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몇 번을 망설이다 이렇게 용기내어 글 남깁니다.
저는 27살 여자이구요.
2년정도 사귀어온, 31살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마음은 내년 가을쯤 결혼을 하고 싶은데, 고민이 많네요.
저희 엄마께서 교제자체를 계속 마음에 안들어했던 상황이거든요.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작지만 내실있는 건설회사에서 공무를 보고 있었고,
남자친구 역시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회사 시공팀에 있었어요.
그렇게 만나 연애를 시작했는데요.
교제한 지 7개월정도 후부터,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핸드폰도 정지시키고 하루종일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는,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지만,
남자친구가 퇴근후나 주말이나 거의매일 도서관에 와주어서, 그래도 잘 버텨갈 수 있었고,
덕분에 비교적 빠른시간에 합격해서 공무원이 될 수 있었어요.
공부를 하는 동안에는, 이렇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과 하루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사람마음이 간사하다고 막상 공무원이 되고나니, 가끔씩 마음이 흔들립니다.
속물처럼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일단 눈에 보이는 조건을 말씀드릴게요.
엄마가 남자친구를 싫어하시는 이유들이기도 합니다.
제가 사는 곳은 지방의 중소도시라, 고교 비평준화 지역인데요.
저는 이지역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여고를 나왔구요.
남자친구는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인문계를 포기하고 공고를 나왔습니다.
이게 반대하시는 첫번째 이유예요.
두번째는 집안과 형제.
저는, 그렇게 부유한 편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부족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왔고,
아빠께서 퇴직을 하신후에도 연금을 받으셔서, 그런대로 살만 합니다.
참 저는 딸 셋 중, 장녀이구요.
남자친구의 집은 시골인데, 3남5녀 중 막내라서, 부모님 연세가 많으십니다.
부모님 사이도 좋으시고, 저희가 생활비를 드려야 하는 것도 아니라서, 이게 문제될 건 없지만,
엄마가 말씀하시는 문제는 형제들이 부자인 것도 아니고 관직에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형제들이 뭐 손벌리고 기대고 그런 상황은 아니지만,
위에 형들이 잘 살아야 동생도 잘 산다고 생각하시거든요.
게다가 아직 엄마한테 말씀 안 드린 게 있는데, 이걸 아시면 더욱 상황이 악화될 것 같아요.
작은형이 37살정도 되는데, 어릴적 사고를 많이 치고 자라서 중학교밖에 졸업을 못했어요.
그런데다 생활도 일정치 않아서, 결혼을 못하시다가,
올해초에 20살짜리 필리핀여자와 국제결혼을 했습니다.
지금은 부모님과 함께 넷이 사는 상황이구요.
시댁은 여자에게는 평생 같이 가야할 숙제(?)라고 하는데, 저 자신도 이건 고민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직장.
저는 그래도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이구,
남자친구는 언제 짤릴 지 모르는 중소기업의 회사원이라는 겁니다.
아마 사무직이 아니란 걸 아시면 더욱 반대하실 것 같구요.
엄마가 반대하는 이유는 여기까지예요.
다행히 아빠께서는 사람이 괜찮은 것 같다고, 그런대로 괜찮아하시는 상황이구요.
제 남자친구,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어떤 일이든 생각할 때 항상 저를 우선순위에 두고,
술 담배 전혀 안하고,
함께 지내온 2년동안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계산없이 저를 사랑해줍니다.
저도 그런 그 사람의 모습을 사랑하구요.
지금처럼 싸우는 날도 있겠지만,
가끔씩, 그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가족을 이루고 그런 상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많진 않지만 그래도 남자친구가 모아놓은 돈에다 대출 조금 받아, 24평 아파트 전세로 시작해서,
같이 맞벌이하면서, 많이 아끼면서, 조금씩 늘려가며 살고싶다고 자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또 가끔씩은 과연 내가 이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할 수 있을까.
남하고 자꾸 비교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결혼하신 분들,
아니면 깊이 사랑해본 적 있으신 분들,
말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