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북서쪽 끝자락에 가면 수색동이란 동네가 있습니다.
가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서울의 전형적인 서민층이 사는 이 동네에 가면 <연탄갈비>라고
써붙여진 음식점들이 즐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동네에 왜 이런 촌이 형성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나름 수색동의 상징으로 연탄갈비, 즉 갈비나 기타 고기를 연탄불에 구워먹는
방식이 자리잡은듯 합니다.
이 중, 오늘 제가 말하려는 곳은 얼마전에 가 본 <돼지네 연탄갈비>라는 집입니다.
10개 남짓한 둥근 원테이블이 놓여진 자그마한 가게이지만,
이 집에서 제공받은 감동은 100여 이상의 테이블이 있는 대형음식점 그 이상이었습니다.
자! 위에서 이왕 말을 꺼냈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메뉴판부터 보시죠. 놀랄 준비를 하시고...
별로 놀랄만하지 않다고요? 삼겹살, 돼지갈비가 4000원이 아니고, 동네에 2900원, 3300원 이런
음식점도 많다구요? 그리고 소고기 저가격이면 대강 수입산 좋지 않은 고기 파는거 아니냐구요?
그게 아니니 제가 이 글을 쓰고 있겠지요.
자! 먼저 소고기부터 볼까요? 제가 참 좋아하는 안창살이 8000원이라...
사실 저도 이 집에 들어가 소위 '싼 맛에' 안창살을 주문했지만, 별 기대 없이 그저 배나
채우자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고기를 좀 좋아하시는 분은 다 아시듯이, 소고기에 있어서 마블링이 절반이상을 좌우하는데...
썰어져 나오는 마블링을 보는 순간 저의 이런 생각은 확 바뀌게 되었습니다.
'아! 이집이 싸다고 대강 파는집이 아니구나'라며 느끼며 연탄불 위에 고기를 한 점, 두 점 올려
구워 먹어보았습니다.
제 맛을 느끼기 위해 핏기만 가시게 살짝!!
연탄불에 고기를 구워서일까, 고기에 기름이 적당히 베어 특이한 맛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소고기는 마블링을 보면 맛이 보인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소고기집에서 참 맞추기 어려운 것이 적당하게 씹는 맛을 주면서도,
너무 씹기 힘들지 않게 고기의 두께와 마블링을 잘 맞춰야 하는데, 이 집 고기는 이런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했습니다.
8000원짜리 안창살에 뜻밖의 감동을 받은 저는 4000원이라고 쓰여진 삼겹살의 상태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기 삼겹살로 2인분 추가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주인양반은 연탄불 대신 가스불위에 돌판을 얹고,
그 위에 삼겹살과 김치, 각종 야채를 보기 좋게 올려 놓았습니다.
(아래 보이는 것이 약 1인분에 나오는 양)
흔히 동네 곳곳에서 자주 보이는 3300원짜리 저가 삼겹살 집이, 야채 따로 주문, 반찬은 셀프...
뭐 이래서 결국 별로 싸지도 않으면서 서비스도 못받는 것도 달리,
이 집은 야채에 음료까지 공짜로 제공을 해 주더군요.
여기에 정성스레 굽고 썰어주는 서비스까지...
더욱 결정적인 것은, 아니 4000원짜리 삼겹살이 냉동이 아니고 생삼겹이라고?
참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삽겹살에서 나온 기름이 흘러 김치를 적시고, 기름빠진 고기를 기름에 구워진 김치로 싸먹는
소위 '김치삼겹살'이 이 집 삼겹살의 특징입니다.
안창살에 이어 4000원짜리 생삼겹 맛에 다시 한번 놀란 저는,
이쯤에서 주인양반에게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냐? 이해가 가지 않지 않습니까...분명 고기들이 싸구려가 아닌거 같은데,
음식값은 상상이상으로 저렴하고...어떻게 이런 시츄에이션이 가능한지...
"이 집의 비밀이 뭡니까?" 한참 고기를 굽고 있는 사장님께 물었습니다.
사장님 왈, "저와 처남 둘이서 공동사장으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처남이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오랫동안 고기납품업을 하고 있고,
지금도 계속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중간마진없이 싸면서도 질좋은 고기를 들여오니
그게 비법이라면 비법이지요"
'아하!! 그거구나" 이해가 팍팍...무릎이 닿기도 전에 이해가 되더군요.
와이프와 둘이가 안창살 2인분에, 삼겹살 2인분, 여기에 곁들인 소주.
배가 어느정도 찼다 싶어 자리를 뜨려는 순간,
주인양반의 한 마디, "혹시 밥 볶아 드릴까요?"
"아니 삼겹살에도 밥을 볶아 먹습니까요? 그럼 어디한번..."
숟가락 두개와 가위로 자르고 볶고 한 지 3분여...주인양반이 만들어낸 하트 볶음밥.
아직도 눈에 가물거립니다. ㅋㅋ
성인 두 명이 소고기를 섞어 고기에 소주, 볶음밥까지 배불리 먹고 계산한 금액은 고작 2만원대.
2000년대에 사는 저희는 70년대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습니다.
돼지네연탄갈비, 수색동사무소 근처, 02-305-5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