는데는 껍데기 다 벗겨 놓고 실채가 다 드러나고 그 실채를 징글 징글 미워 하다가 그럼으로 이해하고 ..
수박 겉핱기식의 관계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사랑함에 이르른다는..
쉽게 말하자면..애들은 싸우면서 정든다는...뭐 그런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파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지만..유학 시절을 회상하다 보면 앙제에서의 어리석었던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가장 순수했던 순간들이었기 때문인것 같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훨씬 노련하고 능숙하게 생활을 잘 꾸려 나갈 수 있을것 같다..
생활적인 면에서도 물론이거니와 학습적인 면에서도 또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그러나 결국은 내가 지금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이러 이러 했을것이라는 가정 역시 그때의 미숙했던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기에..그 순간들이 몹시 소중하게 느껴진다..
20대에는 참 많은 경험을 하게 되는 시기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대학생활을 시작하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또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하고..참 한꺼번에 많은 것을 겪게 되는 시기이다..
나 역시 그러한 경험들과 함께 조금은 특별하다면 특별한 경험을 한가지 더 하여 삼십대에 이르렀다
내가 프랑스에서 3년 안 되는 시간을 보내고 온 것에 대해 간혹 '네가 부모 잘 만나서 거기 간 거 아니냐'는 시기 어린 소리를 듣기도 한다..
프랑스에서 있다 왔다고 잘난 척 한적 한 번도 없는데 사람에 따라 괜시리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는것 같다..
맞는 말이다...
거기서 커다란 학문적 성과를 얻은것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것도 아니고...
나라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유학을 다녀온 인재도 아니고..부모님이 대주는 돈으로 프랑스라는 먼 나라에서 몇년을 거주했고..
단지 추억의 한 자락으로 그때를 회상하며 사는 아주 평범한 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젊은 날..유럽 대륙중..그것도 프랑스라는 아름다운 나라를 밟아 보고 그곳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낀것은 나의 큰 행운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생활과...경험들은 나에게 조금은 더 넓은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해 준것도 사실이다..
그 조금은 넓은 시야가 내가 살아 가는 동안에 가시적으로 얼마나 큰 도움을 줄런지는 알수 없지만..
나의 그런 행운에 감사하며...지금 이순간에도 타국에서 외로움을 달래며 공부하고 있을..
또 생에 대한 착실한 플랜을 세워 놓고 치열하게 살아 가고 있을..
많은 사람들에게...
또 외국은 아니더라도 우리 나라에서 열심히 제 갈길을 걸어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
나의 추억담이 조금이라도 웃음을 주고 힘이 되었다면...
그냥 아줌마인 나도..다시금 초이와의 우정에 감사하고..그 경험들에 감사하고..또
추억들을 풀어 냄으로써 행복하였으므로..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노라고..말씀 드리며...
이제 추억담을 접을까 합니다...
그리고 추천해 주시고 격려 해 주신 분들..또 쪽지 보내 주신 분들 모두 고마워요~
한 일주일동안 인기 작가로서의 기분 맘껏 내며 살았네요..
여러분..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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