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주방장이다. 횟집 주방장......
하루종일 칼춤 춘다.
날씨가 무척 더워졌다.
안주방에서 불쇼하는 친구들이 슬슬 미치려고 하는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한참 바쁜 시간이 지나면 안주방에서 한명씩 기어나와서는 들고 나온 사발에 정수기에서 찬물을 하나 가득 뽑아서는 벌컥벌컥 들이키고 들어간다.
나도 한참 일 배울때 안주방에서 여름을 많이 지내봤다.
엄청난 노동이다.
끓이는 매운탕의 국물 만큼 땀을 흘린다.
별의 별 수단을 다 동원한다.
물수건을 길게 접어서 냉동고에 넣어 두었다가 하나씩 꺼내서 목에 걸치기도 하고 큰 양재기에 큰 얼음덩이를 넣고 레몬 두어개 쪼개서 짜 넣고 설탕 넣고 머얼건 레몬쥬스 만들어 놓고는 국자로 휘~휘~ 저어가면서 들이키기도 한다.
엽기적인 방법도 있었는데............
이건 얘기 못하겠다.
공개하는 날에는 수많은 질타의 메일이 내게 꽂힐것이다.
궁금한 사람은 메일 주시라.... 단, 남자분만.....
내가 25살때이다.
신세대식 로바다야끼가 다시 한번 유행할 때 높은 월급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여러 선배들의 걱정어린 충고섞인 반대에도 무릅쓰고 직장을 옮긴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기본을 배운 터라 자신감도 있었고 젊은 손님을 대상으로 한다는 사장의 계획에 월급과는 상관없는 묘~한 기대도 하며 몸담고 있던 가게에 과감하게 사직서를 냈다.
날씨가 슬슬 더워지기 시작할 때 오픈을 했다.
오픈은 성공적이었다.
요새처럼 비닐옷 짧게 입은 춤추며 말 빨리 하는 도우미를 부른것도 아니고 무료 시식권을 뿌린 것도 아니며 무슨 광고를 한것도 아니었다.
그때 그 가게의 사장은 'ㄴ'성씨를 가진 사람이었는데 나이는 40대였지만 머리가 아주 비상했다.
내게 100만원을 주면서 고급스러워 보이면서 단가가 싸게 먹히는 안주를 최대한 많이 만들 계획을 짜라고 했다.
그때 내 밑에는 20살짜리 보조와 안주방에 아줌마가 두명 있었다.
그리고 홀에는 20살 정도로 보이는 여직원 두명과 카운터 여직원, 그리고 남자직원(아르바이트) 한명이 있었다.
난 보조를 데리고 가락시장을 두루두루 누비며 재료를 준비했고 사장은 간판가게에 가서 테이블 크기만한 아크릴 판에 붉은색으로 글씨를 새겨왔다.
내용은 이렇다.
'남자 한분에 여자 두분이 오시면 안주 무료!
단, 안주는 저희 맘대로 계속 드립니다.'
오픈하기 전날 가게 직원들은 준비하느라 열심이였고 난 음식 재료들을 정리하고 다듬고 냉장고에 효과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보조를 데리고 머리와 몸을 굴리고 있었다.
그때 사장은 가게 문 앞과 근처 극장 입구 등에 만들어온 광고판을 붙였다.
오픈날....
난리가 났었다.
오후 세시부터 영업을 시작했는데 4시에 자리가 꽉 차버렸다.
에어컨이 두대나 있었지만 그래도 주방은 더웠다.
홀 직원들은 계속 서비스 안주를 제촉했고 난 오줌까지 참아가면서 일했다.
보조는 일이 아직 서툴러서 내가 시키는 것만 하기에도 정신이 없어 보였다.
미리 준비해놓은 100만원어치의 재료가 거의 바닥이 났고 그 외에도 손님들이 별도의 주문을 더 하는 바람에 모든 재료가 거의 떠어졌을 때 다행히 영업이 끝났다.
그날 가게 직원들은 전부 녹초가 되었고 사장은 카운터에서 돈 세느라 입이 찢어졌다.
어느정도 정리를 마치자 새벽 1시가 다 되었지만 사장은 직원 전부를 부르더니 회식을 하자고 했다.
회식자리에서 난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사장님."
"왜, 정군."
"뭐 다른 광고라도 하셨습니까?"
"아니, 문 앞에 붙인 광고판이 다야."
"손님이 꽤 많았는데요."
"앞으로도 많을거야."
"어떻게 해서 소문이 많이 났을까요?"
"밸런스가 맞지 않기 때문이지."
"밸런스요?"
"그래, 남자 하나에 여자 두명......."
"아, 그게 궁금했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오늘 온 손님은 거의 대부분 우리가 광고한대로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이 왔지. 바로 그거야."
"그게 어째서요?"
"커플이 공짜안주를 먹기 위해 여자쪽에서 친구를 하나 불렀겠지."
"그렇겠죠."
"남자 입장에서 보면 자기 애인의 친구니까 잘 보이고 싶겠지."
"아무래도 그러겠죠."
"딸려온 여자는 친구의 남자친구한테서 비싼거 얻어목고 싶은 심술이 조금씩 있고 남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상황이 되는 거야."
"..........."
"커플 중 여자쪽에서 친구를 부를 때는 우리가게 앞에 붙은 광고내용을 얘기 안하겠지. 왠지 이용하는 모양이 되니까. 하지만 쫒아온 친구는 광고내용을 보고는 공짜안주가 아닌 다른 비싼 걸 얻어먹고 싶어 지는거야. 또 그렇게 해서 우리가게에 온 손님들은 오늘처럼 무제한 제공되는 서비스에 만족하는거지. 어떤 광고보다 큰 효과였어."
"하지만 앞으로 계속 서비스를 그렇게 줄수는....."
"내일부턴 서비스 주는 조건을 조정해야지."
"어떻게요?"
"무조건 세명 이상이 와야 하는 것으로...... 두명이서 두병의 소주를 마신다고 봤을 때 세명이 오면 세병이 아니라 네병을 마시게 된다. 그럼 그 소주 한병을 더 판 이익을 서비스로 돌려주는 거야."
"음............"
"우리가게에 올때는 세명 이상이 되어야만 최고의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성공이다."
"아..........."
"또, 요즘 젊은 커플들은 사귄지 얼마 안되어도 대화가 거의 없어지더군. 커플이 오면 술이 많이 안팔려. 조금 마시다가 여관으로 직행하기 때문이야. 하지만 다른 객이 하나 끼여있으면 술자리가 활발해지지."
난 그날 이후부터 많은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아무리 기술적으로 성숙되어도 요즘 세상에서는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또, 가게만 차리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막연하고 철없는 나의 허무맹랑한 계산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내가 일하던 고급일식집들이 장사가 잘 되기 위해서는 사장들이 어떠한 자기만의 영업전략을 펼쳤음을 늦기전에 깨달은 것이다.
그 이후로 사장과 난 일이 끝난 후 자주 술자리를 가졌다.
알고보니 사장은 전문가였다.
가게를 열어서 성공을 시킨 후에 손님이 한참 많은 시기에 몇배의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처분하는 것이 목적이였다.
그런식으로 그때까지 20군데 이상의 업소를 만들어서 파는 방식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돈은 머리를 쓰는 자에게만 따라온다' 고 언제나처럼 말하던 사장
내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완벽한 인간은 당연히 없다.
그리고 깨끗한 인간도 당연히 없는가보다.
아니, 인간은 원래 깨끗할 수가 없는 것이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난 얼마 후 그 가게를 미련 없이 그만두었다.
내가 더 이상 맑은 정신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난 그 당시에는 가게에서 제공해주는 숙소에서 생활했다.
가게돈으로 여관에 '달방' 이라는걸 얻어주었는데 방 두개를 얻었다.
하나는 내가 썼고 하나는 홀의 여직원들이 사용했다.
그러다보니 출,퇴근할 때 같이 다니는 경우도 많았고 내 방에 모여서 야식같은거 시켜놓고 술도 자주 마시곤 했고 여직원들은 나에게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
가게에서는 실장님이라고 부르고 퇴근하면 오빠~ 하면서 술먹자느니 노래방 가자느니 하면서 애교를 부리곤 했고 나도 그 여직원들을 동생처럼 대해주었다.
일도 열심히 하고 가끔 힘들어하는 모습도 귀여웠다.
특히, 나에게 오빠~ 하며 이것저것 하자고 조르는 모습과 고민거리를 얘기하는 모습에서 나도 스스로 그 아이들의 오빠가 되어가고 있었다. 가족처럼.........
그러다가 하루는 잠을 자려고 일찍 누웠는데 누가 노크를 했다.
"누구세요~"
"응 오빠. 나야~"
옆방의 여직원 목소리다.
"왜?"
"잠깐 들어가도 돼?"
"야, 잠깐만~"
난 얼른 츄리닝 바지를 입고 위에 티셔츠도 걸쳤다.
문을 열자 들어오는 여직원
얼굴이 좀 심각해 보인다.
<님들 이상한 스토리 상상하지 마쇼. 현실과 영화는 다릅니다. 나 찾아온 여직원 절대 옷 안벗습니다.>
"울었냐?"
제법 심각한 얼굴을 들이밀길레 그냥 생각없이 한마디 던졌는데 정말 울기 시작했다.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두눈에서 주르륵~ 흘러내린다.
"어.....너.....왜그래?"
"저기....... 오빠......"
"일단 앉아라."
"응........... 자는데 ........미안해........."
"아냐, 나 잘려면 멀었어."
"........."
"무슨 일인데?"
한참을 뜸들이더니 여직원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남자친구가 있는데........."
"응, 그런데?"
"어떡해야 할지 몰라서.........."
".............."
"헤어져야 할 것 같은데.........."
".............."
"어떡해야 하지?"
이 말을 마치며 작게 소리내며 우는 여직원
안아주고 싶었지만 아주 곤란해진다.
난 절대 같이 근무하는 여직원과는 경계선을 만들어 놓고 넘어가지도 않으며 넘어오지도 못하게 한다.
그래야 일하는데 지장이 없다.
"왜? 남자친구가 무슨 문제 있어? 바람 피웠냐?"
"아니.........."
"그럼.......?"
"나이차이가 많이 나......."
"..............."
얼마전부터 이 여직원이 숙소에 새벽에 들어오는 경우가 자주 있길레 남자친구가 생겼구나~ 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아마 손님 중 한명과 눈이 맞았을 것이다.~ 하는 생각을 가끔 하긴 했었지만 나이 차이까지는 신경쓴 적도 없다.
"몇살이나 차이 나는데? 열살정도?"
"더............"
이건 뭐냐..... 또 삼류드라마 줄거리가 나오나?
설마 또 그 남자가 유부남은 아니겠지.....
"그리고 결혼한 사람이야........"
".............."
"만난지 오래 됐냐?"
"넉달......"
"같이 자고 그랬냐?"
"응.........."
"헤어져라. 너 미쳤냐? 유부남이라며?"
"근데....... 나한테 너무 잘해줘. 그런 사람 첨이야."
당연히 잘해주겠지... 으이그.....
"하지만 앞도 봐야지. 네가 지금 나이가 몇살이야~ 더군다나 유부남하고.... 상처만 커진다. 그만 헤어져"
"하지만 나 그사람 사랑해...."
".............."
"근데 어떨때는 사랑 안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랑하면 어쩔건데?"
"....................."
"나한테 말하는 이유가 뭐냐?"
"오빠라면 좋은 방법을 말해줄 것 같아서."
"글쎄다..... 난 아직 여자를 제대로 사귀어본 적이 없어."
".......... 정말?...."
"그래."
"그럼.......... 여자랑.........."
무슨 말이 나올지 뻔하길레 얼른 짤랐다.
"너 내가 시키는대로 할래?"
"응........."
"헤어져!"
"..............하지만........"
"내가 지금 만약에 18살 짜리하고 사귄다면 나도 지극정성으로 하겠다. 그 사람 네 아버지뻘 아냐? 제정신이면 이쯤에서 끝내. 내일 당장 내가 내 후배 하나 소개시켜 줄께 응?"
"..............."
"어떡할래?"
"여기....... 그사람 사진이야."
"..............."
여직원은 손바닥에서 조심스럽게 반명함판 사진 한장을 내밀었다.
난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들여다 보았다.
"어.......... 억!"
"미안해 오빠........"
사진속에서 제법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인간은 우리 사장이었다.
"야, 장난하지마."
난 믿을 수가 없었다.
".......... 미안해 오빠..........."
"씨팔.... 너......진짜야?"
"............."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여직원
"어쩌다 이리 된거냐? 엉?"
"회식때 술 많이 먹었을때 오빠가 나 데려다 줬잖아... 그때....... 같이 잤어..."
"뭐? 오빠? 사장한테 오빠라고 그러냐? 아빠라고 하지 그러냐......."
"................"
오픈날 회식 중간에 다들 얼큰하게 취했을 때 사장이 이 여직원을 집에 데려다 준다며 먼저 데리고 나갔었고 안돌아오길레 내가 보조와 뒷정리를 하고 퇴근했었다.
그날은 숙소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나만 혼자 여관에서 잤었다.
"또 누구한테 얘기했냐?"
"아니...."
"그만둬라 일...."
"..........."
또 눈물방울이 떨어진다.
"내가 딴데 소개시켜 줄테니까 내일 당장 그만 둬. 그게 최선이다. 아마 사장은 너 안보이면 금방 잊을걸. 틀림없이...."
난 여직원을 자기 방으로 돌려보냈고 잠시 후, 거리로 나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입에서는 같은 소리만 나왔다. "씨팔........"
다음날, 그 여직원은 출근하지 않았고 말한대로 내가 아는 다른 가게에 소개시켜 보냈다.
그 이후로 난 사장과 술을 먹지 않았다.
왠지 구역질이 나서 싫었다.
사장 막내딸이 고3이었다.
딸같은 애를 성욕을 채우는 도구로 썼을 뿐이다.
결코 사장이 그 여직원을 애정으로 보았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래도 난 일은 정상적으로 했다.
사장을 볼때마다 기분이 찝찝했지만 사장이 갖고 있는 영업스킬을 더 알고 싶은 욕심에 꾸욱~ 참고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문 앞에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문구를 붙이고 며칠 후에 여직원이 바로 채용되었다.
사장이 자리를 비운터라 면접은 내가 보았는데 키도 크로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활발해 보여서 바로 채용했고 그날부터 바로 일을 시작했다.
그 다음날 회식을 했다.
새 식구도 들어왔으니 환영회를 하자는 거였다.
가게 영업을 조금 일찍 마치고 가게 안에서 먹을만한 것을 몇가지 만들어 놓고 술판을 벌였다.
면접을 본 내가 새식구를 간단히 소개하고 당연히 주인공은 숟가락을 들고 노래를 불렀다.
무릎까지 오는 스커트를 살랑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무척 예뻤다.
근데 사장이 아주 흐믓해하는 표정으로 보고 있다.
아주 더러워 보였다.
순간 난 결심했다.
만일 또 사장이 저 새로운 여직원에게 흑의 마수를 뻗으려 한다면 어떡하든 방해하기로.....
아니나 다를까.....
사장이 지속적으로 술을 권했고 그 새로 온 여직원은 취기가 오르는지 양쪽 귀가 빨개졌다.
잠시 후, 사장은 여직원에게 집이 어디냐고 물으며 데려다 주겠노라며 일어섰다.
"아, 사장님. 그건 제가 해야죠...."
"응?"
"사장님께서 회식자리를 비우시면 안되죠. 제가 데려다주고 오겠습니다."
"야, 정군...... 그래도 그게 아니지...."
이렇게 말하며 여직원의 팔을 잡아 세우더니 데리고 나가기 시작했다.
사장의 말에 반박은 할 수 없으니 우선은 잠자코 있었다.
좀 있다가 따라갈 계획이었다.
둘이 문으로 사라지고 10초 후에 나도 일어섰다.
"나 담배 좀 사올께."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굉장히 화가 났었다.
엄밀히 따지면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지만 엄청난 배신감과 지저분한 기분이 겹치면서 나로 하여금 입에다 부어대는 소주조차 아무 소용 없게 만들었었다.
둘의 뒷모습을 발견한 나는 조심소심 따라갔다.
택시 타는 방향과는 전혀 상관 없는 곳으로 이동중.....
가게 뒤쪽으로 몇십미터 가면 여관이 몇개 있다.
그쪽으로 들어서는 그들을 조용히 쫒아갔다.
가면서 사장은 여직원 귀에다가 뭐라고 계속 말을 하고 있었고 뒷모습에선 볼 수 없었지만 여직원은 배실배실 웃는 것 같았다.
그들은 곧 어느 여관으로 들어갔다.
난 그들이 들어간 여관 문 앞에 멈춰섰다.
따라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저 그렇게 섰다.
머릿속에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 하나.
"내가 지금 왜 이러지? 무얼 하려고........"
여관에서 조금 떨어진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몇모금 빨고 그냥 가게로 돌아가려는데 사장과 함께 들어갔던 여직원이 후다닥 하며 여관에서 뛰쳐나왔다.
들어간지 10분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벌써?"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럴리는 없고......
여직원은 날 보지 못했는데 뛰어가는 그녀를 보니 립스틱이 조금 번져있었다.
근데 이상한건 도망치듯 뛰어가는 그녀의 발소리를 들으며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는 것이다.
난 웃으며 얼른 가게로 돌아갔다.
직원들은 날 보자 왜 이리 늦었냐며 나무랬지만 난 갑자기 좋아진 기분에 서서 노래까지 부르며 재밌게 놀았다.
물론 사장은 그날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그 여직원은 나오지 않았다.
사장도 늦게 나왔다.
며칠 후 난 한가한 시간에 다른곳으로 일자릴 소개시켜준 여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 지내냐?"
"네, 덕분에요..... 고마워요.... 좋은데 소개시켜줘서...."
"왜 존대말 쓰냐? 느끼스럽게."
"그치? 이상하지? 내가 언제 술살께~"
"당연히 그래야지~ 근데 하나 물어보자."
"뭐?"
"야, 화내면 안된다."
"뭔데?"
"정말 화 안낼거지?"
"그래~ 뭔데?"
"사장이 너 첨 꼬실때 말야....."
"응......"
"뭐라고 하면서 꼬시디?"
"어유~~~~ 그게 그렇게 궁금해?"
"실은 말야...."
"..........."
"사장이 새로 들어온 애한테 수작 걸려다가 샐패했거든."
"............."
"뭐라고 했길레 여관까지 따라 들어갔는지 궁금해서."
"음~~~~ 직원들 숙소를 정할건데 맘에 드는지 미리 보라고 그러데~"
"그래서.... 따라 들어갔어?"
"의심 안했지~~~ 근데 들어가더니 자기 샤워하는 동안 기다리라고 하데~"
".............."
"그러다가 그렇게 됐지 뭐.... 술이 웬수지...."
"그래 잘 지내라."
"뭐야, 이게 끝이야?"
"월급 타면 전화해라."
"뭐, 알았어. 안녕~"
"그래~~~"
궁금증은 풀렸다.
뭐 특별한 기술은 없었다.
그저 약간의 거짓말과 술기운만이 사용되었을 뿐이다.
근데........ 참........이거.........원..........
그날 가게를 나와버렸다.
더러워서 더 이상 일하기가 싫었다.
지금 내가 그런 상황을 다시 겪게 된다면............
아마 모른척 했을 것이다. 왠지 그럴 것 같다.
그래서 서른이 무서운 경계라고 하나........
그때는 사장이 참 나쁜 놈이라 생각했고 그런 인간을 위해서 일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왜 그 여자들은 그 상황에서 그 시간에 사장 말을 믿었을까.......!!!!!!!!!!
누가 제정신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남의 일에 괜히 울그락 불그락 하며 설친 내가 가장 미친놈일지도......
3년정도 후에 그 가게 앞을 지난 적이 있었다.
다른 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친구에게 들은 바로는 가게 여직원과 사장이 사귀었는데 그 여직원이 가게에 불을 질러서 망했다고 한다.
어떤 선배가 내게 해준 말을 그대로 기록한다. 욕하지 마시길.......
"좆대가리 함부로 놀리면 인생 조진다."
난 그래서 항상 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