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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가지고 놀리는 초등학생들

swott |2007.08.22 18:55
조회 1,683 |추천 0
저는 분당구 구미동의 큰산학원이라는 초등 수학학원 교사입니다.
학원 교사로서 너무 성숙해 버린 건지, 세상에 찌든 건 지 모를 요즘 초등학생들을 보며,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아 이 글을 써봅니다.

저희 학원은 고급 빌라촌과, 아파트단지, 주공아파트, 그리고 임대아파트(7평~13평)의 중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저희 학원에는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모입니다.

물론 부유한 집안의 자녀들이 많이 모이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 집안에서는 자녀의 사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이죠.

요즘 부유한 집안 아이들이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영재 교육부터, 음악, 무술까지.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은 어딜 가든 뒤쳐지게 됩니다.
공부, 음악, 심지어 싸움을 해도 앞서는 쪽은 항상 부유한 집 아이들이죠.

상황이 이러니 가난한 집 아이들은 여리디 여린 초등학교 시절부터 열등감과 상처에 고통받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하게 되고, 말도 제대로 못하고, 왕따를 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들이다 보니 사리 분별 능력이 떨어져서 그렇다고 할까요, 처음 만난 아이들끼리 집 평수를 물어보는 것을 거리낌없이 합니다. 그런 물음이 실례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죠.
심지어는 이러한 대화가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X네 집에 놀러갔었는데, 집 *나 작더라. 불편해서 어떻게 사냐 불쌍하더라'같은 얘기를 하는 것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2년 전, 고급 빌라에 사는 4학년 아이가 제게 물어왔습니다.
"선생님은 몇 평 사세요?"
저는 대답했죠. "15평 사는데 ,왜?"
"아 그래서 결혼 못하셨구나..."
저는 요놈 하고 혼내주고 돌아섰지만, 왠지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습니다

제 자존심이 상해서도 아니었고, 집이 작아서도 아니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세속적이고 계산적인 지를 그 때는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너무도 가슴이 아픕니다.

자식들에게 자율만을 앞세웠던, 그리고 윤리와 처세의 중요성은 간과한 채 지식만을 강요했던, 덧붙여 집값과 집 평수에만 혈안이 되어있었던,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큽니다. 어른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사회 분위기가 아이들의 동심을 앗아가고, 그 자리를 열등감, 혹은 부동산, 돈같은 세상적인 것들로 채워가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대학을 잘 가고, 출세한들 뭐하겠습니까. 초등학생 때는 인성을 정립해가는 단계인데 학부모들은 자식의 성공에 눈이 멀어 정작 가장 중요한 것들은 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이 중요한 지를 알아야 합니다.

어린이들의 순수함은 갈수록 희미해져가고, 때묻어갑니다.
어떤 아이들은 세상적인 관심에, 다른 아이들은 열등감에 물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교사를 하면서 이제는 어린이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 지를 깨달았기 때문에, 지식 위주의 교육에 철학과 인성 교육까지 겸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는 집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님을, 가난과 부유함은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차이일 뿐임을, 잘 사는 아이들에게는 어떤 것이 진정 인생에서 중요한 것인 지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모두 어른들의 탓입니다.
사람을 판단하는 척도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재물인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아이들의 순수함을 바란다는 것은 오히려 모순이자 과한 욕심일 것입니다.

인종, 집안, 재산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아니 모든 사람들이 어울리고 웃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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