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에게 조기던진 글을 읽으면서 궁금한 거 하나.
그 싸가지 없는 동서는 생선을 다듬으면서
왜 '귀하게 자랐는데 ....'운운 했을까?
꼭 그 동서뿐 아니라 여기 며느리들이 시댁에 가서 일하면서
느끼는 억울한 감정을 쏟아 내면서 하는 말
귀하게 자랐는데.....
이런 말을 하는 저변에는 가사일에 대한 뿌리 깊은 천시가 들어있지 않나-하는 생각이다.
옛날 노비들이나 식모나 하던 일을
귀하신 내가 하다니 너무 억울하다...는 식의 잘못된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자기 가족, 남편이나 자식을 위해 가사일을 하면서는
천한 일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누가 남편, 자식의 입에 들어갈 음식을 다듬으면서
귀하게 자란 몸인데 이런 천박한 일이나 하고 있을까-하고 한탄할까?
또한 친정가서 이제는 연로하신 친정부모를 위해
청소를 하건 빨래를 하건 식사 준비를 하건
어쨌거나 친정가서 일할때는 아무도 귀한 몸 운운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일이라도 시댁에 가서 시부모나 시댁 조상의 일을 하는 건 천한 일일까?
왜 며느리들은 같은 일을 하면서
친정이나 남편 자식을 위해 하는 일에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시댁에서 하는 일에는 그렇게 예민한 반응을 보일까?
집단 무의식이란 말이 있다.
어느 한 집단이 있으면 그 집단 구성원에게 자기도 모르게 내재되어 있는
가치관 같은 거, 관습 같은 거, 행동양식 등등.
한국인에게는 이런 무의식이 있는 것 같다.
멀쩡한 사람도 '시'자가 붙는 그 순간, 갑자기 권력자가 되어
아무 이유없이 며느리 위에 군림하려 하고
며느리들은 며느리라는 타이틀이 붙는 그 순간 근거없는
(사실은 역사적 근거가 있는)
피해의식과 열패감에 쌓여 궁지에 몰린 고양이같이 으르렁거리며
과잉방어 행동을 한다.
같은 가사일을 하면서도 자기 집일이나 친정일을 하면서는
느끼지 않는 모욕감을 시댁에 가서 일할때만 느낀다면
이건 분명히 집단 무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나는 분명히 남편과 결혼했는데 왜 그 부모 집에 와서 일해야 하는가?
백번 양보해서 남편의 부모고 내 자식의 조부모들이니 일할 수 있다쳐도
저 뻔뻔하고 당연시하는 시집 식구들의 태도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생각하면 억울하고 또 억울하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첫째는 가사일은 천한 일이 아니다. 노비나 식모가 하는 일이 아니다.
가사도우미를 쓸망정 가사의 주체는 그 집안의 주부다.
주부가 가족의 심신의 건강을 위해 하는 너무나 당연하고 의미있는는 일이다.
그러다면
시댁에 가서 하는 가사일은 며느리의 일인가 아닌가?
새경받지 못하는 노비의 일인가? 무보수 파출부의 일인가?
결혼 후 친정에 가서 하는 일은
자식으로써 기꺼이 하는 일이니 억울할 거 없고
남편 집에 가서 남편 부모를 위해 하는 일은 부당한 일인가?
내 탄생과 성장과 교육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
단지 남편과 결혼했단 이유로 얽힌 사람들을 위해 하는 일들이
그렇게 부당하고 억울해서 귀하게 자라신 몸이 할 수 없는 일들인지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