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각 자치단체가 해당 지역의 교통망 확충 등을 이유로 경전철(도시철도) 사업을 앞 다퉈 벌이고 있다. 현재 경기도 내에서 추진 중이거나 계획 중인 경전철 사업은 9개 자치단체 총 12개 노선에 이른다.
이 중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선인 부천 도시철도와 용인 경전철, 광명 경전철, 의정부 경전철 등 4개 노선은 기본계획을 확정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고, 나머지 11개 노선은 기본계획 수립 단계에 있다.
해당 자치단체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들 경전철 사업은 그러나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의 경전철 사업 추진에 시민들이 집단 반발해 사업이 전면 재검토되는가 하면, 경전철 사업비를 두고 이웃한 자치단체들끼리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도비 지원 여부를 두고 경기도와 대립 중인 곳도 있다. 이 자치단체는 도 차원의 지원 없이는 사업이 상당 기간 미뤄질 수밖에 없다며 도비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일산선은 전면 재검토
고양시는 지난해 말부터 추진 해온 경전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12일 밝혔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전철 사업 자체가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시는 지난해 말부터 대화지구~한류우드~백마역~풍동ㆍ식사지구를 잇는 총 연장 11.4km의 경전철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10년께 착공에 들어가 2012년 개통하고, 민자 60% 등 사업비 총 6000억원 가량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이 녹지 훼손 등을 이유로 경전철 사업을 강력히 반대해 왔다. 경전철을 반대하는 시민들로 이뤄진 고양경전철반대주민대책위원회는 “경전철이 호수공원과 마두공원을 관통, 녹지공간을 파괴하고 진동ㆍ소음 등 각종 환경 공해를 유발할 게 뻔하다”며 경전철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해 왔다.
이들은 특히 경전철 사업에 찬성하는 일부 주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한 데다 시민들이 찬ㆍ반으로 갈려 신경전을 벌이자 고양시는 서둘러 경전철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고양시는 노선 일부를 변경하거나 사업 연기, 전면 백지화 등 여러 가지 안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를 할 계획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가능하면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전했다.
이웃한 도시끼리 신경전
광명시가 추진 중인 경전철 광명선(관악~철산 10.4km)은 사업비 분담 문제로 광명시와 안양시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두 자치단체에 따르면 광명시는 올해 초부터 안양시에 광명선 경전철 사업비 중 일부를 부담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다. 광명선 경전철이 광명시 자체 사업이지만 노선 일부 구간은 안양시에 속한 만큼 사업비 분담을 요청한 것이다.
광명시 관계자는 “사실 경전철은 광명시 자체 사업인 만큼 안양시가 사업비를 분담해야 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약 1.8km 구간이 안양시 땅에 있고, 사업이 완료되면 안양시민들도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만큼 사업비 분담 요청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양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광명시의 속을 태우고 있다. 안양시 측은 “광명시의 요청을 검토 중”이라며 “아직 결정된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전했다.
광명시는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고려개발을 선정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광명선은 민간사업자금 68%가 투입돼 2009년 완공될 예정이다. 광명시는 그러나 안양시가 사업비 분담을 거절하면 시 제정 여건상 사업지연 등의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용인시 “지원 좀…”에 경기도 “…”
이미 사업이 상당부분 진행된 용인시의 경전철 사업은 경기도와의 사업비 분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용인시는 사업비 일부를 경기도가 맡아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기도는 법적인 근거 등을 내세워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용인시는 지난해 말부터 경기도에 시가 부담해야 할 사업비 3648억원(정상가 기준) 중 635억원을 지원해 줄 것을 수차례에 걸쳐 요청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사업비 지원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지하철이나 일반 철도는 재정 지원 기준이 법에 정해져 있는데 도시철도법에 근거한 경전철은 지원 기준이 없다”며 “용인시만 지원해 줄 경우 형평성 문제가 일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용인시의 생각은 다르다. 용인시는 “경상남도는 김해 경전철 사업비 중 무려 50%를 지원하고 있다. 또 용인 경전철은 도내 다른 철도와 연결돼 광역철도 기능까지 수행하게 될 만큼 경기도의 지원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착공해 현재 5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용인 경전철은 구갈1ㆍ2지구~동백지구~명지대~전대(에버랜드)를 잇는 총 연장 18.4km다. 민간사업자인 용인경전철(주)이 완공 후 30년 동안 운영할 계획이다.
용인시는 지방세 감소 요인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재원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용인시는 경기도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사업기간 지연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계속해서 도비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