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실종됐느니, 살해됐느니… 사건 사고 기사가 오늘도 속속 올라오네요.
극악무도한 죄를 짓는 이들은 ‘사람도 아니려니’라고 생각되지만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이들의 인생 이야기를 쭉 들어보면 안타까운 사연도 많더라구요.
그래서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있어도,
모든 사정을 다 아는 신은 인간을 심판할 수 없다’는 말도 있는 게지요…
드라마 GIFT는 아프고 어두운 기억에 얽매여 계속 어둠에서
허우적 거리는 사람(저를 포함해서..)에게
‘기억의 리셋(reset)이라는 벌, 혹은 축복을 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 드라마입니다.
주인공 유키오(기무라 타쿠야)는
죽도록 맞고서 캐비넷에 감금당한 후 정신을 잃고 맙니다.
죽기 직전까지 간 그를 구해준 사람은
돈 떼어먹은 동업자이자 연인을 찾으러 온 흥신소 여사장.
유키오를 발견한 여사장은 동업자에 대한 단서라도 얻기 위해
모든 기억을 잃은 유키오를 3년 넘게 자신 곁에 둡니다.
이날부터 유키오는 흥신소 배달꾼으로서 새 삶을 살게 된거죠.
과거라는 시간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여자의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 정신력(?),
육상 선수 뺨치는 순발력과 지구력, 맡은 바 임무는 반드시 완수하려는
집착이라는 본성만은 확실히 남아 있는 유키오.
신장이식이 필요한 부패 정치인에게 불법 장기 매매로 빼낸 신장 전달하기,
말기 암 환자이자 어쩔 수 없이 살인 청부업자 된 이에게
가족사진과 살인에 쓰일 총 배달하기 등 흥신소에 의뢰된 사연도 갖가지지만
유키오는 훌륭한 배달꾼으로서 물건뿐 아니라 잃었던 기억과 마음까지 전달합니다.
그러면서 하나 둘씩 퍼즐처럼 찾아낸 자신의 기억을 통해
현재와 전혀 다른, 조금은 잔인했던 자신의 모습을 문득문득 발견하면서
오히려 기억 하기를 거부하기도 하고,
과거의 자신의 모습에 당황하고, 자책하기도 합니다.
결국 ‘과거와 현재’ 두 모습 모두 자신임을 받아들이고
과거와도, 현재와도 다른 자신을 만들어갑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간 내가 살아온 길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나'로 인해 벗어나기 힘든 현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나’에 사로잡혀 고치고 싶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것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이에게
리셋하고 다시 시작해보라는 기프트를 안겨준 드라마 기프트.
유키오처럼 지난 기억은 잠시 접어두고,
자신이 가진 최소한의 본성을 토대로 새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요?
굳이 기억상실에 걸리지 않아도,
그간 나를 사로잡고 있던 어두운 기억들을 단호하게 떨쳐버리고
인생 한번 리셋하면 새롭게 변한 자신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못 고친다는데,
유키오처럼 죽을 만큼 맞기 전엔 정녕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지만요.^^
참, 이 드라마 속 또 하나의 기프트인 기무라 타쿠야.
1997년도 작품이지만 긴 머리를 정갈하게 묶고 은 갈치마냥 양복을 걸친 잘빠진 몸매로
자전거를 타는 기무라 타쿠야의 모습만으로도
다시 볼만한 가치가 있는 드라마라고 자신 있게 외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