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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마르게 허기가 그립다.***

질경이 |2003.06.12 08:29
조회 703 |추천 0

 

 

***목마르게 허기가 그립다.***

 

 

치자꽃 송이마다

아픔을 엊은 적이 있다.

그리움을 엊은 적이 있다.

 

정부도 이웃도

서민들의 서까래 아래에서나 찾을 일이고

 

배가 등짝에 붙은 허기도

이제는 막노동꾼의 부엌에서 조차 찾기 힘든 시절,

 

남은

까마득한 길에

날은 저물고,

베낭에는 물 한 방울도,비상식량 한 움큼도 남아 있지 않았다.

 

죽지 않기 위해 발은 걸어야 했고

머리속에서는

희안하게도

쌀 한톨이 귀하던 시절,

*송구대 꺽어

잘근 잘근 씹어 대던 그 솔향내가 먹고팠다.

아름드리 큰 소나무의 상처사이로

배어 나오던 뽀얀 송진이 먹고팠다.

 

지천에 널린 밀밭에서 밀 이삭 뜯어서는

아궁이에 그을려 손바닥으로

싹싹 비비면 나오는 채 여물지 않은

밀알들에서 배어 나오는 순백의 맛을, 

숯 검뎅 묻혀가며

손톱밑이 까매지도록 먹어 대던

그 허기가 그립고

 

막걸리 걸러 내고

남은

*술지게미에 사카린 두 어개 넣고

무쇠솥에 불 때 끓여서는

양푼채로 둘러 앉아 숱가락 담그가며

퍼 먹던 그 허기가 그립고

만족과 취기가 한꺼번에 몰려와 비틀거리며

호롱불 아래에서 숙제도 다 못한 체

잠이 들었던 그 추억이 그립다.

 

설탕으로 조리고

화학조미료로 무치고

기름으로 튀기다보니

 

오미(五味)는 어디가고

닝닝하고 단맛만 남은 세상

 

씻을 필요도 없고

두 눈감을 필요조차 없는 두릅을  입에 넣었다.

 

싸아하며 향기가 입안에 감돌고

쌉싸름한 첫맛에

달작지근한 끝맛으로 혀 끝에 남았다.

 

그리움의 맛 잊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렸으므로,

 

비계살 덜렁거리며

허기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렇다고

비오는 날 아침에는

생선만은 굽지 말일이다.

 

*술지게미: 술 찌꺼기의 사투리

*송구대:   4-5월이면 소나무위에 자라나는 아직 목질화되지 않은 부분

 

 

글/이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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