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정말 힘들게 지나갑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친구 치킨집 아르바이트부터해서 마지막 주유소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나니 시계는 벌써 새벽 1시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힘을 내야 합니다. 일년전에 갑자기 아빠에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잠적해 버린 아빠와 그로 인해 고생한번 모르고 사신 엄마는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계시고 그나마 하나밖에 없는 동생은 가출한지 벌써 두달이 지나갑니다.
그렇다고 저까지 그렇게 모든걸 포기한채 손놓고 멍하니 지낼수만은 없잖아요...그래서 저는 힘내기로 했습니다.
아니..그럴수밖에 없는 현실이니까요 당장 힘내지 않으면 엄마 병원비며 그 큰 집에서 9평짜리 원룸으로 옮긴 그것도 월세를 감당할 길이 없으니까요...저에 이런 사정을 알고 그나마 선생님께서 보충수업이며 자율학습을 빼주셔서 그나마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답니다.
내 나이 이제 19인데....곧 수능이 다가올테고...하지만....그 어떤 선택도 이제는 내 몫이 아닌가 봅니다.
학교에선 수능 D-DAY 100를 기념하며 친구들끼리 서로 격력하며 또한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을 하지만 저는 오늘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엄마에 몇가지 물품을 챙기기 위해 어두운 골목을 지나고 있습니다.
희미한 가로등만이 겨우 좁은 길을 비추인 가난한 사람들의 안식처가 있는곳....이제는 눈물조차 피곤해서 나오지가 않습니다.
긴 하품을 하며 조금은 의슥한 골목 코너를 돌때쯤 전 하마터면 그 소리도 못내고 기절할뻔 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검은 물체가 제 입을 가로막고 저를 끌어당겨 벽쪽으로 밀착을 시켰습니다.
저는 큰 두눈만 꿈벅거리며 설마 오늘 내 인생에 마지막을 긋는건 아닌지 하며 제 작은 심장이 터질듯 곤두박질 치는걸 애써 진정시켜 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 조용히해...잠깐만! "
"......읍..."
" 소리내지마..."
난 그저 고개만 끄덕거리며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든 무사히 벗어나기만을 기도했습니다.
약간 중저음에 남자 목소리가 제 귓가를 두려움에 떨게 할때쯤 어디선가 요란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몇명에 남자 목소리가 들리고 꽤나 신경질적이고 화가 나있는듯한 대화가 오가더니 이내 사방으로 흩어져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내 입을 막고 있는 큰손을 전 아무런 저항없이 돌처럼 굳은채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분이 지나자 그제서야 숨을 쉬개 해준 남자에 손으로부터 자유로워 지자 저는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어둠에 가려 얼굴도 자세히 보이지 않는 남자는 저를 일으켜 세워 주웠습니다.
" 놀래서 해서 미안해! 이시간 여기 위험해...앞으론 조심해 "
난 아무런 대답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거릴뿐이었습니다.
남자는 다시 사방을 둘러보더니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자리를 떠났습니다. 난 그저 조심스럽게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나마 비추는 곳에서 그 남자를 몰래 봤습니다.
180은 넘는듯한 큰 키에 흐트러진 짧은 머리카락, 터벅터벅 큰 폭으로 걸어가는 긴 다리...문득 그 남자에 정체가 궁금해졌지만 저는 오늘 살았다는 이 큰 기쁨만으로도 무척이나 감사했습니다.
엄마에 물건을 몇개 챙겨서 다시 집을 나서려는데 어제와는 다른 공포가 날 엄습했습니다. 혹시 아까 그 남자들이 여기에 있지는 않을까...하지만 제가 병원에 가지 않으면 엄마 혼자서 걱정하며 날 기다리실텐데...아무래도 그 두려움보단 엄마 생각이 더 먼저였나봅니다.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아 나 살려라 하는 마음으로 뛰고 또 뛰었습니다. 새벽에 추운 한기가 느껴지지도 않을만큼 뛰다보니 몸에서 땀이날 지경이었어요.
집에서 병원까지는 한 30분 정도 되지만 저는 택시비가 아까워 택시도 탈수 없어 마냥 걷고 또 걸어야 했습니다.
아....정말 피곤하고 지치고 그냥 가끔은 도망치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닌게 솔직한 제 심정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도로를 자기 세상인냥 질주하는 젊은 청춘들이 속력을 내며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네요....전 아무 상관없지만...지친 몸을 이끌고 그렇게 걸어가고 있을때쯤...아 오늘은 정말 날이 아닌가 봅니다. 제가 전생에 무슨 잘못을 그렇게 많이 졌길래 정말 울고 싶어집니다.
20대 중반은 되보이는 동네 양아치같은 아저씨 둘이 담배를 피다 저를 보고는 히죽거리며 웃습니다.
저는 애써 무시하고 걸음에 속력을 실어 의식하지 않고 걸어가는데 제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제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리칩니다.
" 야!~ 너....지금이 몇신데 집에도 안들어가고 거리를 방황하고 계시나??? "
나는 못들은척 더 빨리 걸음을 재촉하며 이 자리를 피하려고 하다 그만 엄마 물건을 담은 가방을 뺏기고 말았습니다.
" 너 집나왔냐??? 얼굴도 반반한게...오빠가 좀 놀아줄까?? 오빠도 지금 한가한데..그치?"
서로 번갈아가며 키득거리며 웃으며 저를 어떻게 해볼까 하는 표정이 소름이 끼칠정도로 끔찍했습니다.
" 엄마 병원에 가봐야 해요...가방 주세요...시간 없어요...가방 주세요"
" 엄마 병원? 야...효녀였네...그럼 더 땡기는데...요즘 효녀 드물잖아...안그래? 그러지말고 오빠가 놀아줄께...우리들 나쁜 사람 아니야...왜그래...더 튕기면 재미없어...오빠들 화내면 무섭다.."
" 이리 주세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남자 손에서 가방을 뺏으려 하자 손을 높이 쳐들어 하마터면 앞으로 쏠려 넘어질뻔 했다. 그런 내 모습이 재밌는지 서로 가방을 돌려가며 어쩔줄 몰라하는 내 표정을 즐기고 있을때쯤 어디선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 야...이 양아치 놈들아...재밌냐? 남에 동생 데리고 지금 뭐하는 짓이야? 죽고 싶어서 환장들을 했구만 ....수현이 너 일루와..."
나는 나도 모르게 아직은 학생인것 같은 남자에 목소리에 이끌려 그 옆으로 재빠르게 옮겨갔습니다.
" 아쭈~~~ 이 어린것들이 간댕이가 배 밖으로 쳐 나왔어...그치??? 니 동생이냐?? 완전 콩가루 집안이구만....이게 어디서 까불고 지랄이야..."
양아치중 한명이 이 어린 남자에게 주먹을 날릴려고 하자 정말 눈이 의심할만큼 재빠르게 몸을 피하고는 한명은 다리로 돌려차고 또 한명은 주먹으로 등을 내리찍고 있었다.
" 나이값좀 하고 살아...양아치 자식들아..."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내 가방을 줍고는 먼지를 털고는 내 손목을 잡고 앞으로 가는 거였습니다.
정말 아무렇지 않게 너무나 자연스럽게....나는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이 상황에서 나를 구해준 이 남학생을 아무런 말없이 따라갔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손목을 잡힌채 따라갔을때쯤이었을까 그제서야 가방을 내 손에 쥐어주고는
" 음.....겁이 없는건지...개념이 없는건지...남자를 모르는건지....앞으로는 조심해..."
" 저기...고마워요..."
" 고마우면 배도 고픈데 밥이라도 사던가 "
정말 그러고 싶지만...지금 내 주머니엔 달랑 2천원이 전부다....아르바이트 돈을 타려면 일주일이나 남았는데...그렇다고 일주일 뒤에 사드린다고 할수도 없고....대답을 못하고 멈칫거리며 당황해하자 남자는 그런 모습에 조금 머쓱했나 봅니다.
" 농담이야...뭘 그렇게까지...어디까지 가는데?? "
" 병원이요...엄마가 입원해 있어서..."
" 이시간에?? "
" 아르바이트가 이제 끝나서...'
" 아르바이트?? 너 소녀 가장이야?? "
뭐....아니다고도 할 수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을 놓고 있는 이 남자 또 대답이 없자 조금 어색한 분위기에 조금 그런가 봅니다.
" 참....뻘쭘하네....배고픈데 라면이라도 먹자...내가 살께..."
" 컵라면은 살수 있어요...."
" ?? 그러시던가~ "
한참을 그렇게 또 말없이 걷다가 편의점이 보이자 우리는 그제서야 밝고 따뜻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전 그만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습니다.
밝은 곳에서 본 그애에 모습은 너무나 눈부실만큼 멋있었으니까요....
180은 족히 넘은 키에 대충 입은듯한 흰색 잠바에 리바이스 청바지 그리고 흐트러진 머리에 선명하게 자리잡은 눈썹과 크지도 작지도 않은 눈 그리고 너무나 오똑하게 자리잡은 코...무엇보다 날렵한 턱선은 제가 그동안 고등학교 3년동안 처음보는 얼굴이었습니다.
저도 아직은 꿈많고 설레임 많은 소녀이니까요....
" 뭐 먹을거야?? 난 신라면~~"
" 녜?? ...나...도 "
" 근데 너 몇살이야?? 뭐 대충 나이 비슷하거나 한두살 어리려나?? "
" 19...인데요? "
" 그래? 그럼 너도 말 놔~ "
" 그래도 되요?? "
" 응....난 18이야...."
" 아...녜...네??? "
" 18이라고....왜...반말하니까 기분 나뻐?? 한살 차이에 무슨....내가 키도 너보다 훨 큰데...안그래? "
내키는 163...18이란 말에 난 이 남자를 이 녀석으로 다시 바꿔야 겠습니다.
바로 내 앞에 있지만 정말 큰 키입니다....다리도 정말 길고....젓가락을 집는 저 손가락도 무지 길군요...하지만 무엇보다 이 녀석 코와 턱선은 말 예술입니다..
" 혹시...아까 그 골목....너 아냐? "
" 그럼....너??? "
" 응...좀 놀랬지?? "
" 많이..."
" 거기 진짜 위험해...그 옆에 창신고 있잖아...가끔 그쪽으로 패갈려서 싸움 많이 하거든..."
" 응...알아...넌 어디?"
" 나? 실은 전학온지 이틀밖에 안됐는데...수형고"
" 진짜?? 나도...수형곤데...."
" 그래?? 니가 내 선배가 되는거야?? 좀 웃긴다...
'
" 근데...너...반말 정말 잘한다....."
" 응....기분 나쁘면 말해...존대 해줄께...학교에서 보겠네..."
조금은 쑥스럽기도 합니다...이렇게 잘생긴 녀석이 우리 학교애였다니...오늘은 왠지 피곤함이 금새 사라집니다...이 기분이라면 집나간 동생도 아빠도 원망이 안드네요....나도 어쩔수 없는 사춘기 소녀인가 봅니다...
" 아...핸드폰 줘봐! "
" 나...핸드폰 없앴는데...우리 집 망했거든..."
" 어?? "
" 응...망해서 아빠 집나가고 동생 가출했어...엄마 쓰러지고 그래서 나 아르바이트만 두개 하고 있어...웃기지?/ "
" 참 심각한 이야긴데..."
" 뭐...어쩔수 없잖아..."
" 우리집은 안 망했거든 이 핸드폰 니가 써...."
" 너...나 오늘 처음 보는데...."
" 난....처음 아니야....그리고 이 핸드폰으로 연락해...앞으로 자주 볼꺼야...그리고 수한이 걱정은 하지 말고...알았지?"
" 응...응??? 수한이??? 어떻게 내 동생 이름을....너...누구야??? "
" 그건 나중에...잘 먹었다... 그리고 밥 잘 챙겨먹고 다녀...살이 많이 빠졌어~ 그럼 안녕"
도대체 뭐야...내 동생 이름을 제가 어떻게 아는거야???
오늘 하루는 정말 귀신에 홀린것같은 하루다....그리고 핸드폰....이거 새거다....
띵동...문자가 왔다....
( 한수현....누나! ~ 내 이름은 한지후...외워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