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을 위한 보복폭행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된 재벌총수 처벌의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여론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구속 여부 못지않게 향후 재판부의 선고에 국민의 눈이 쏠릴 전망이다. 김 회장은 재벌총수답게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을 대거 선임하며 초호화 수비진을 구축했다.
김앤장은 단순히 법조계의 1등을 벗어나 ‘제국’을 구축했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을 만큼 법조계에서 ‘막강 파워’를 자랑한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다. 고위 판 검사 출신 변호사와 고위 관료를 대거 영입해 정 관계나 법조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아서다. ‘김앤장’ 변호사들을 선임한 김 회장을 수사 중이던 한 경찰이 “우리는 ‘김앤장’과 싸우고 있다”고 토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법조계 ‘막강 파워’ 김앤장에 대해 현직변호사의 시각은 어떨까. 총 33명이 응답했다. 기간은 5월7일부터 11일까지.
'유전무죄 무전유죄' '전관예우' "공감한다"
‘김앤장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변호를 맡았다. 향후 재판부의 판결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나.’ 설문에 응한 현직변호사 33명 중 절반이 넘는 숫자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는 김앤장이 위기에 처한 김 회장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4명이 이랬다.
무죄는 힘드나 양형은 급전직하
한 변호사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이 검찰 및 법원 출신 인맥을 총 동원하여 수사기관 및 재판부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무죄가 될 가능성은 힘들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김앤장의 도움으로 일반적인 양형보다는 급전직할 개연성이 점쳐진다”고 내다봤다.
더 나아가 한 중견 변호사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하면서 “김앤장의 고문 등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관련기관 로비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김앤장의 사건해결 방식은 국민의 감시대상이다”라며 김앤장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리곤 “김앤장이 오늘날 대한민국 최대의 영향력 있는 변호사 집단으로 성장한 배경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김앤장의 현재형 위상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앤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유독 많았다. 한 변호사는 “김앤장은 법리를 통해 소송을 수행하기보다는 로비 등 소송 이외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여 자신들이 바라는 결과를 얻으려고 하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고 고개를 연신 가로저었다. 다른 변호사는 “전관내지 고위관료들의 영입과 그 영향력을 이용한 사무실 법률사무소 운영은 자칫 사법질서 전체를 교란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물론 김앤장의 영향력 전망을 점치면서도 “변호인의 선임으로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피고인에게 가장유리한 판결을 얻어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라는 주장도 있었다. 해당 변호사는 이렇게 부연설명했다. “변호인이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면 이를 적발, 처벌하는 것은 사정기관의 역할이다.”
반면 33명 중 9명은 ‘No’라고 답변했다. 한 변호사는 “실력있는 변호사가 성실하게 변론을 할 경우 당연히 사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으나, 특정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가 선임됐다는 이유만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증거나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측만으로 특정 법률사무소나 로펌의 활동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손사래쳤다.
다른 변호사는 김앤장의 부정적 시각에 대해 “대부분 공감하지 않는다. 극히 일부분에 대해서는 김앤장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으나, 이는 현행법상으로도 충분히 견제 가능하다고 본다”며 “변호과정에서 범법 사실이 증명된다면 엄중히 처벌받아야 하나 해외자본의 대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비판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 33명 중 24명 "김앤장 선택한 김승연 회장 웃을 수도…"
김앤장 최대 영향력 변호사 집단, 성장 배경 의구심
물론 영향이 없을 것 같다는 변호사들도 ‘막강 파워’ 김앤장의 영향력은 높이 평가했다. 한 변호사의 답변이다. “사회적으로 이미 큰 이슈가 된 사건이어서 재판부도 사회여론을 신경쓸 수밖에 없어 법조계 1등 김앤장이라 해도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 같다.”
부유하면 아무래도 방어권 행사 유리
사법불신을 초래하는 들쭉날쭉 양형의 배경이 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과 전관예우 관행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대해 상당수 변호사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부유하면 아무래도 법률서비스를 더 잘 받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해 방어권 행사에 있어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중심을 이뤘다.
하지만 전적으로 “맞다”보다는 “일부 맞다”는 이들이 더 많았다. 한 변호사는 “일부 맞다”면서 “돈이 있어 변호사를 선임하면 충분한 법률적 조언을 받을 수 있어 법률 비전문가인 본인 혼자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돈이 필요이상 많이 들어야 한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른 변호사는 “고위직 내지 국회의원, 대기업 총수 등은 실제 범행을 저지를 경우, 같은 정도의 범행을 저지른 일반인들보다 훨씬 관대한 처벌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돈이 많고 적음이 ‘죄’의 인정여부 자체와는 관계가 없다”면서도 “다만 구속, 실형 등의 처벌 정도와는 다소간의 연관성이 인정될 수도 있다”고 의견을 나타냈다. 그리곤 “전관예우가 아닌 실력으로 검증된 변호사를 선임한 피고인이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히려 당연한 행위다. 문제는 가난한 피고인에게도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을 해주도록 지원해주는 정책이 긴요할 뿐이다”라고 했다.
“재판이 돈에 따라 불공정하다기보다는, 변호사의 능력차이로 인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 개인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은 “일반적으로 소문난 유능한 변호사들의 수임료가 비싼 것을 감안하면 ‘유전무전 무전유죄’에 공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무장 역시 “소송에서 당사자가 보다 나은 법률서비스를 받는 데 돈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외부서 생각한 만큼 심각한 정도 아니다
세간에서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하는 전관예우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전관예우가 그다지 심하지 않다는 주장도 많이 나왔다. 일반인들이 바깥에서 보는 시각과 달리 법조계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의 체감온도는 다른 듯하다.
한 변호사는 “전관예우로 인해 사건의 결론이 뒤바뀌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곤 “사건의 내용이나 진행에 따라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데 이는 소위 전관이 선임된 사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어렵지 않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건임에도 이유없이 처리가 지연된다거나, 재기수사, 재심리 등을 통해 수사나 재판을 끄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중에는 소위 전관의 영향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심지어 “바깥에서 생각하는 만큼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렇게 응답한 변호사는 “민사는 큰 영향 없다”며 “다만 형사 건에는 아직도 그 영향력이 존재한다”고 답변했다. 다른 변호사는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절차 면에서는 어느 정도 배려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전관예우는 양면성이 있다”는 변호사는 “선임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기대심리도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하면서 “일각에선 가장 최근까지 법조(재직) 실무를 하여 능력이 탁월하다고 믿으나 이는 모두 입증된 것은 아니다”고 했다.
물론 전관예우의 잘못된 관행을 철저하게 지적하는 변호사들이 근소하게 더 많았다. 한 변호사는 “전관예우는 사건 관계인들의 믿음과 전관들의 인맥이 결합돼 있다”며 “특히 대립당사자가 없는 형사사건의 경우, 일정 정도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전관출신 변호사에게 사건수임이 일정기간 집중되는 것이 그 방증이다”라고 했다. 더 나아가 “전관 변호사 개업에 대한 공정성 차원의 대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막연한 사유로 가벼운 형량 문제
한편 사법부가 재벌관련 사건에서 경제발전에 공헌한 점을 감형 등의 사유로 제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한 변호사는 향후 김 회장의 선고판결은 세간의 이목이 쏠릴 것 같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전무죄, 전관예우, 김앤장의 막강 파워 등이 모두 집약돼 있어서다. 그는 잘못을 저지른 정치인에게도 가벼운 형량을 선고해 허탈감을 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사법부를 비판했다. 이때 울궈먹는 양형 사유는 이렇다. ‘오랜 세월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감형한다.’ 막연하기 그지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과거 회사 돈 26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두산그룹 총수일가에게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자 이용훈 대법원장이 나서 비판한 적이 있다. “1억원을 절도한 피고인은 실형을 선고하면서 수백억원을 횡령한 피고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느냐.” 이번엔 달라질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일요시사 성강현 기자ㅣ스포츠서울닷컴 제휴사]
김앤장 파워는 어디서 오나

'법조계의 삼성' 김앤장 실체
김앤장에는 정부 각 부처의 요직을 섭렵한 ‘실력파’들이 포진하고 있다. 때문에 로비력 또한 막강하다는 분석과 함께 한국 사회의 성역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김앤장 법률사무소 해부 토론회에서는 관직에 있던 이들이 김앤장에 몸을 담았다 다시 관직으로 되돌아가는 현상을 지적한 바 있다. “언제 상사로 올지 모르는데 공무원들이 김앤장 눈치를 안 볼 수 있겠는가”하는 것은 토론에 참여한 이들의 말이었다.
사실상 김앤장 규탄대회나 다름없던 이 토론회에서 투기자본감시센터 측은 “김앤장이 정부 고위직을 ‘고문’이라는 직책으로 두면서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부패의 커넥션을 이루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토론자들 역시 “김앤장이 쌍방 대리와 이중 사무소 개설 등의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은 “김앤장 출신들이 정부의 주요 위원회에 참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각종 법률 제·개정 과정에 참여하거나 자문을 통해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고위관료들이 김앤장을 거쳐 다시 공직으로 복귀하는 현실에서 일선 공무원들이 김앤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앤장은 자타공인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다. 1972년 김영무 변호사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대학 동기인 장수길 변호사와 함께 사무실을 개설한 게 그 시작이다. 현재 김앤장에는 3백50명에 이르는 국내 외 변호사를 비롯해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등 까다로운 선발과정을 거친 1천5백여명이 소속돼 있다. 때문에 업계에선 김앤장을 ‘법조계의 삼성’으로 부르기도 한다.
정부부처 고위직 재취업 '회전문 인사' 되풀이
"2등 없다" 국내외 법률 자문시장 독점하다시피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승소율 역시 타 로펌에 비해 월등히 높다. 지난 2002년부터 2006년 6월까지 5년 반 동안 김앤장이 수임한 3천1백40건의 소송사건을 중심으로 분석한 김앤장 측의 승률은 1심 민사합의부 사건 승리비율은 39%(1백19건 중 47건 승리), 형사사건의 경우 1심 형사사건 1백58건 가운데 집행유예가 71건(48%)으로, 대법원이 발표한 집행유예율 38%보다 높았다. 보석결정율 역시 20건 가운데 12건(60%)을 성공으로 이끌어 대법원 발표 결정율 51%보다 높아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파워를 보였다.
김앤장은 주로 컨설팅과 자문계약 등을 통해 큰 수익을 올리며 국내외 법률 자문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1등인 김앤장 다음의 2위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며 “1등과 2등 격차는 너무 커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김앤장이 고위 판 검사 출신 변호사와 전 현직 고위 관료들을 무차별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전관예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앤장에서 총 66명의 전직 공무원이 고문 및 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국세청 출신 공무원만 20명에 이른다.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 산업자원부, 노동부, 정보통신부 등 소위 ‘힘 있는’ 부처 출신 고위관료들도 김앤장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김앤장은 특히 법원과 검찰에서 명성을 떨친 ‘스타 변호사’영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김앤장에서 일하고 있는 판 검사 출신 변호사는 80여명. 최근 5년 간 다른 로펌의 두 배 수준인 32명의 판 검사 출신 변호사를 영입했다.
눈에 띄는 점은 김앤장에서 근무하던 이들이 또다시 정부부처 고위직에 재취업하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이헌재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다. 이들은 경제관료에서 김앤장 고문, 다시 경제부총리로 임명된 ‘회전문 인사’의 전형적인 케이스다.
이쯤 되자 김앤장에 전직 관료가 영입돼 ‘비공식 로비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견제할 만한 실질적 장치는 없다. 공직자윤리법상 고위공직자는 자본금 50억원 이상, 외형거래액 연간 1백50억 이상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으나 로펌은 자본금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법무법인은 취업제한 대상이 아니므로 퇴직관료가 로펌에 취업할 경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또 법무법인의 특성상 퇴직관료가 수행했던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취업이 허용되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와 관련, 지난해 재경부 국정감사에서 “공직자들이 퇴직 후 로펌에 가서 로비스트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김앤장 측도 “고위인사의 영입은 전문지식이 필요해서지 인맥을 동원하기 위한 차원은 아니다”며 “이들은 대부분 먼저 오고 싶다고 접촉해 온 경우”라고 설명했다.
김앤장을 막을 실질적 장치가 없는 현 상황에서 각계각층이 로비스트법 제정, 로펌에 공무원이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민간근무 휴직제도’개선, 변호사 수임료 공개 등의 대안을 내세우고 있지만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여전히 ‘한국 사회의 성역’으로 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