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물 한살 처자입니다.
오늘따라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이런 얘기 친구들한테 털어놓기엔 제 자존심이 너무 쎄요.
제 주변엔 저만큼 어렵게 사는 애가 없거든요.
하소연 할곳이 없어 즐겨보던 톡에 이렇게 글도 남겨보네요.
저희집 넉넉치 못하게 살아갑니다.
저희 아버지는 택시일 하시다가 저 대학 들어가면서 한푼이라도 더 벌어오시겠다고
용달일 시작하셨구요, 그거 하시면서 몸이 많이 쇠하셨어요.
아빠 얘기 쓰자마자 눈물이 치솟네요..
팔 저리시다고 밤마다 끙끙대세요. 요즘들어 어찌나 마르셨는지...
제가 체구가 좀 작고 가벼워서 아빠가 몸 뻐근할때마다 밟아드리는데 부러져버릴것 같아요.
엄마는 공장에서 일하시는데, 제가 오늘 이렇게 감정이 북받쳐 오른 계기는
좀 아까 엄마가 회사 사표 내셨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예요.
엄마도 아빠처럼 주말도 없이 일해오셨어요. 명절때도 딱 하루만 쉬시고.....
젊을때부터 너무 고생하셔서 몸이 많이 안좋아지셨나봐요.
골반에 문제가 생겨서 휴가내시고 입원하셨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아프고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셔서 그만두셨대요..
엄마 들어오자마자 피자 먹고싶다고 사달라고 온갖 애교 부려가면서 졸랐는데..
그얘기 듣자마자 방에 들어와서는 눈물부터 났어요.
결국 엄마가 먹고 싶을때 먹으라면서 피자 사주셨는데 저 지금 마음이 너무 아파서 죽을것 같아요.
엄마 위경련까지 생겨서 못먹겠다고 방에 들어가시고..
동생이랑 저랑 먹는데 안넘어가더라구요...
저희 부모님 참 바른 분들이시고, 일터에서도 늘 성실하셔서 평판도 좋은 분들이세요.
친가 외가가 넉넉치 못해서 두분다 고졸이시고 일찍 사회생활 하시면서 만나서 연애 결혼 하셨어요.
정말 열심히 사신 분들이예요.
빈손으로 시작해서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20평도 안되는 집도 마련하셨고..
저 4년제 대학도 보내주셨어요.
저 지금 미대 다녀요..
초일류대학은 아니지만 이름 들으시는 분마다 공부 잘 했구나 하실정도는 되요.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돈 정말 많이 들어요
제 밑으로 고3짜리 동생이 하나 있는데 얘도 예능계열이라 집에서 돈 많이 나가고 있어요..
저희가 가고 싶은 길을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정말 부모님께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인데
제가 너무 못된건지 철이 없는건지 이렇게 속이 상하네요
왜 우리집은 부자가 아닌건지..
저요
어릴적부터 돈없다 소리를 너무 들어와서 저도 모르는새에 이게 많이 응어리가 졌었나봐요.
첫째이기도 하고, 부모님이 어릴때부터 일하러 나가셔서 혼자 커야했어요
전 크면서 점점 지지 않으려는 성격이 강해졌거든요
키도 많이 작고, 늘 돈도 없고, 게다가 사춘기때 전학와서 한동안 혼자였어요
많은 요소들이 지금의 저를 만든것 같아요.
저, 남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는걸 정말 싫어해서 늘 씩씩하고 당당하게 살아요.
학창시절에도 늘 반장같은거 했고 지금도 과대표 하고 있어요.
그래서 친구들한테 이런 모습 보이는게 너무 싫어요...
전 어릴적부터 그림그리는걸 정말 좋아했고 미술학원 한번 제대로 안다녔지만
그림엔 소질이 좀 있었거든요... 근데 중학생때 미대 꿈같은거 버렸었어요
가난하니까요
그렇게 전 대학같은거 안가려고 했었는데 그러다 고3때 뒤늦게 입시미술을 시작했어요.
집에서 학원비 40만원 대주시는게 어찌나 죄송했던지..
용돈은 교통비 정도만 받고 저녁은 맨날 굶었어요.
엄마아빠가 아셨다면 얼마나 속상하셨을까요..
친구들 밥사먹으러 나가서 맛있는밥 사먹고 과자나 햄버거 같은 간식 사들고 들어올때
전 학원에 남아서 정수기 물먹고 그랬었어요.
아르바이트도 방학때마다 많이 했고, 배우고 싶은건 독학으로 했어요.
지금 1학기 끝나고 방학했는데 (지금도 아르바이트 바로 시작해서 하고 있어요)
친구들이 뭐 배우러 다닌다, 뭐하러 다닌다, 친구끼리 해외여행간다
이런 얘기만 하면 괜히 신경이 예민해져요 바보같이..
자긴 아르바이트 할 생각 없다는 친구의 말에 울컥했었어요.
제가 왜그랬을까요.
걘 아르바이트 안해도 전혀 지장없고 괜찮으니까 그러는 걸텐데....
그렇게 울컥해놓고 그런 제 모습이 너무 못나보여 참을수가 없네요..
완전 자격지심 최고네요.....멍청하게
저도 배우고 싶은거 참 많고, 해보고 싶은거 참 많아요
대학생 되면 꼭 일렉 베이스 배우고 싶었었는데.....
나 혼자 공부해서 자격증 딴 일본어 유창하게 말하면서 일본여행도 다니고 싶었었는데.......
고3때는 다 가능할줄 알았어요.
근데 현실이 이렇네요..
전 당장 지금 방학동안 한 알바비 전부 모아서 2학기 해결해야만해요..
제가 하루도 안쉬고 아르바이트를 해도 등록금 반도 못모아요
방학때 전공관력 학원도 다니고 싶었고.... 영어학원도 다니고 싶었는데.........
친구들에 비하면 정말 가끔 제가 거지같아 보이기도 해요
중학생때 샀던 옷들도 아직도 입고, 옷을 새로 사도 궁상맞게 오래된 옷들 못버리고....
친구들은 천원 이천원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데 전 왜 이렇게 돈에 집착하고 있는지...
같이 자취하는 친구들이랑도 씀씀이 자체가 틀리다보니 혼자 속상한 날이 참 많았어요
애들은 밥해먹기 귀찮으면 나가서 사먹자고 그러는데
전 먹기 싫다고 그러고 방에 혼자서 처박혀있고....
길 가다가 애들이 택시타자! 하면 전 또 혼자 속으로 택시비 생각에 벌벌 떨고있어요
예전에는 있는 집 애들은 좋겠다 이 수준이었는데
이젠 있는 집 애들은 그렇지 뭐... 이런 수준이예요.
저 왜 이렇게 어둡죠?
남자친구조차도 아마 모를거예요..
남자친구, 물론 저희 부모님도 만났고 우리집이 넉넉하지 못하다는것 알지만
가난이 마음의 얼룩이 되어버린 이런 어두운 제 마음은 모를거예요..
전 언제나 밝고 유쾌하거든요
남자친구네 집은 넉넉히 잘 살아요.
부자 기준에서도 부자인진 모르겠지만...
저는 집 냉장고에 바나나 우유 몇개만 놓여있어도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남자친구 외아들이라 그런지 남자친구가 먹고 싶다고 하는거 다 사주시는 편이예요.
용돈도 남친이 필요 없다고 하는데도 계속 주시려구 하구요
(남자친구가 개념이 없거나 이기적이거나 그런건 아니고 그냥 집 분위기가 그래요)
저희 집은 그런거 없거든요
그래서 저랑 동생도 먹고 싶은거 참는건 당연하게 여기며 자랐구요
옷같은것도 동네 오빠 언니들한테 물려받으면서 컸어요
저나 동생이나 부끄럽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린맘에 서운했던건 있었죠..
애가 둘 있는 집보다는 당연히 애 하나 있는 집이 돈이 더 잘모이겠죠..
없는티 내는건 죽기보다 싫어서 제가 일주일을 굶게 되더라도 꼭 더치페이했어요
돈 없으면 아예 안만나든지 하면서..
저 남자친구랑 1년 조금 넘었고 서로 많이 아끼고 있어요
지금 군대 가있기땜에 제가 심적으로 기댈곳이 없어서 그런지 많이 불안정한 상태네요
참 잘 지내왔는데 지금 마음이 무너져내리고 있네요..
남친도 좋은 사람이고 남친네 집에서도 저 많이 예뻐해주세요
옷이나 악세사리 같은거.. 딸처럼 챙겨주시고.....
성년의 날에도 화장품셋트 선물해주셨는데 너무 이상한 기분이었어요
우리집은 성년의 날같은거 챙기지 못하거든요.... 아예 그런거 신경조차 쓸 환경이 아니예요
크리스마스나 생일이나 어릴적부터 저는 그런 날들이 너무 싫었어요
어린이날마다 마음 아파서 몰래 울었던 기억밖에 안나고..
남친네 부모님 모두 좋은 분들이시고...
우리집에선 느껴지지 않는 여유라는게 느껴져요
남친도 구김살 하나없이 나쁜거 하나 모르고 얼마나 여리고 착한지 몰라요..
오랜만에 남친집 놀러갔는데 벽걸이티비랑 에어컨 새로 장만하셨더라구요
무슨 영화보는 장치도 생겼구요
버는 만큼 쓰는게 당연한 사회인데, 전 자꾸 집 생각만 났어요
고물 선풍기 탈탈 돌아가는 우리 집 생각만 났어요
그집 식구들이랑 비싼 외식 먹으면서... 이런거 꿈도 못꾸는 우리집 생각이 났어요
옛날엔 이런 생각 전혀 안했는데
저 요즘 그냥 빨리 시집가버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들어요
시집가서 늘 관심받고 이쁨받으면서 살고 싶고
우리 부모님도 부담 줄어드셔서 동생한테 더 잘해주실수 있을거고..
물론 현실은 또 다를거라는거 잘 아는데
전 지금 도망치고 싶은가봐요
정말 저는 축복받은 인생인데, 저에 비하면 더 힘든 사람도 많을텐데
이렇게 혼자서 고개 숙이고 살아가고 있어요..
밝은척 하면서 쎈척 하면서
혼자 있을땐 이렇게 눈물이 나요
우리 가족 전부다 너무 사랑하는데
우리 아빠, 엄마, 동생... 하나라도 없으면 저 못살것 같은데..
네 가족이 어렵지만 서로 힘내가면서 사랑하며 살고있는데
이런 집에서 도망치고 싶어요, 가난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요..
21년동안 아무에게도 못해온 말을 여기에 전부 주절거리고 있네요
전 정말..
남들은 다 저보고 열심히 산다고 하는데
생활력 강하다고, 어떨땐 왜그렇게 짜게 구냐는 소리까지 듣는데..
이렇게 살면서도 열심히 살고 있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네요.
그냥 계속 이렇게 쳇바퀴 돌아가듯 돌아가는것 같아요..
바보같은 저한테 힘나는 말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