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시간을 쪼개어 모처럼의 가족 나들이를 나섰다가 길에서 시간을 다 보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이런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 아까운 사람들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여유 있게 도심 속의 문화 공간을 찾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도심속의 산사, 봉은사
'봉은사'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내려 종합전시장 쪽으로 나오면 거대한 유리탑 같은 무역센터 건물 곁으로 멀리 봉은사가 보인다. 봉은사를 감싸고 있는 숲은 스산한 겨울빛을 띠고 있지만 회색 콘크리트 숲이 주는 삭막한 느낌보다 신선하다.
수도산(修道山)이라고 했던가? 도무지 서울에 있는 산 이름 같지는 않다. 그러나 경기고등학교를 머리에 이고 있고 양지바른 곳에 수도하는 큰 가람(伽藍)을 안고 있는 이 자그마한 산은 도심 속의 산소 같은 공간이다. 물론 그 산소를 받아 숨쉬고 있는 봉은사도 소중한 공간이다.
신라의 고찰인 봉은사에 들어서면 신도들이 소원을 적어 매달아 놓은 초롱이 양편으로 빼곡이 매달려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다. 조금은 초라한 천왕문을 지나 만세루 돌계단을 오르면 여느 절보다 크고 웅장한 대웅전을 구경할 수 있다. 초파일이 머지 않은 지금 쯤이면 불자들의 발걸음도 잦아 절 마당이 약간 북적거린다.
대웅전을 둘러 30여 돌계단을 오르면 몇몇 암자가 도란도란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에 서면 무역센터와 종합전시장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오후의 나지막한 황금 햇살이 내리고 있는 대웅전의 잔잔한 기와도 볼만한 풍경이다. 암자 뒤쪽은 잡목과 새 기운을 찾는 풀들로 둘러 있는 산허리로 발바닥을 간지르는 풀잎의 촉감을 느끼며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가는 길 : 영동대교쪽에서 오는 경우 경기고 및 청담역 사거리 직진 한 후 코엑스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봉은사 입구에 닿는다.
★서울의 산소공장 남산
남산. 너무 가까이 있어 그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치게 되는 그 곳에는 의외로 훌륭한 휴식처와 볼거리가 널려 있다. 다리 품을 조금만 팔아도 발아래서 힘있게 움직이고 있는 서울을 내려다 볼 수 있고, 마음먹고 남산 타워까지 올라가면 서울 시가지는 물론 가까운 위성도시도 건너다 볼 수 있다.
계절마다 개성 있는 색상으로 잘 차려 입는 남산의 숲은 서울 사람들에게 계절 감각을 일깨워주는 파수꾼의 역할도 한다. 정말 소중한 공간이다.
남산의 진가는 역사 속에서도 존재했다. 조선시대의 지리서인 '신 동국여지승람'은 전국의 11개 명산 가운데 남산을 그 하나로 꼽았을 정도이다. 1910년 남산의 서북쪽 일대 30만평을 '한양공원'이라고 이름짓고 문을 연 '남산공원'은 1919년 남산 동쪽 13만평에 '장충단 공원'이 만들어지면서 그 규모가 커졌고 1984년 9월 22일에 두 공원을 '남산 자연공원'으로 합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남산 자연공원 구경은 걸어서 할 수도 있고 자동차로도 돌아볼 수 있다. 자동차는 남산 동쪽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순환도로를 따라 남산 타워로 가는 일방통행 길을 이용해야만 한다. 걸어 올라갈 경우에는 서쪽인 남산 식물원에서 출발해서 계단 길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남산 구경의 하이라이트인 서울 타워에 오르면 온 천하가 발아래 있다. 세계에서 10번째, 동양에서 가장 높은 다목적 탑인 서울 타워를 밤에 오르면 서울 야경을 마음껏 감상 할 수 있다.
야경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남산의 아름다움을 100배 이상 즐길 수 있는 비결을 털어놓는다. 저물 무렵 서둘러 남산 도서관 쪽으로 올라가면 여의도와 마포 뒤로 인천 쪽으로 지는 일몰의 장관을 맛볼 수 있다. 도도하게 흘러가는 한강을 선홍색으로 물들이는 낙조(落照)의 아름다움은 황혼에 울려 퍼지는 트럼펫 소리처럼 구성지다.
밤이면 타워 아래에서 조명을 비춰 신비한 느낌마저 안겨주는 서울 타워에 오르면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서울을 실컷 구경하게 된다. 검은 색 벨벳 위에 뿌려놓은 보석 같은 서울의 불빛은 희미한 북악산쪽 스카이라인 아래서 반짝이고 있다.
가로등 불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흔들리는 남산 길을 내려오다 보면 낭만 넘치는 남산의 야경 나들이는 저물어 간다. 가로수와 가로등이 있는 풍경. 이 대목에서 계절은 가을이 아니지만 조동진의 '나뭇잎 사이로'를 낮게 읊조려 볼 만 하다.
가는 길 : 남산 동쪽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순환도로를 따라 남산 타워로 가는 일방통행 길을 이용해야만 한다. 걸어 올라갈 경우에는 서쪽인 남산 식물원에서 출발해서 계단 길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추천코스는 남산 식물원 남산순환로 국립중앙극장 남산타워 남산도서관.
★특이한 볼거리, 분재박물관
분재박물관에 들어서면 소인국에 온 느낌이다. 수백 년쯤 된 듯한 노송이 발아래 있고 아름드리 고목이 한 포기 풀잎처럼 가냘프다.
서울의 남쪽에 있는 서초구 우면동 우면산 아래에 있는 분재 박물관은 한국 분재연구소에서 보통 사람들에게 분재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공간이다. 지난 88년에 문을 연 이 박물관에는 다양한 종류의 분재들이 2만여 점이나 전시되어 있다.
수령 500년이 되었다는 노간주나무, 바닷가의 내음을 풍길 듯한 해송, 작은 키에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과실나무, 매화와 백일홍 등 자연의 일부를 그대로 축소해 놓은 듯하다.
분재 역사 자료실과 분재 생활관, 분재 특설 전시장, 분재감상실 등으로 이뤄진 분재 박물관에서는 기원전부터 현재에 이르는 중국 분재의 역사와 우리나라 분재 역사를 모두 살펴볼 수 있다. 또 특설 전시장에 가면 180여종이나 되는 다양한 분재를 구경할 수 있으며 분재 생활관에서는 분재에 대한 강의를 듣고 실습도 할 수 있다.
한편 분재 감상실에서는 차를 마시며 분재를 감상 할 수 있는 쉼터로 꾸며져 있기도 하다. 보통사람들을 위한 분재교실을 운영중인 분재연구소에서는 분재를 구입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판매도 하는데 그 값은 천차만별이다.
분재 박물관의 관람 시간은 보통 9시부터 5시까지이며 휴관일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나 분재 박물관을 찾기 전에 한 번쯤 전화 문의를 해서 개관 유무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02-577-0001)
가는길 : 양재시민공원 방향 우면산 기슭에 하고 있다. 지하철 3호선 양재역 7번출구에서 414, 5, 6번을 타고 방앗간 앞에서 하차한 후 정류장 오른편을 끼고 우면산 쪽으로 300m 올라가면 '생명나무집 분재연구소'란 푯말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