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사람들이 쉽게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철저하게 혼자만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엘리베이터에
혼자 탔을 때이다.
그런데 가끔은 그 누군가와 같이 타고 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 한밤에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고...
“그래 그렇게 어렵다는 시험은 잘 봤니?”
“대충 그렸다. 설마 낙제는 안하겠지...”
의대를 다니는 재원이가 한 달간의 긴 기말
고사를 마쳤다며, 오랫만에 얼굴이나 보자고
해서 만났다. 보통 학생들보다 한달 정도 방학
을 늦게하면서, 시험을 본다는 것은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러한 의대 생
활에 익숙해진 재원이는 입으로는 죽겠다고
하면서도 잘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짧은 방학에 뭐할 생각이니?”
“글쎄다.. 잠이나 실컷 자고, 원없이 놀아야
지... 내가 너처럼 매일 널널한 생활을 하는 것
도 아니잖아. 개강하면 또 정신 못 차릴 정도
로 바쁠 테니까..
아참! 안 그래도 너에게 얘기해 주고 싶었던
일이 있어.
몇달전 너희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 사고
나지 않았었니?”
“응, 우리 앞동에서 8살난 꼬마애가 엘리베
이터 고장으로 목이 껴 죽는 일이 있었어. 그
사건 때문에 우리 아파트 단지의 엘리베이터
를 모두 교체하게 되었어. 낡아서 그런 사건이
있었데 나... 덕분에 나도 우리집까지 한달 동
안이나 걸어올라 다녔어.
아... 그리고 또 끔찍한 사건이 있었지...
그런데 무슨 얘기야?
그 사건이야 뉴스에도 나고 해서 다 알고 있
던 사건인데 새삼스럽게 웬일이야?”
“그 사고 말고도 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니?”
재원이의 이상한 질문에 나도 잠시 어리둥
절해 졌다. 생각해보니, 재원이가 묻는 얘기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 기괴했던 소문
들...
“너는 어떻게 아니? 집값 떨어진다고 앞동
사람들이 쉬쉬했는데..
너 혹시 그 동에서 나 돌던 엘리베이터 귀
신 얘기하는 것 아니니?
야! 의대 다니는 놈이 그런 얘기에도 관심
이 있냐?”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나도 어떻게
이상한 얘기를 듣게 되어,
너에게 얘기해 주려는 거야. 그런데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거야.
잘 모르니깐, 자세히 얘기해 줘.
그러면 내가 골 때리는 사실을 말해줄께...”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맥주 잔을 단숨에 비
우며, 몇 달 전에 나 돌던 엘리베이터 소동에
대해 얘기를 시작했다. 믿어지지 않는 얘기들
이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하긴 나도 거의 들은 얘기들이니까...
제일 처음 거기에 대해들은 것은 우리 동 경
비아저씨로부터였어.
그 꼬마애가 엘리베이터에 껴서 죽은 몇 주
뒤, 열쇠를 깜박 잊고 집에 두고 나와, 어머니
올때까지 경비실에서 불을 쬐며 기다리고 있
었어.
경비 아저씨와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다가
화제가 앞동의 엘리베이터로 바뀌었어. 그랬
더니 그 아저씨의 안색이 갑자기 바뀌면서 자
기도 앞동 경비에게 들은 얘기라며 나에게 이
상한 얘기를 해주는 거야.
그 애가 거기서 죽은 뒤로는 밤마다 엘리베
이터 안에서 애 울음소리와 목 소리가 들린다
는 거야.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고, 어떨 때는 엘리베이터 안의 전등이 다
꺼진 채로 운행될 때도 있었대.
처음에는 그 애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들도
모두 잘못 들었으니 하고 지나 갔는데, 계속
그런 소리가 들리고, 급기야는 불까지 꺼진 엘
리베이터를 타야하니, 경비실에 항의가 들어
왔데.
그래서 그 앞동 경비 아저씨는 밤만 되면,
엘리베이터 혼자 타기 무서워 하는 주민들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줘야 하는 고생도 했다
는 거야.
며칠을 그랬는데, 그 애 울음소리를 들은 사
람들은 점점 늘어났다는 거야.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밤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 안하고, 계단으로 다녔대.
그러던 어느날 12층에 사는 어떤 아저씨가
밤에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대. 아무리 이상
하다고 해도 자기는 12층까지 걸어갈 수 없다
며 엘리베이터를 탔다는 거야. 경비 아저씨는
설마 무슨 일이 있겠느냐 하면서 더이상 만류
하지 않고 그 사람을 그냥 보냈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사이로 보인 그 사람의 뒷모습이
마음에 걸렸대. 그 경비 아저씨도 불길한 예
감이 들었다고 했대.
복도를 지나 경비실로 돌아와 앉아 라디오
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12층 까지 올라갔던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고 있더래.
누군가 밤늦게 나오는구나 생각하고 있는
데, 1층에서 열린 엘리베이터 안에는 입에 개
거품을 물고 기절해 있는 그 사람의 널부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는 거야.
그 경비아저씨는 깜짝 놀라 그 사람에게 달
려가서, 흔들어서 깨웠더니 그 사람은 신음소
리와 함께‘그...아이... 목이 부러진... 그
아... 이... ’라는 헛소리를 하더니 다시 기절
했대.
경비 아저씨는 정말 당황했대. 올라갈 때는
멀쩡했던 사람이 불과 몇분 사이에 얼이 빠져
왔으니... 병원에 연락하기 전에 그 기절한 사
람을 막 흔들어 깨워봤대. 몇분 뒤 창백하던
얼굴에 혈색이 돌며 정신을 차렸대. 정신을 차
리자 마자 또 그 애 얘기를 꺼내더래.
‘나는 정말 그 애를 봤어요. 목이 찌그러져
있는 그 애의 모습을...
차라리 헛 것을 본 것이라면 좋겠어요..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마세요. 정말이
라니 까요!
엘리베이터가 그 애가 끼어 죽었던 7층을 올
라갈 때였어요.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 애가 여기서 죽었구
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엘리베이
터의 전등이 꺼졌어요. 처음에는 정전이려니
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불꺼진 엘리
베이터안은 층수를 가리키는 조그마한 빨간
불빛을 제외하고는 칠흙같이 어두웠어요.
윽... 갑자기 바로 등뒤가 서늘해지며 애 울
음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어요.
소름이 쫙 끼치고 미칠 것 같이 무서웠어요.
도저히 등 뒤를 돌아볼 용기가 안 났어요.
엘리베이터가 빨리 올라가기 만을 빌었을 뿐
이죠. 그런데 엘리베이터는 정말 더디게 올라
갔어요. 그 애의 칭얼거리는 소리는 점점 말
소리처럼 들렸어요.
아저씨 목이 아파요... 집까지 데려다 줘
요...
나는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끼며, 천천히 등
뒤를 돌아보았어요. 식은 땀이 주르륵 흐르는
것이 느껴졌어요. 고개를 돌렸을 때, 머리칼이
쭈뼛 서는 것과 동시에 푸르스름한 빛과 함께
창백한 얼굴의 어린애가 쾡한 눈으로 나를 보
고 있었어요. 목은 엘리베이터에 끼었던 상처
가 참혹하게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로 울고 있
는 거예요.
그 슬픈 눈과 맞주치자, 정신을 잃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된 거죠..
아저씨 이건 정말 제가 본 거예요...’
그 동 경비 아저씨는 다 큰 어른이 그런 얘
기를 하니 안 믿을 수도 없었대. 그래도 반신
반의 했던 모양이야. 그런데 그런 이상한 일은
한 두번이 아니었대.
그 애가 엘리베이터에 끼여 죽은 곳이 7층
인데, 밤이 되면 항상 엘리베이 터는 7층에 서
있는 것이었대. 예를 들어 1층에 엘리베이터가
내려와 있는 상태고, 아무도 타지 않고 있어도 그
동 엘리베이터는 7층에 가서 서있는 것이었대.
그리고 흔히 우리가 듣던 엘리베이터에 관
한 무서운 얘기들이 실제로 그 아파트에선 일
어나곤 했대. 분명히 7층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엘리베이터는 꼭 7층에서 한번 섰다 갔었대.
문은 열려 누가 타려나 봐도 보이는 것은 텅빈
복도 였고...
때로는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도 정원초과
경고음이 켜질때도 있고, 여하튼 불가사이한
일이 많이 일어났대.
그리고 어디선가 흐느끼는 듯한 애 울음 소
리는 밤마다 들리고...
그래서 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주민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대.
심지어는 낮에도 혼자서는 엘리베이터를 안
타려고들 했대.
밤에는 사람들이 밖에 안 나왔대. 모두 귀가
도 일찍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 안하기 위해서 그랬대.
문제는 독서실에서 늦게 까지 공부하고 돌
아오는 학생들이었대.
그런 소문이 퍼지자, 그 아파트에서는 독서
실도 다니는 학생들도 없어졌대. 말 그대로 밤
만 되면 유령 아파트처럼 조용했대. 엘리베이
터만 삐거덕 소리를 내며 7층에 서있고...
그런 이상한 분위기를 견디다 못한 그 동 경
비 아저씨는 그만 두었고, 그만 두는 술자리에
서 우리동 경비 아저씨에게 이런 얘기를 털어
놓았다는 거야.
나는 경비 아저씨가 심심해서 지어낸 얘기
로 치부했지.
그리곤 잊어버렸어.
그런데 이번에는 반상회에 갔다오신 어머니
에게 그 엘리베이터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어.
앞동 사람들이 이사를 가려고, 집을 부동산
에 무더기로 내놓았다는 거야.
싯가보다 휠씬 싸도 좋으니, 당장 팔아달라
고 하면서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얘기 때문에 잘 안팔린다는 얘기를 들으셨대.
그건 아무렇지도 않은 얘기였어.
그 동에 어떤 아주머니가 약속 시간에 늦어
엘리베이터를 탔었대. 그 아주머니 집이 11층
인데. 원래는 그 꺼림칙한 소문때문에 엘리베
이터를 이용안했는데, 낮이었고 약속시간도
늦어 걸어내려가기 보다는 그냥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기로 했대.
그 아주머니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엘리베이
터 벽에 붙어 있는 거울을 보고 화장을 고치고
있는데, 그 거울으로 목에 처참한 상처가 난
꼬마가 창백한 표정과 슬픈 눈으로 그 아주머
니를 바라보면서‘아파요... ’하는 것이었대.
그 아주머니는 거기서 기절했고..
그런 소문이 끊이지 않자, 그 동 주민들은
진짜 무당을 불러놓고 굿을 하기로 했대. 외부
의 이상한 시선을 속이기 위해, 그냥 죽은 아
이의 영혼을 달래는 형식적인 굿이라고는 했
지만, 그 분위기는 사뭇 달랐어.
나도 흔하지 않은 구경이라 구경갔지.
그 아파트 사람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
이 모여있었어.
너도 그런 굿하는 것 본 적 없지. 하긴 대도
시 아파트 한 가운데서 굿을 구경하기란 쉬운
것은 아니잖아.
울굿불굿한 색동 저고리와 빨간 갓을 쓴 무
당이 미친듯이 칼을 흔들며 춤을 추더구나. 나
는 무당의 굿이 사기나 쇼같다는 선입관을 가
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무당의 결렬한 춤에 쓴
웃음만 지었어.
그런데 그 춤사위가 점점 빨라지고 결렬해
지더니, 무당이 괴성을 질러대는 거야. 그리곤
순식간에 입에 개거품을 물고 푹하고 고꾸라
지는 거야.
나는 대단한 연기력이군 하고 생각하고 있
었고, 다른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그 쓰러진
무당을 바라보고 있었어.
한 1분간 그러고 가만히 있었나... 갑자기 벌
떡 일어나더니 중년의 아주머니의 목소리라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어린 아이의 찢어지는
목소리로 소리를 치는 거야.
‘아...악... 아파 죽겠어...
제발... 아...악... 목이...
윽...
여기에... 나쁜... 있어...
나쁜...‘.
대충 이런 소리를 지르더니, 다시 쓰러지는
거야. 몸에는 땀이 비오듯 흐르고 있고. 조수
가 달려나가더니 그 무당의 땀을 닦아주며 부
축하는 거야.
제 정신이 돌아왔는데도 그 무당은 헐떡거
리며, 이상야릇한 말을 했어.
‘그 애는 자기 죽음의 이유를 알았어요.
그래서 한을 가지고 여기에 남아 있는 거예요.
아마 그 한을 풀고 여기서 사라질거요.
내 역할은 여기까지가 전부요.
그 애의 혼령은 너무 어려 달랠 수도 없어요.
단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어할 뿐
이요.
바로 복수요.’
아무도 무슨 얘기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어.
특히 많은 돈을 들여 굿판을 벌였던 그 동 주
민들은 그 말도 안되는 무당의 헛소리에 허탈
해하기 까지 했어. 나는 사람들의 실망하는 소
리와 비웃음속에 묵묵히 떠나가는 무당일행의
뒷 모습을 보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잠시
뿐이었어.
그 엘리베이터 소동은 뜻하지 않은 곳으로
영향을 미쳤어.
어느날 집에 돌아오다가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게시판에 붙어 있는 내용을 생각없이 보
다가 엘리베이터 관련 소식을 보게 되었어.
관리 사무소에서 붙여 놓은 것인데, 우리
아파트에 있는 모든 엘리베이터를 안전상의
이유로 교체한다는 것이었어. 동대표들의 투
표에 의해 결정된 거라며 층 별로 앞으로 부담
해야 될 비용에 대해 나와 있는 게시물이었어.
생각없이 집에 들어와 어머니께 그 얘기를 꺼
냈지.
어머니는 불만스런 표정으로 지으시면서,
말씀하셨어.
낡았다곤 하지만 아직 10년도 채 안된 엘리
베이터를 전부 교체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가
신다고... 그렇게 일찍 교체하려면 처음부터
잘못 설치한 회사에서 책임져야지, 주민들이
책임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하셨어. 또
안전이 그렇게 중요했으며 진작 교체했어야
지, 아까운 어린 목숨이 희생된 다음에야 부랴
부랴 교체한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하셨어. 층
마다 부담이 다 다른데 6층인 우리집도 한달
에 6만원씩 2년간 내야 한다는 것이었어. 나중
에 들은 얘기인데, 엘리베이터 제조 회사에서
그렇게 로비를 하고 엘리베이터 교체를 제촉
했으나, 주민들이 반대하다가 이번 사고로 교
체가 결정되었다는 거야.
나는 처음에는 좋았지. 이제 전혀 소리 안나
는 안전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겠구나 라
는 생각도 들었지.
그런데 막상 공사를 시작하니까 여간 불편
한 것이 아니었어.
공사 기간은 한달이 넘었고, 시끄러운 소음
에 엘리베이터는 전혀 사용할 수 없었어. 우리
야 6층이니까 견딜만 했지 고층 사람들의 불
편은 이만저 만한 것이 아니었어. 고층에 사는
사람들은 옆 입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가 옥상으로 돌아 내려와야 했어. 하긴 우리도
짐이 있을때는 6층까지 올라가기 불편했지.
여하튼 공사는 마무리되었어.
그러나 문제는 앞동 엘리베이터에서 발생했
어. 정확히 말하면 그것도 떠도는 소문이었지
만...
공사를 하는 인부들과 기술자들이 어두운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주 목에 참흑한 상처가
난 꼬마애의 유령을 본다는 얘기가 있었어.
사고가 난 현장이어서 그런 헛소문도 돌겠
지 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헛소문만도 아닌 것 같더라. 나도 비
스므래한 것도 목격했으니까...
너 임마, 그런 이상한 눈으로 보지마! 나는
정말 멀쩡하니까...
그날도 술이 얼큰하게 취해 들어오던 날이
었어.
무심코 그 사고난 동의 복도를 보고 있는데
7,8층 정도의 복도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보이
는 것이었어. 괜히 소름이 쫙 끼치더구나.
나는 늦은 시간에 엘리베이터 공사하는 용
접 불빛으로 생각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
갔어.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말이 안되는
얘기였어.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그런 공사를 할리가
없잖아?
사람들이 다 자는 밤에 쿵광거리며 공사할
수가 없는데 말야...
그럼 내가 본 그 파란 불빛은 무엇이었을까?
설마 그 죽은 애의 유령은 아니겠지?
여하튼 그것은 금방 잊혀졌어.
그 앞동 엘리베이터 공사는 꼬마 애의 유령
소동때문에 계속 더디어 지다가, 결국 예정에
두배가 걸리면서 끝났지.
하지만 이상한 일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
니었어.
엘리베이터를 교체하면 아무일도 없을 것이
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오산이었어.
새로운 엘리베이터도 계속 말썽을 일으키는
것이었어.
항상 7층에 서 있질 않나, 애의 소리는 계속
들리질 않나...
가장 이상한 현상은 밤만 되면 전기에 이상
도 없는데 엘리베이터 등이 나가는 것이었어.
그런데도 밖에서 보면 엘리베이터 문틈 사이
로 푸르스름한 빛줄기가 보이곤 한다는 거야.
자꾸 그런 고장이 신고되니까, 시공 회사에
서 와서 수리를 했어.
몇번 수리를 해도, 계속 문제가 발생했대.
그러다 어떻게 된 건지, 수리하는 도중에
회사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껴서 죽었고, 기술
자 한사람은 떨어져 반신 불수가 되는 사건이
발생했어.
끔찍한 사건이었어.
경찰이 나와 진상을 조사해봐도 특별한 사
실은 없고, 수리중 과실로 판명 되었어.
어쨌거나 그 아파트 집값은 거의 바닥으로
떨어졌지.
생각해봐라. 몇달 사이에 두명이나 엘리베
이터 때문에 죽고, 귀신 소문도 있으니...
그런데 이상한 것은 두번째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 그 유령 소동은 깨끗히 사라지고, 엘리
베이터도 정상 가동이 되었어. 마치 두 사람의
생명을 먹어 치운 다음에 포만감에 낮잠을 즐
기는 것처럼 잠잠해 진거지...
그 괴상한 얘기는 사람들 뇌리속에 점점 잊
혀지고...
그래, 이것이 네가 듣고 싶었던 얘기니?”
나는 긴 얘기를 마치고 재원이를 쳐다 보았
다. 놀랍게도 재원이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마치 무서운 사실이라도 깨달았다는
듯이...
나는 목을 축인 후 멍해 있는 재원이에게 말
을 건냈다.
“임마, 별로 무서운 얘기도 아닌데, 뭘 그리
놀라니?
그러나 저러나, 내가 얘기하면, 해준다는 골
때리는 얘기는 뭐니?
빨리 해 봐.”
재원이는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담배불을
부치며 혼잣말로“그런 얘기였구나...”중얼
거리더니 그 믿지 못할 얘기를 시작했다.
“그랬구나...
나도 우연히 그 엘리베이터에 대해 믿지 못
할 얘기를 들었거든...
아직도 믿지 못하지만...
기말 고사 바로 직전이었어.
학교의 수업때문에 정신과 실습을 돌게 되
었어.
내가 그 사람을 만나 그 기괴한 얘기를 들
은 것은 그 실습때였어... ”
재원이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듯이 술잔을
가만히 바라보고 그 믿어져지지 않는 얘기를
계속했다.
“정신과 실습이라 호기심반 기대반이었
어... 선배들 말로는 재미있는 구경
많이 한다고 했거든... 그리고 정신 나간 사
람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했
고.. 처음엔 거의 신기함을 느끼며 시작한 실
습이었지... 이상하지?
똑같은 사람인데도 정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구경거리 또는 환자 취급받는 것... 어
쩌면 스스로들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들도
얼마만큼은 광기나 비정상적인 면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표출을 잘하지 못하 는것 아닐
까... 무슨 이야기하다가 이런 얘기가 나왔지?
아아... 정신과 실습.
실습 돌기전에 교수님이 단단이 주위를 주
신 것이 있는데, 바로 환자들 개인적인 감정교
류를 삼가라는 거야. 주소나 연락처를 적어주
거나, 필요이상으로 친밀감을 보여주면 환자
들에게서 이상한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거
야. 정신병 환자들은 이상하게도 의사에게 의
지하려는 경향이 많다고 하거든.
그래서 좀 긴장도 하고 실습에 참가하게 되
었어.
처음 정신병 환자들을 만나 보면 참 기분이
이상해져.
그리고 그들의 기묘한 모습을 볼 수가 있지.
일한아, 너 정신병 환자들이 자신들이 미친
것을 알 것 같니? 아니면 모를 것 같니? 일반
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대부분의 정신병자
들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인정하고 있어. 어떤
환자들은 자기들의 증상까지 확실히 알고 있
기까지 하단다.
나도 처음 갔을 때 그들의 모습들을 보고 놀
랐어.
환자들이 무리를 지어 시간을 보내는 거야.
TV를 보거나, 탁구를 치거나 아니면 멍하니
앉아 있는 거야. 마치 무슨 영화에 한 장면 같
은 것이었어... 강의 시간이나 말로만 듣던 정
신 질환자들을 실제로 보니, 그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어... 글쎄 뭐랄까... 한쪽으로는 슬
퍼지면서, 뭔가 가슴에서 복받쳐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정상적이지 못한 사람들이라... 그것도 신체
적 장애가 아닌 정신적 장애로...
강의는 유형별 환자 형태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되었어.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환자들은 비슷한 증
상의 환자끼리 어울린다는 거야. 잠깐 얘기한
것처럼 환자들은 자기들 증세를 알거든...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증 환자들
끼리 모여서 놀고, 조증 환자들은 조증 환자들
끼리 어울리고 있는 거야.
그런 식으로 환자들은 모여서 놀고 있고,
우리는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있었어. 강의의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갑자기 등뒤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 거야.
중요한 부분의 강의가 시작되려는데 자꾸
뒤가 신경 쓰이는 거야.
누군가가 나를 뚫어지게 보는 것 같았다.
뒤를 돌아다보니, 휠체어에 타 있는 한 사
람이 쾡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것이었어.
부스스한 머리며 면도를 않해서 지저분한 얼
굴과는 달리 그 사람의 눈빛은 기이할 정도로
강렬했어. 눈빛에는 흉터가 있어 더 으시시해
보였지. 나는 그 사람의 이유 모를 강렬한 시
선과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어.
그 사람은 우리들을 먹어치울 듯한 기세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거야. 나는 그 사람
의 눈빛이 마음에 걸렸지만, 교수님의 강의 때
문에 금방 그 시선을 무시했지. 평범한 정신질
환자로 생각하고...
그러곤 그 수업시간이 끝난후 그 휠체어에
앉아있던 그 사람에 대해선 곧 잊게 되었어...
이튿날도 역시 정신과 실습이 있는 날이었어.
이번에는 환자들과의 개인 면담도 하는 기
회가 주어졌어.
우리들은 서로 환자중에 예쁜 여자의 상담
자가 되길 바라면서, 약간 들뜬면서도 한편으
로는 긴장된 마음으로 정신 병동으로 모여들
었어.
순번대로 대기된 전형적인 증세의 환자들과
개인 면담을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간이
었어. 우선 우리들에게는 환자의 신상명세서
와 기록카드를 건네주고 그 환자와의 면담에
임하게 하는 것이었지.
나의 환자는 누굴까 하고 궁금해하면서, 지
정된 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간호사가
그 환자의 개인 기록과 휠체어를 밀고 왔어.
내 상대인 환자를 보는 순간 좀 섬뜩했어.
바로 전날 우리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그 사
람이었던 것이었어. 나는 속으로 재수 없다라
는 생각부터 나더구나. 하지만 어쩔 수 없잖
아...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담이니... 우
선 그 환자의 개인 기록부터 살펴봤어.
이름 한덕철, 1962년 3월 13일 대구 출생.
학력 고졸. P산전에 입사.
엘리베이터 기술자로 근무.
1995년 8월 엘리베이터 수리중 4층에서 추
락. 반신불수.
사고 이후로 정신장애를 보임.
대충 이 정도의 얘기였어. 그 환자의 증세
에 대해선 여러가지 기록이있었는데, 전형적
인 할루시에이션(쉽게 말해 환각)증상의 환자
라고 할 수있었지. 다시 말해 헛것을 봤다고
진술하며 밀실과 어둠에 대한 극도의 공포심
을 지니고 있다는 거야.
나는 수업시간에 배운대로 최대로 친근하게
그 사람에게 말을 건넸지.
하지만 그 사람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기
만 하는 것이었어.
그러더니 엉뚱한 말을 던지더군.
‘엘리베이터 타고 왔나? 젊은 의사 양반...’
나는 그의 황당한 질문에 잠시 말문이 막혔
지. 순간적으로 이런 사람과 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걱정이 되더군...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말을 이었지.
‘물론 엘리베이터 타고 왔죠. 엘리베이터 잘
고치셨다면서요?’
그러자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음침하게 다
시 물어봤어.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 애의 모습을 보았
나? 아니면 그 애의 울음소리라든가...’
나는 황당하긴 했지만 그가 처음부터 자기
의 환각, 특히 환상과 환청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문득 선배들이 얘기해준 것
이 생각나더구나. 정신 질환자와 상담할 때,
아무리 훈련받은 의사라도 충격으로 미칠것 같
다는... 멀쩡하게 보이는 사람이 진지하게 황
당한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면 겁까지 난다고들
했거든... 나도 덜컥 겁이 났지만, 그래도 어쩔
수없이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작했어.
‘요즈음도 그 애가 보이나 보죠?’
나는 간신히 얘기를 끌어내려고 했는데, 그
는 내 얘기에 갑자기 미친듯이 웃어대는 거야.
하긴 정말 미친 사람이었긴 하지만... 주위 사
람들은 다 우리를 쳐다보는 것 같아, 당황해서
웃고 있는 그에게 말을 걸었지.
‘무슨 일이죠? 제가 잘못이라도 했나요?’
‘하하하... 당신도 똑같군. 무조건 내 얘기를
믿어주는 척하는 것하며... 그래도 할 수 없수
다. 당신네들이 나를 미쳤다고 하면 미쳤을 테
니...
하긴 나도 미친 사람 취급받는 것이 괜찮으
니까... 그 애도 안 볼수 있고...
의사들은 다 돌팔이라니까... 자기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얘기를 하는 사람은 모조리 정신병자
취급한다니까... 그러면서도 환자말을 다 믿는
척하는 사기꾼들이지... 연기라도 잘하면 봐
줄만하지. 환자를 경멸하거나 실험실의 하얀
생쥐로 간주하는 속얼굴도 제대로 숨기지도
못하면서 겉으로만 자애로운 척하고... 3류
배우지 3류...
보아하니 자네는 아직 의사도 안된 학생같
은데, 내 얘기가 필요하겠군...
그럼 해 주지... 나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것
은 댁의 자유지만, 확실히 나는 안 돌았수다.
내 얘기를 듣고 경찰에 신고해도 좋수다.
하지만 경찰은 나를 정신병자로 생각하고
오히려 댁도 미친 놈으로 몰껄... 여하튼 이
얘기는 처음하는 얘기니까...
그러니 내 얘기를 듣는 대신 제발 나를 엘
리베이터에 태울 생각은 꿈에도 하지마슈...’
그러고 시작한 그의 얘기는 나중에 보고서
쓸 때 한참을 고민했을 만큼 정신병자 같지는
않았어... 아니면 선배들 말대로 미친사람과
얘기하다가 나도 잠시 미친 것이었는지...
여하튼 나는 꼼짝도 못 하고 그의 으시시하
고 기괴한 얘기를 들었어...
‘나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수다.
배운 건 없어도 남을 해꼬지 하면서 살지는
않았는데...
신발... 이게 다 처음부터 천과장 생각이었어.
나쁜 놈... 그 놈만 아니었으면...
휴... 하긴 천과장도 위에서 날리치지만 않
았으면, 그런 생각도 못할 위인이었지... 모가
지가 달렸으니 어쩔 수 없었을 게고, 나도 그
런 이유로 그런 일에 끼게 되었고. 결국은 이
런 비참한 신세가 되었지만...
새끼 의사 양반, 자네도 나중에 돈에 양심을
팔지 마슈...
나처럼 되지 말고... 의사도 그런 나쁜 놈들
많다고 하던데...
그 날부터 시작하지...
그 날도 나는 신도시 엘리베이터 고장을 고
치고 늦은 오후에 회사로 들어왔어. 다른 고장
신고만 없으면 고스톱이나 몇판 치고 퇴근할
생각이었지... 그런데 정비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어...
사람들이 수군수군 거리고, 정비반에 들릴리
없는 영업부 천과장이 웬일인지, 정비 반장
하고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지...
나는 박씨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 마당
발인 박씨는 오늘 본사에서 들었던 얘기를 해
주는 거야.
그날 본사에서 난리가 났었대. 연말은 다가
오는데 매출 목표에는 턱없이 모자라고...
이러다간 회사에서 수십명은 모가지일 지경
이었대...
우리 정비반 사람들도 반은 목가질 것 같았
데...
가장 큰 이유는 H아파트의 엘리베이터 교체가
허사로 돌아가게 된 것이었데. 거의 100억짜리
공사였는데, 15년이 넘게 된 그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아직도 안전했고, 그 곳 주민들은
그걸 아는지 교체에 절대 반대라는 것이었어.
그래서 벼락은 그 공사를 책임진 영업부
윤부장과 천과장에게 떨어졌다는 거야...
천과장은 애꿋은 정비반에 와서 화풀이하면
서 무슨 방법을 찾아내라며 행패를 부렸다는
거야. 그래서 정비반장이 달래고 있는 거고...
우리 정비반이야 본사에서 좀 높은 양반이
와서 뭐라해도 찍소리 못했지... 그 자식은 원
래부터 그걸 노리고 왔을 거야...
나는 눈치를 보고 퇴근하려는데, 갑자기 정
비반장이 부르는 거야.
옆에는 음흉한 표정을 한 천과장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었어.
정비반장은 내가 모범사원이어서 천과장이
술 한잔 사겠다고 했으니, 저녁에 즐겨보라는
것이었어. 나는 그때부터 뭔가 냄새를 맡았지
만, 하도들 권하길래 따라갔지...
그런데 따라간 술자리는 룸싸롱이었수다.
난 처음이었수...
의사 양반은 앞으로 많이 다닐테지만...
양옆에 삼삼한 계집애들을 앉혀 놓고, 양주
를 꺼내는데 처음엔 주눅이 들어 술만 마셨어.
천과장은 뭔가 말할 것이 있으면서 계집애들
껴안고 노래부르며 분위기만 띄우는 거야.
나도 슬슬 술이 취하더구만. 내가 취한 것
같으니까, 천과장이 계집애들을 내보내더니,
내게 봉투를 내미는 거야. 그 봉투안에는 500
만원짜리 수표가 들어있더구만...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나에게 천과장은 꿀같은 제의를
하나 했어...
일을 해주면 1000만원을 더 주겠다고... 그
리고 정비반 부반장으로 승진 시켜주겠다고...
생각해봐...
1500만원이면 내 일년봉급보다 훨씬 많은
돈이고. 부반장이면 야근이나 특근도 없고
수리일도 거의 없이 노는 보직인데...
귀가 솔깃해 질 수 밖에 없더군...
그래서 생각할 것도 없이 다짜고짜 그 일이
뭐냐고 물었지...
사람만 안 상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했지...
하지만 솔직이 말하면 그때 심정이라면 사
람을 다치게 하는 일이라도 했을지도 몰라.
그때는 몰랐지만 결국 그런 참혹한 결과를
낳았긴 했지만...
천과장의 제안은 처음에는 대단하게 느껴지
지 않았어...
H아파트의 엘리베이터를 약간 손봐서 고장
나게 하자는 거야.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면, 주민들이 교체하
겠다고 나설 것 아니냐는 얘기였어. 나는 아무
주저 없이 승낙했어. 그거야 쉬웠거든.
옥상 위에 있는 모터만 약간 손보면 감쪽같
이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않게 되거든... 왠
만한 기술자라도 감쪽같이 모를 정도로...
조사해 봤자 엘리베이터가 낡어서 그렇다
고 처리될 정도의...
다음 날 술이 깨고 조금 꺼림직했지만, 어젯
밤의 천과장의 회유와 애원이 생각나 그냥 해
버리기로 했지.
약속된 날에 나는 천과장과 함께 미리 약속
된 아파트로 갔지.
그 아파트는 나도 낯익은 곳이었어.
월 정기정검때 가끔 내가 점검하던 곳이었거든.
경비와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옆 현관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지.
모터를 만지기 전에 천과장에게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어.
아무일도 없겠지만 혹시나 하고...
천과장은 알았다면서, 씨익하고 기분나쁜
웃음을 지으며 내려갔어.
그때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개 자식!
천과장이 내려가서 사람이 없다고 확인하고
나서 휴대폰으로 내 삐삐에 신호하기로 했어.
나는 준비를 끝내고 그치의 신호를 기다렸지.
이상하게 오한이 나고 긴장이 되더구만. 신
호가 왔고, 나는 모터의 와이어를 헐겁게 했
어. 그렇게 되면 엘리베이터는 층과 층 사이에
서 멈추게 되는 것이었지. 그 작업을 끝 마치
고 연장을 정리하고 있는데, 저 밑에서 참혹한
비명소리가 들려왔어...
으...윽 그...것도 아이...의 비명소리가...
그 비명소리가 의미하는 것을 나는 한동안
눈치 못채고, 멍하니 있었지...
그 소리는 길게 메아리 쳐졌어. 으흑...
곧 천과장이 헐레벌떡 뛰어올라오더니 멍
하니 있는 나를 이끌고, 옆 계단의 비상구로
향했어. 그치는 그 자리를 뜨기 전에 우리가
있던 자취를 말끔하게 없애더구만... 나는 멍
하니 그가 하라는 대로만 했어.
우리가 옆 현관으로 내려오니 그쪽에는 사람
들이 벌써 모여드는등 무슨 일이 있어 보였어.
천과장은 나를 재촉해 세워 논 자기 차에
태웠어.
그러더니 뒤돌아보고 재빠르게 그 아파트
를 빠져나왔어.
나는 그제야 뭔가 낌새를 눈치채고 다그쳤지.
사람이 다친것 아니냐고...
그때 나는 사람의 눈이 그렇게 탐욕스러워
지는 것을 처음 봤어.
천과장은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도 그 소름
끼칠 정도로 광기어린 눈빛을 하며 성공했다
고 하는 것이었어.
나중에 알고보니, 그 자식은 일부러 아이가
타는 것을 확인하고 나에게 신호를 보낸거야.
아무 것도 모르고 엘리베이터에 탄 그애는 문
이 열린채로 움직이다 멈춘 엘리베이터에 목
이 낀 것이고...
천과장은 그 얘기를 뻔뻔스럽다 못해 희열
에 찬 목소리로 얘기하면서,
이젠 그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는 시간문
제라고 즐거워했어.
불안에 떨며 화를 내는 나에게는 악마같은
표정으로 이제 공범이니
잠자코 자기가 하라는 대로만 하라는 거야.
입 단속을 당부하고 나를 내려 준 그치는
본사로 향했어.
나는 도저히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었어.
내 손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는 것 같았어.
나에게는 술밖에 없었어. 술...
그날은 술로 보냈지... 그리곤 일부러 뉴스
도 안보고, 회사에 연락해 몸이 아파 며칠 쉬
겠다고 했어.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어. 잠
만 들면 난생 처음 본 애가 처참하게 일그러진
목의 상처를 한 채 나를 원망스런 눈으로 보는
것이었어. 미칠 것 같았어...
결국 회사에 나갔지. 회사 특히 우리 정비
반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어.
그 사고로 정기 점검의 책임을 치고 정비반
장이 구속되고, 덕택에 내가 진짜로 부반장의
자리로 올랐고, 천과장은 약속대로 천만원을
지워 주었어. 그리고 일주일쯤 있다가 천과장
의 뜻한대로 H아파트의 교체 공사를 우리회사
가 따내게 되고...
나는 그 받은 돈으로 다른 일을 할 수가 없
었어. 매일 술로 보냈지...
그 돈을 술로 마셔야만 내 죄가 없어질 것
같았어. 그리고 그렇게 취해야지만 그 목이 다
친 애를 꿈에서도 볼 수 없었을 것 같았구...
그리고 며칠 후, 나는 이제 부반장의 직책
으로 정비반에서 쉬고 있는데, 정비를 나갔던
이씨하고 조수 지철이가 얼굴이 노래져서 들
어왔어.
그리곤 충격적인 얘기를 던지더군...
엘리베이터 고장 신고를 받고 가 보았는데,
아무런 이상도 없는데 그 엘리베이터는 7층에
꼭 멈추고, 전원에도 이상이 없는데 실내등이
꺼져있다는 거야. 나는 불길한 예감에 물어보
았지...맞아 그 엘리베이터였던 거야. 그 애가
죽은...
나는 소름이 끼쳤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고 더 물어 보았지...
머뭇거리던 지철이가 이씨의 눈치를 살피
며 그 얘기를 했어.
엘리베이터를 살피고 있는데, 어디선가 소
름끼치는 애 신음소리와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무서워 혼났다는 거야.
특히 7층에서 심하다는 거야...
나는 그때부터 심한 공포를 느꼈지... 뭔가
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래서 천
과장에게 연락했지...
천과장의 목소리를 들으니 그치 역시 정상
이 아니었어.
한 동안은 공사를 따냈다고 위로부터 칭찬도
많이 듣고, 큰 공사의 떡고물을 챙기는 등
신나 하던 그였는데, 어느 새 말이 아니게 핼쑥
해진거야. 얘기를 들어보니 그 자식도 목이 다
친 그 애가 자꾸 꿈에 나와 미차겠다는 거야.
그래서 그날 있었던 얘기를 해주니 미치려고
하는 거야... 그 자식도 술을 미친 듯이 마셔대
더군... 하지만 그 놈은 독한 놈이야... 그렇게
무서우면서도, 곧 없어질테니 말조심이나 하
자는 거야...
며칠이 지나고 그 아파트에서 또 고장신고가
들어왔어.
이번에 나이가 제일 많은 박씨하고 노련한
최씨가 따라갔어.
나는 초조하게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최씨가 새파래진
얼굴로 들어오더니, 물을 한컵 마시더니 흥
분된 목소리로 귀신을 봤다는 거야.
나는 까무러칠 정도로 놀랐지만, 얘기를 들
었지...
나이 많은 박씨는 기절해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거야.
둘이 옥상에 올라가 엘리베이터 모터를 점
검하고, 전원을 체크하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
척이 들렸다는 거야...
뒤를 돌아보니 목을 찌그러진 애가 눈에서
파란 빛을 내며 자기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거
야. 처음에는 그냥 거기 사는 애인줄 알고 후
레쉬를 비치며 저리가라고 했더니, 그 애는 멍
하니 자기들을 쳐다보더래...
그러더니... 이 아저씨들은 아니네...
그 아저씨들은 언제와요... 하더라는 거야.
목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면서...
그제서야 박씨와 최씨는 이 애가 죽은 애라
는 것을 깨닫고 소름이 쫙 끼쳤다는 거야.
그네들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 애는
소리없이 사라졌다는 거야. 거기서 박씨는
기절하고...
나는 이제 그 애가 바라는 것이 나와 천과
장이라는 것을 확신했어...
무서웠지... 주민들이 했었던 굿판에도 몰
래 가 봤지...
그 무당이 하는 말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
했어. 나만 빼고...
너무 무서웠어... 당장 때려치고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어졌어...
하지만 그 공사때문에...
그리고 공사가 시작되었어. 공사는 원래 우리
정비반 일이 아니었는데,
너무 일손이 딸린다고 우리도 그 공사에 투입
되었지...
다행히 그 엘리베이터 공사는 우리 소관이
아니었어. 하지만 그것은 속단이었어. 그 애는
공사장에도 나타났던 거야. 그래서 인부들은
슬금슬금 그곳을 피하기 시작했어.
생각해봐...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신음소리와 울음소리란...
결국 우리 정비반이 그 엘리베이터 교체를
맞게 되었지. 정비반 사람들도 그 애의 혼령에
대해 알고 있으니 모두 꺼려했지... 하지만 어
쩔 수 없었어... 그래서 인원도 두배로 늘리고
작업시간도 낮시간에만 했어. 그러니 시간이
휠씬 많이 걸렸지...
나와 천과장은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생각
했어.
하지만... 그건 단지 시작일 뿐이었어...
교체 공사가 끝났는데도 그 엘리베이터에는
자꾸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고 신고가 들어오
는 거야... 교체하기 전 바로 그 현상들이었
지...
아이 울음소리, 항상 7층에 서 있고, 실내등
은 깜박거리거나 꺼져있고,
사람이 적게 타도 인원초과 비상등이 켜지
질 않나...
어떤 주민들은 그 꼬마아이를 보았다고 설
쳐대질 않나...
정비반에서도 누구나 그 엘리베이터를 손보
러 가기는 꺼려 했어.
특히 꼬마애를 보고 기절했던 박씨가 병원
에서 퇴원하자 마자 사표를 내자 그 공포감은
더해 갔어. 더군다나 박씨는 송별회 술자리에
서 우리에게 이렇게 경고까지 했으니...
이보게들, 자네들 그 엘리베이터에는 절대로
가지 말게.
내 60평생에 그렇게 원망스럽고 소름끼치는
눈빛은 처음 봤네.
그 애는 생김새만 꼬마애고, 그 눈빛은 누군
가의 목숨을 간절히 원하는 거여... 그 애는 뭔
가 깊은 원한이 있는 것 같더구려.
그러니 조심들 하구려...
그 엘리베이터 수리를 그렇게도 꺼려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 본사에서도 회사 신뢰도 문제
라며 빨리 수리하라고 재촉했지. 나는 그 엘리
베이터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미쳐버릴 것
만 같았지. 그래서 내 개인돈 20만원을 상여금
을 걸고, 그 엘리베이터 수리를 종용했지.
젊은 기술자인 민구하구 지철이가 나섰지. 20
만원이면 신나게 놀 수 있다며... 개네들은 까
짓거 귀신따윈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큰 소리
를 쳤지... 더군다나 꼬마애 귀신이라면...
나도 그들의 큰 소리를 믿고 싶었어. 하지
만... 그 놈들은 더 심하게 당하고 돌와왔
더구만...
그것도 내 얘기까지 듣고...
민구가 미친 사람처럼 정비반에 뛰어들어와
다짜고짜 나에게 소리쳤지.
그때의 오싹함이란...
한선배, 그 애가 한선배를 찾는 것 같아요. 전
원을 점검하고 있는데 뒤에서 애 목소리가 들
리는 거예요. 눈빛에 흉터 있는 아저씨와 전화
기 든 아저씨는 왜 안 오느냐고. 너무 무서웠
어요.
그 목소리와 눈빛, 그리고 목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어요.
그 얘기를 듣자 마자 머리는 멍해지고, 흉터
있는 한선배가 생각났어요. 그 애는 한선배를
찾고 있는 거예요...
주위에서 나를 이상하게 보더군. 나는 떨고
있는 민구에게 헛것을 보고 정신이 나갔으니
쉬라고 들여보냈지.
나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천과장에게 그
얘기를 했지. 그 얘기를 들은 천과장은 광기
어린 눈을 빛내며 소리쳤지.
개 새끼, 이제 꿈에 나타나 나를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우리를 찾고 있어. 그 쪼그만
애새끼가 나를 이렇게 괴롭힌단 말야!
나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 소원이라면 만나
주지. 이번에는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도끼로
머리를 빠개 버릴 테다. 강아지...
그러더니 그 술기운에, 떨고 있는 나를 다
그치면서 그 아파트로 향했어.
그는 차에서 도끼대신 망치를 꺼내고 나에
게는 연장통을 쥐어졌어.
우리는 술기운에 공포심을 잠재우고 그 엘
리베이터로 가기로 마음먹은 거야. 천과장은
잔뜩 술취한 목소리로 나에게 당부했어...
그 새끼가 빌붙일 곳이 없어지게 아예 엘리
베이터를 추락시키는 거야.
그럼 모든 일이 끝나겠지. 나는 그 새끼가
나타나면 망치로 머리를 부셔 놓겠어. 신발!
내가 얼마나 독종인가를 보여주겠어...
나도 술기운이 돌기 시작했는지, 낮에 가졌
던 공포심이 싹 사라지고, 호기있게 그 아파트
로 들어갔지. 그때는 몰랐지.
그것이 지옥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던 것을...
그때가 아마 밤 11시쯤이었을꺼야. 현관에
서 경비가 우릴 잡더군.
엘리베이터 고치러 왔다니까 그냥 통과였
지 하도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니까, 아무런
의심없이 보내주더군...
엘리베이터는 역시 7층에 서있었어.
엘리베이터는 보턴을 누르기도 전에 자동
적으로 1층으로 내려오더군.
누가 7층에서 타고 내려오는 것처럼...층을
가리키는 불빛이 하나씩 내려올 때 마다, 점점
겁이 나기 시작했어. 그렇게 많이 마신 술기운
도 점점 깨기 시작했어. 그러나 천과장은 아무
렇지도 않게 망치를 손에 들고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는 거야. 웅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1층에 내려왔어. 순간적으
로 죽음과 같은 침묵이 흘렀지... 그리곤 덜커
덩하고 문이 열렸어.
엘리베이터안은 전등이 나갔는지 칠흙같이 어
두웠어. 누군가 내리길 기대했는데, 아무런 인
기척도 나질 않았어. 후레쉬를 비쳐보니 빈 엘
리베이터였던 거야. 하지만 그 속에서 웬지 모
를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더구만.
하지만 천과장 그치는 아직도 술이 안깼는지,
아니면 정말 겁이 안났는지 엘리베이터에 먼
저 탔어. 어쩔 수 없이 뒤를 따랐지...
우리가 타자마자, 보턴도 누르기 전에 엘리
베이터 문은 스르르 닫혔어.
엘리베이터안은 후레시 불빛밖에 안남았어.
나는 미칠 것만 같아서, 재빨리 제일 위층인
14층 보턴을 눌렀지. 옥상에 올라가야
엘리베이터를 추락시킬 수 있으니까...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올라갔어. 1층, 2층, 3
층... 엘리베이터안은 우리의 숨소리밖에 안
들렸지. 나는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어.
저절로 도구상자를 쥔 손에 힘이 가더라...
우리는 엘리베이터 위에 있는 층수 표시판만
바라보고 있었어. 그 불빛이 4층을 가리키는
순간, 갑자기 등 뒤에서 그 목소리가 들렸어.
하나님 맙소사... 흑흑...
아저씨들 엘리베이터 고치러 오셨군요. 제
목도 고쳐주세요...
순간적으로 움직일 수도 없었어. 아 그 목소
리... 목에서 거렁거렁하는 소리와 함께 들려
오는 아이의 슬프고도 차가운 목소리...
우리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어.
세상에... 그 목이 껴서 죽은애가 말 그대로
쾡한 눈과 목의 끔찍한 상처를 한 채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거야. 그 눈빛에는 원망으로 가
득차서...
오늘은 정말 엘리베이터 고치시는 거죠...
당신은 상상도 못할 거야. 그 목소리하며 그
표정이 얼마나 섬뜩했었는 지를... 나는
무서워서 기절 직전이었어... 그런데 천과장은
너무나 공포에 질려 실성했는지 동물소리같은 괴
성을 지르더니 들고 있는 망치로 그 애의 머리
를 내려치는거야. 분명히‘퍽’하는 소리와 함
께, 그 애의 머리가 부서졌어. 상처 사이로 피
도 흘러나왔지. 하지만 그 애는 그대로 서 있
으면서 계속 말을 했지...
아저씨, 그러면 더 아파요. 그러지 마세요...
그때의 표정이란... 피가 흐르는 얼굴사이의
그 애의 눈빛은 이제 무서울 정도로 차가와 보
였지. 그러곤 이제 완전히 미쳐서 괴성을 지르
고 있는 천과장에게 ... 아저씨, 그만 하세요.
하면서 천천히 다가서는 거야.
천과장은 미친듯이 망치를 휘둘러댔지만, 어
느 순간 망치도 놓치고‘, 어억’하는 소리만
내면서 뒤를 돌아 미친듯이 엘리베이터 문을
열려고 하는 거야. 나는 찍소리 못하고 엘리베
이터 옆에 바싹 붙어 있었지.
그 애가 천천히 다가가는 순간‘땡’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어.
누르지도 않았는데, 바로 7층이었어.
문이 열리자 천과장은 미친둣이 나갔지.
그런데 뭐에 걸렸는지, 넘어졌어. 나도 따라
나가려는데, 그치가 넘어진거야. 천과장이 넘어
지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닫쳤어. 천
과장이 넘어진 채로 문에 낀 셈이지.
세상에! 그러더니 엘리베이터가 천과장을
문에 낀채로 다시 올라가는 거야. 필사적으로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치는 천과장의 다리를 그
애가 꼭 잡고 있고. 그 애는 피투성이의 얼굴
로 새파랗게 질려 있는 나를 보고... 아저씨,
이 장난 재미있죠?... 물어보는 거야.
‘아...악’하는 처첨한 비명소리와 함께 천과
장은 엘리베이터에 허리가 꼈지. 올라가는 엘
리베이터의 힘에 못이겨‘우드득’하는 뼈 부
러지는 소리와 함께, 그렇게 발버둥치던 다리
도 쭉 뻗었어. 그리고 엘리베이터는 다시 내려
와 7층에 멈추었어...
그 아이는 나를 보고 씨익 웃더군. 나는 순
간적으로 열림보턴을 누르고, 천과장의 축 늘
어진 시체를 걷어차면서 밖으로 나왔지. 숨돌
릴세도 없이 계단으로 내려가는 순간, 어느새
그 애가 피를 흘리며 내 앞에 딱 서있 는 거
야. 그러더니...아저씨도 엘리베이터 타고 가
야죠... 하는 거야. 나는 정신 없이 들고 있
던 도구 상자를 그 애에게 집어던지고, 뒤도
안 돌아보고 다시 돌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
지. 그러곤 닫힘 보턴을 눌렀어. 그리고 등을
벽에 기대고 한숨을 돌리는데, 잘못 눌렀는지
문이 안닫히는 거야. 문앞에는 널브러져 있는
천과장의 시체도 보이고 너무 무서웠어. 나는
그 애가 나타나기 전에 얼른 다시 닫힘 보턴을
눌렀지. 그제서야 문이 닫혔어.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 그런데...
갑자기 거의 닫히던 문 사이로 피투성이의
그 애 얼굴이 팍 들어오는 거야. 심장이 멈출
정도로 놀랐지.
아저씨 같이 타고 가요...
나는 괴성을 지르며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발
로 그 애 얼굴을 밖으로 밀어냈어. 그러니 문
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내려가더라. 나는 헉
헉대며, 빨리 1층에 도달하기를 기다렸어.
하지만, 그건 끝이 아니었어.
문이 닫힌 엘리베이터는 깜깜했어. 그런데
누군가가 내 바지를 잡아당기 면서 말을 하는 거
야.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지. 바로 그 애였어.
아저씨 7층 눌러 줘요...
그때 나는 아무것도 머리 속에 생각나는 것
이 없었어. 빨리 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야 한
다는 생각밖에는...
의사양반, 진짜로 무서워지면 한가지 생각
밖에 안 나는 것이 사실인가?
여하튼 나는 그랬어. 그리고 문이 열리길래
내렸어.
4층이더구만. 밝은 복도의 불빛이 나에게
안도감을 주더구만. 나는 엘리베이터 문에 기
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지금 내가 겪은 일이
꿈일거라는 생각을 했지.
하지만... 그 애는 또 내앞에 나타났어.
이번에 장난기 가득한 차가운 미소를 띠고...
아저씨, 저랑 놀아요...
나는 비명을 치려 했지만, 목이 꽉 막혀 아무
소리도 못 질렀어.
그 애는 나를 확 밀쳤어. 그 순간 등뒤에서
‘땡’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
고, 나는 뒤로 쓰러졌지.
쓰러지는 순간 나는 알아챘어. 문은 열렸지
만, 엘리베이터는 여기 없고 저 밑 1층에 있었
지. 나는 4층에서 떨어지면서, 열린 문사이로
그 아이의 섬뜩한 미소를 보았지.
평생 잊지 못할...
그리곤 허리가 박살나는 고통과 함께 정신
을 잃었지...
깨어나 보니까, 이 신세고, 그 애를 본 얘기
를 하니까 정신병원에 쳐 넣더군. 아마 우리
회사에서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 밝혀질
까봐 나를 완전 정신병자 변태로 취급하더구
만... 나의 이런 사고와 천과장의 죽음도 사고
사로 처리하고... 나쁜 새끼들...
하지만 불만 없어. 나도 이대로가 나은 걸...
엘리베이터 안타도 되니까...
아 그리고, 나중에 안 일인데, 나와 천과장이
그렇게 소리를 질렀는데, 주민들은 들은 사람
이 하나도 없었다더군...
자, 어때. 들을만한 얘기 아니었수?
나를 보는 눈빛을 보면 다 알겠수다. 마음대
로 생각하슈... 나는 여기 계속 있으면 더 좋으
니까...
엘리베이터 안타도 되니까...
내 얘기는 여기서 끝났수다. 그럼 잘 해보
슈...’
그 사람은 나에게 큰 충격을 던져주고, 휠체
어를 끌고 사라졌어.
며칠동안 나는 공부도 못하고 그 사람의 기괴
한 얘기에 대해서 생각했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나는 그 면담 보고서
도 못쓰고, 담당 의사 선생님인 교수님께 찾아
갔지. 하지만 냉담하셨어.
‘그 얘긴 나도 들었네. 혹시 그 환자 자네에
게 처음 한다는 얘기라고 하지 않았나? 자네,
환자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군. 그런 자세
로는 치료하다가, 정신병 걸리기 딱 알맞겠군.
그 환자는 전형적인 할루시에이션 환자일 뿐
이야. 자기의 비정상적인 증세에 대한 자기 특
유의 얘기를 만들어 낸 것일 뿐이야. 다시 말
해 정신병자의 헛소리였어.
자네가 그 상담에서 찾아내야 하는 것은 증
상의 특징과 진짜 원인이었어. 그런 귀신 얘기
믿으려면, 의학이 아닌 심령학이나 공부해!’
엄청 혼났다. 덕분에 정신과 상담 보고서도
망치고...
하지만 그 환자의 얘기가 전부 거짓말 같지는
않았어. 니네 아파트 일인것 같아 너에게 물어
본 것이고... 사실 그 환자의 그 얘기가 요즘도
뇌리를 안 떠난다. 이상하지?”
재원이의 얘기를 듣고 나니, 나도 모르게 온
몸이 흠뻑 젖어있었다.
어쩌면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지도...
“그래서 그 환자는 어떻게 되었니? 요즘도
가면 면회가 되는 거니?”
“아니... 끔찍한 일이 생겼지. 정신과 레지
던트 하던 선배가 술에 취해서, 그 귀신 얘기
하는 환자를 고쳐 놓겠다고, 휠체어에 태운 채
로 엘리베이터에 혼자 태웠대. 고작해서 20초
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는데, 그것을 못 견디
고 혀를 깨물어 자살 했어. 덕분에 그 선배는
병원에서 짤리고...
그렇게 무서웠나 보지...”
“그랬구나, 자식! 괜히 무서운 얘기 들려줘
서 집에 올라갈 때 엘리베이터 못 탈 것 같잖
아...”
“뭘 임마...”
여하튼 나는 그 얘기 듣고 앞으로 정신과
전공할 생각이다.
심령학과 같이 남들이 이해할 수 없다고 치
부하는 분야를 공부하고 싶거든. 의학은 사람
의 신체만 고칠 수 있는 어쩌면 협소한 학문일지
도 몰라. 나는 사람의 영혼을 고치고 싶거든...
그 속에 뭐가 들어있나 알고도 싶고...”
재원이가 그런 일 때문에 자기 전공과목을
바꾸겠다는 얘기는 놀라운 얘기였다. 그렇게
하고 싶어하던 의대공부였는데...
어쩌면 미친 사람의 헛소리에 불과할 지도
모르는 헛소리에 중요한 자기 일생의 진로를
결정하다니...
그래서 인생이란 역시 재미있는 것인가...
재원이와 헤어지고 이것저것 생각하며 집으
로 왔다. 밤 늦은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
고 있으려니, 아까 들은 얘기가 생각나 겁이
났다.
문이 열리자. 입에서 욕이 나왔다.
제기랄!
무슨 일인지 우리 엘리베이터도 전등이 나
가 있는 것이다.
선뜻 엘리베이터에 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날 밤, 나는 6층인 우리집까
지 걸어 올라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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