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내, 나이는 45세다.
세상엔 별 희한한 일이많다. 몇년전 난,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그애는 초라하고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시장에서 물건값을 흥정하고 있었다. 나는 원래 다른사람이 먼저 나를 알아보고 아는척을 해야
그제서야 아!...너구나! 할 정도로 눈치가 별루없다. 그런데 유달리 그애가 내눈에 띄인건 왜일까?
그친구는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3학년이 최종 학력이다. 고아원 원장이 사람들이 후원해준 돈을
갖고 잠적을 해버려서 친구가 있던 고아원이 운영이 힘들게 되자 한동안 문을 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건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기 때문에 알았다. 담임 선생님 께서는 00이라는 친구가 앞으로
학교에 못나올 것이라고 말씀 하셨다. 모든 친구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친구가 없다고 생각하니
장난감을 잃어버린 것처럼 허전했다. 여러분들께 장난감 운운한건 죄송합니다. 그때 심정이 그랬다는
겁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그럴만한 사정이있다. 항상 기워입은 옷과 도시락도 못싸가지고 오고,
책가방도 초등학생 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가지고 다니던 그런 가방을
체구도 작은 아이가 메고 다녔던 것이다. 철없던 우리들은 당연히 그애가 눈에 들어왔고, 놀려먹기
쉬운 장난감으로 밖에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학교에와서 쉬는 시간이면그 친구의 몽당 연필을 가지고
휴지통에서 주워온 것이라며 놀렸던일, 미술시간이면 준비물을 안가지고 와서 매일 교실 맨뒤에 서서
미술시간 끝날때까지 손들고 벌섰던 아이, 음악 시간이면 피리 하나도 못가지고 와서 악기실에서 미리
준비못한 학생들하고 피리를 고를때도 다른 아이들이 좋은것을 다 고른 다음에야 때가 덕지덕지 묻은걸 들고 웃으며 나오던 아이... 특히 점심 시간이면 항상먼저 밖으로 나가던 아이였다.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운동장 맨 구석에가서 점심 시간이 끝날때까지 기다렸던 것이다. 학교가 파하고 하교 시간에도 그 아이에겐 시련 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날도 어김없이 친구들과 우루루 몰려서 그 아이 뒤를 쫒기 시작했다. 한 친구는 가방을 뺐고, 한 친구는 돌을 던지고, 나는 친구들과 같이 그아이를 거지 고아
라고 놀리기 시작했다. 한 친구가 잘못던진 돌에 지팡이를 옆에끼고 길가에서 쉬고 계시던 할머니께서
맞았던 것이다. 그러자 여지껐 벙어린줄만 알았던 아이가 할머니 앞을 가로막으면서 " 할머니 한테는 이러지 말아줘" 하는 것이다. 순간 우리들은 당황했고 다들 심드렁 하게 집으로 갔다. 그런일이 있고 난, 후에도 우리들의 괴롭힘은 끝나지 않았다. 그친구가 중퇴하고 학교를 못 나온다는 말씀을 듣고
뭔가 허전한...장난감을 잃어버린 느낌... 그땐 왜, 그렇게 괴롭혔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다.
길진 않지만 3년동안 항상 같은 반이었던 난, 그친구에 대해서 할말이 너무 많지만 여기서 줄이기로 하고, 지금부터 그 친구의 일기장을 공개할까 한다. 그 일기장은 에전에 바보였던 그애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고 호기심에 그애의 집에 가보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방 한칸에 살림도
몇가지 없고 몸이아파 누워있는 어린 아이와 둘이 살고 있었다. 친구는 나한테 대접할게 별로 없다며
변변친 않지만 저녁이라도 먹고 가라고 붙잡았고 친구가 부엌에 간 사이에 난, 아기랑 둘이 있게 되었다. 난, 멀뚱멀뚱 할일도 없고 해서 여기저기 둘러봤더니 퇴색되고 낡은 조그만 책상밑에 노트가 하나 있는걸 발견했다. 난, 심심하던 참에 잘됐다 싶어서 노트를 펼치는 순간 내 눈에 들어오는 첫 글귀가
나는 더러운 고아다. 이렇게 씌여 있었다. 내 생각에 애가 소설을 쓰나? 하고 계속 읽어보니 일기였던
것이다. 나도 모르게 부엌에 있는 친구에게 약속이 있는걸 깜빡 했다고 둘러 대고는 일기장을 가지고
나와 버렸다. 일기의 첫 머리는 이렇다. "나는 더러운 고아다." 고아원 원장님이 안 계셔서 오늘부터는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 내가 배웠던 글을 잊어 버리지 않게 하려면 계속해서 일기를 쓰는것 밖에는
없다. 난, 거의 80에서 90점을 받았다. 나는 기뻤다. 그러나 친구들은 내가 다른 사람것을 보고 배낀건줄 안다. 선생님께서도 잘못 아셨다. 시험날 90점이 나왔을때 선생님께서 너는 다른 사람것을 배꼈으니까 남아서 다시 보라고 하셨다. 다시본 시험은 두개를 더 맞혀서 100점을 받았다. 나는 고아원으로 빨리가서 동생들을 보살펴야하는 언니다. 나는 빨리 뛰어서 고아원에 왔다. 원장님께서 화가 나셨다.
00년00월00일
우리 고아원 원장님 께서는 항상 우리들을 불러놓고 교육을 하신다. 너희들은 더러운 고아니까 다른 사람이 놀리거나 때려도 절대로 말대꾸를 해서는 안된다. 친구들은 나를 벙어리로 생각한다. 선생님께서도 답답하다고 시키지 않으신다. 내일은 우리 고아원 아이들과 헤어지는 날이다. 다른 고아원으로 갈것같다. .... (친구가 써놓은 일기를 다 올릴려면 너무 많아서 다 못 올리고, 몇가지만 올린다.)
00년00월00일
전봇대에 붙어있는 가죽잠바 공장에 사원을 구한다는 벽보를 보고 가봤더니 쓴다고 하시길레 고맙다고
인사하고 일을 시작했다. 무슨 본드를 쓰는지 냄새가 많이났다. 머리도 아프고 망치로 손톱을 내리쳐서 피가 맺혔다. 기숙사에 들어와서 반창고를 붙혔다. -생략-
00년00월00일
벌써 삼년이 다 되어간다. 같이 일하는 언니가 남자 친구를 소개시켜 준다고 했다. 난, 단번에 싫다고 해버렸다. 언니가 무안 했을것 같다. 미안했다. 언니의 말을 들었을때 고아원 원장님 말씀이 떠올랐다. 너희들은 더러운 고아니까...너희들은 더러운 고아니까... -생략-
00년00월00일
언니가 또, 나한테 말씀하셨다. 내가 미리 약속을 했으니까 얼굴이라도 비추라는 것이다. 약속 장소에
나갔다. 언니는 볼일이 있다며 먼저 일어 나셨다. 나는 그냥 일어나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남자가 먼저 말을했다. 고향이 어디며, 가족은 몇이냐고 했다. 난, 내가 살았던 고아원, 그리고
국민학교 3학년 중퇴, 다른 고아원으로 갔던것 까지 말해 주었다. 그남자는 말없이 나가 버렸다. 나는
한참 있다가 차 값을 치루고 나왔다. -생략-
00년00월00일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고 사무실에가서 받아 보라고 했다. 나한텐 전화 올데가 없다. 고아원에서 같이자란 친구들은 결혼하고 연락이 끊긴 상태다. 전화를 받았다. 처음듣는 남자 목소리 였다.
누구냐고 했더니 저번에 맞선본 사람이라고 했다.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회사앞에 왔으니까 잠시만 나와 보라는 것이다. 예전엔 미안 했다고 사과를 했다. 처음 받아보는 사과라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망설였다. -생략-
00년00월00일 결혼 삼개월째
결혼하고 처음쓰는 일기다. 남편이 술을 마시고 왔다. 남편은 갑자기 더러운 고아라고 했다. 남편은
나한테 너는 성도, 이름도 모르는 고아라며? 네가 그랬잖아. 이름표도 없이 남의 집앞에 버려진걸 주위 사람이 파출소에 신고해서 고아원으로 보내진 거라며? 근본도 없는 고아야... 그랬구나...그랬구나...그런거 였구나... -생략-
00년00월00일
지금 우리 애기는 세살이다. 민지야.. 엄마는 우리 민지가 있어서 행복하단다. 어떻게든 오래살아서 우리민지 고아원에 가는일은 없게 해줄께. 몇일을 굶어서 현기증이 났어도 정신력으로 버텨 왔단다.
엄마가 굶어도 우리 민지는 굶주림이 뭔지 모르게 해줄께. -생략-
00년00월00일
남편이 연락도 없이 찾아왔다. 예쁘장한 아가씨를 데리고 왔다. 당신한테는 미안하지만 00 이랑 살고싶어. 당신은 여지껏 혼자서도 잘 살아 왔지만 00 은 마음이 여러서 내가 돌봐줘야 되거든. -생략-
00년00월00일
오늘은 우리민지 생일이다. 민지야... 미안하다. 널 험한 세상에 발을 딛게해서... 민지야... 엄마 마음은 이리도 아픈데, 저 하늘에 별들은 수없이 쏟아 지는데 엄마 눈에는 눈물이 없구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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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일기는 여기서 접습니다. 친구의 일기를 훔쳐 본것이 미안 하기도 하고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 하기도 해서 2년이 지난 후에야 찾아 갔습니다. 친구는 이미 그곳에 없었고, 죄책감도 들어서 이웃 아주머니께 여쭤봤더니 00사 (절)에 가면 만날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럼 아기랑 둘이 절에 갔나요? 했더니 아기는 남편이 뺐어 갔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말도없고 착하던 애기 엄마가 소리소리 지르면서 애기를 안뺐길려고 발버둥을 치더랍니다. 그런 모습을 처음 봤다면서... 저는 곧바로 00사에 갔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길래 스님께 여쭤봤더니 아! 00스님 말씀이시군요. 따라 오라고 해서 갔더니
친구는 이미 속세의 사람이 아닌 비구니로 변해 있었습니다. 미안했다고 말하려고 하는데 00스님께서는 저에게 합장을 하시면서 미소만 짖더군요. 전, 아무말도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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