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정채봉님의 수필 한편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물방울 하나가 책 위로 "툭!" 하고 떨어지는게 아닌가
난 처음에는 몰랐다
그것이 눈물이라는 것을...
무심코 흘린 침이라고 하기엔 방울이 너무 가늘고
눈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굵은 물방울 하나가 책 위로 떨어진 것이다
내 자신 나도 모르게 눈물을 떨군 것을...
"저 아줌마가 저 나이에도 책을 읽고 감동을 받다니..."
마주 앉은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쳐다볼 것만 같아서 얼른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왜 엄마는 날 지금까지도 바보로 만들고 있는가 말이다
"밥 먹어라" "싫 어"
"제발 부탁이니 밥 좀 먹어라"
"돈 주면 먹어주지"
"공부 좀 해라" "싫 어"
매사에 이런 식입니다
아무리 청개구리가 말을 않 듣는 것에 대명사긴 하지만 이런 청개구리는 처음봅니다
청개구리 경진대회에 나가면 단연 톱 감이 바로 저 일 것입니다
"심부름 좀 하렴"
"아이~ 싫대두 엄마가 해"
"제발 울음 좀 그쳐라" 더 크게 울어버리는 나.
아무리 쉰둥이 딸이기로서니 이쯤 되면 화가 나지 않을 수는 도저히 없는 일.
동으로 가라면 남이나 북 정도는 가 줘야지 정반대인 서로만 가려고 하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확실한 청개구리과에 속함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난들 고분고분 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어쩌랴. 이미 청개구리의 피가 온 몸에서 흐르니...
순전히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게되고, 고분 고분하면 내가 손해를 보는 것 같으니
이쯤 되면 청개구리대회에 나가도 전혀 손색이 없음은 눈치를 채셨으리라 모두들...
"엄마~ 지금 배가 아프려고 해"
"무슨 배?" 딸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엄마 넌지시 물어오십니다
"사탕 배"
엄마 눈깔 사탕 하나 입에 넣어줄 때까지 배를 잡고 뒹굽니다
"엄마~ 사탕 사 줘 잉~"
정말 대책없는 딸래미입니다
엄마 슬그머니 방문을 열고 나갑니다
나는 어디를 가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엄마의 인내가 한계에 다달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순간 농 뒤로 숨습니다
나가신 엄마는 잠시후에 싸리울타리 가지 하나를 꺾어서 들어오십니다
"이리 나왓! 좀 맞아야지 도저히 않되겠어"
서슬이 퍼런 엄마와 , 조금전 청개구리가 금새 카멜레온처럼 변신한 기죽은 생쥐가 됩니다
"엄마~ 잘못했어 이제 말 잘 들을께"
이미 차는 지나갔고, 화살은 시위를 벗어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치사한 표정, 가련한 표정, 비굴한 표정으로 두 손모아 싹싹 빕니다
"다신 않 그럴께 앙~앙~"
이런 행사는 사흘이 멀다 하고 반복됩니다
울다가 울다가 잠이 듭니다 저녁도 먹지 않은채...
꿈속에서도 매 맞는 꿈을 꾸는지 눈에 눈물이 그렁 그렁 합니다
의식이 느껴집니다
엄마가 끌어 내려진 이불을 덮어주며 매 맞은 곳을 쓰다듬어주는 손길을 느낍니다
순간 엄마를 확 끌어안습니다
"엄마아~ 이제는 서러움에 겨운 눈물이 터져나오고 그날밤 엄마의 젖가슴에 파묻어
행복하고도 달콤한 잠에 빠져듭니다
"나중에 누가 널 데려갈런지 걱정이다 이런 천하의 고집쟁이를..."
"너는 왜 맨날 매를 버냐 않 맞아도 될 매를 말이야"
"정미는 아직도 엄마젖을 먹는데요~"
"뭐? 정말?"
난 솔직히 고백하건데 다른 아이들도 그런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어느날 친구들의 놀림을 받고서야 나만이 그런 사실을 확연히 알았고
할 수 없이 아쉽지만 엄마젖을 멀리해야 했습니다
내가 졸업장을 수여받은 것은 그러니까 열살 무렵이엇을 것입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도 엄마젖을 그리워했으니까요
언제부터 엄마젖이 나오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늘 버릇처럼 엄마젖을 빨았던 것같습니다
나이 쉰에 자식을 낳아 십년을 젖을 먹이신 엄마도 그 딸과 막상막하였겠지요
그간 엄마젖은 이미 마른지 오래였을테고, 수분없는 잎새처럼 시들어버렸겠지만
늘 내마음엔 넉넉한 수분으로 갈증을 채워주셨습니다
꿀보다 더 달콤한 엄마젖을 물고 있으면 온 세상이 다 내것이 되기에 충분했던 그 시절.
이 보다 더 안심되고 마음 놓이고 편안한 일이 어디에 있었으리요
엄마젖을 멀리하던 날부터 나에게는 "금단현상"이 찾아 들었습니다
"아~ 그 허전했던 심정이라니..."
갑자기 엄마에게 등을 떠밀린 아기처럼 안절 부절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엄마에게 매를 맞은 날은 여전히 엄마의 젖가슴을 찾았고 버릇처럼 빈 젖을 빨다가
잠들곤 했던것 같습니다
매 맞음과, 엄마 젖 찾기
그 금단현상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시집을 가서도 그 금단현상은 결코 가시지를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매를 맞아야만 마음이 편했고
엄마젖을 먹어야만 안심이 되었습니다
남편 앞에서, 아이앞에서 철없는 딸래미는 계속해서 엄마에게 매를 벌었고, 젖가슴을 찾았습니다
"엄마~ 할머니젖이 그렇게 맛있어?"
"할머니~ 엄마 때리지마~"
지금 돌아보면 엄마 젖보다 더 맛있었던 음식은 없었습니다
전 지금 젖힘으로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