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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한지 두달.. 예비역의 세상적응기

말년병장 |2003.06.04 05:55
조회 14,787 |추천 0

 2년 4개월전.. 한창 물올라있던 싱싱한 대학새내기의 몸과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채 향했던 논산훈련소.

 

군복무를 마치고 세상으로 나온 지금은 "학생"이라는 말보단 "아저씨"라는 말이 더 익숙해진..

 

그런 노땅이 되어버리고 말았슴다.

 

군대에서 고생 안하신 분이 어디 있겠습니까만은 저도 정말 힘들었슴다.

 

험한 말 입에 한 번 안 담아보고, 학교도 남여공학만 다녔던 제게 군대라는 거친 남자들의 세계는

 

생전 처음 부닥쳐본 절망이었슴다. 수없이 무너지기도 했구영..

 

그러나 사람이란 적응의 동물이라죠. 저 역시 많은 선배님처럼 상병, 병장 달면서

 

쫄따구도 부리고, 욕도 하고, 담배도 피고, 애인의 변심도 농담처럼 말할수 있게...

 

정말 군인틱하게 변했슴다.

 

그렇게 힘들게 적응했던 군대도 영원한 것이 아니더군여.

 

어느덧(지금은 "어느덧"이라고 말하지만 그 만겁의 시간은 오직 경험한 분만이 아실껌다)

 

2년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한순간도 갈구하지 않았던 적이 없는 세상으로의 탈출도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지만.. 처음 군대에 입대했을때의 막막함과 같은 무거운 마음이

 

절 짓눌러 오더군여..

 

처음으로 구한 직장.. 호텔 뷔페였는데 그래도 3차 면접까지 가는 치열한 경쟁속에

 

힘들게 구한 곳이었져.

 

처음 받은 단체손님때 사건은 생기고 말았슴다.

 

어떤 영감님 칠순잔치였는데 전 처음하는 일이라 긴장도 되고 잘하겠단 의욕도 넘쳤죠.

 

한창 무르익어갈무렵 왠 강아지 한 마리가 시끄럽게 판을 깨는겁니다.

 

그런데 모두들 그 불의를 참는 분위기가 아닙니까.

 

그래서 제가 개한테 살짝 가서 따끔하게 주의를 줬죠.

 

"아 씨팔 좃만한 개새끼가 졸라 쳐 짖네. 쳐돌았나 이게.. 아가리 안 닥치나 이 개에새끼야~~"

 

.............

 

불과 1초도 지나지 않아 전 깨달았슴다.

 

그렇슴다. 사회에선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됨다. 특히 종업원의 입장에선 더 그렇슴다.

 

그 잘난 개쉑은 칠순 영감의 애지중지 손녀 딸래미 꺼였고,  겁 먹은 손년 울고, 그 가족들은

 

지배인을 찾고.. 난리가 났죠. 결국 마침 그 곳을 방문하신 사장님의 손에서 해결이 났고.....

 

그 다음은 굳이 설명을 안 드림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중에 군인이나 군인을 알고 계신 분이 계신다면

 

제대하기전에 군대에서의 버릇은 모두 버리라고 진지하게 충고해 주십쇼.

 

힘듬다..

 

지금 전...

 

동네에 가까운 주유소에서 기름총잡이를 하고 있슴다.

 

이제 겨우 군대의 습성이 몸에서 빠질락말락 하는데..

 

군대라는 곳... 참 제 인생의 거친 태클임다.

 

아직도 전 가끔 다시 입대하는 꿈을 꾸곤 하는데.. 그 공포란....

 

군대에 있는 후임병에게 전화가 왔더랬슴다.

 

"바깥 세상이 좋죠? "

 

"응.. 좋아 너도 얼른 나와.."

 

차마 군대만큼이나 힘든 사회생활을 말해줄순 없었슴다.

 

제대의 그 날만을 바라보는 이의 희망을 짓밟을 순 없기에...

 

   추신 :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군인도 사람입니다.

            그리고 아저씨보단 오빠라는 호칭이

            군인에겐 위문편지보다 더 큰 힘이 됩니다.

            오늘 길거리에서 군인을 만나게 되시거든

            군바리라고 놀리지 마시고

            '정말 억울하게 고생하는 불쌍한 어린 영혼이구나'하는 마음으로

            어여쁘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군인도 처음부터 군인이 아니었고, 원해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며,

            영원히 군인도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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