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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란. 가족이란.

넋두리 |2007.09.01 05:11
조회 180 |추천 0

지금 이곳, 제가 머물고 있는 곳은 중국의 한 지방입니다.

 

어디인지 정확히 말씀을 드리지는 못하겠군요.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사업가이십니다.

 

대부분이 그렇듯이 생산업에 종사하고 계시지요.

 

 

저희 아버지, 의지가 대단하신 분입니다.

 

 

IMF후 내부 문제로 사업이 부도가 난 후, 저희 집의 경제 사정은 벼랑끝에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집안 사정이 안좋구나, 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터라 세상 물정을 모르기도 했고, 그저 어른들이 하자는 대로, 가자는 대로 따

 

르면 족하다고 생각 했으니까요. 하지만 사정은 그리 간단치 않았습니다.

 

 

이사를 5번을 다니면서 현실의 절박함과 세상의 냉담함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대가족의 큰 집이라 특정일에는 바글거리던 친척들의 발걸음이 끊기고, 친하게 지내던 어르신들도

 

도움을 주지 않으시더군요. 오실 때면 용돈을 주시며 덕담을 해주시던 그 분들이 말입니다.

 

결국 수 많은 친척들 중 대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극히 가까운 일가 형제들만이 남아서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도 고마우신 분들입니다.

 

 

아버지는 한동안 충격에 힘겨워 하시며 집안에서 은둔 생활을 하셨습니다.

 

급한 빚을 얼추 해결하고 나니, 부모님의 주머니에는 달랑 돈 20만원이 남았었다고 하시더군요.

 

그야 말로 빈털털이가 된 것입니다. 아버지는 몹시 미안해 하시면서도 울분에 겨워 하셨고, 어머니

 

는 생계를 걱정하시며 곧 잘 아버지와 다투셨습니다. 다행히 할아버님과 할머님이 사실 곳을 고향

 

땅에 마련해 두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못했으면 18평의 집안에 8명의 식구가 함께 살아야 했을

 

것입니다. 갈 수록 나빠지는 형편에 저와 저의 동생은 방안에서 숨죽여 울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

 

다.

 

 

어머니가 하시던 부업을 거드시면서 생계를 돕던 아버지는 딱 반년이 지난 후 다시 일에 뛰어드셨

 

습니다. 오랜 기간 사업을 하시느라 괴리감이 없잖아 있으셨음에도 아시는 분의 밑으로 들어가 일

 

을 시작하신 것입니다. 당시 아버지는 그 업계에서 괜찮은 수완과 실력을 가지고 계셨기에 그 회사

 

에 많은 기여를 하셨고, 월 300 정도의 수입을 받아 오셨죠. 생각해 보면, 그 때 만큼 기분이 좋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갔습니다. 남들 처럼 학원에 못가거나 좋은 것을 못사서 불평을 하던 철없던 시절,

 

아버지가 들고 오신 돈 뭉치는 정말 절실하게 원했던 것 이었으니까요.

 

 

하지만 2년 정도 그렇게 일을 하시던 아버지가 돌연 선언하시더군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

 

만두고 다시 사업을 시작하시겠다고 말입니다. 저희 가족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사실이었습니다. 하

 

지만 아버지의 고집은 변하지 않으시더군요. 어머니도 결국 더 이상 반대를 하지 못하시고 그동안

 

모아 두었던 약간의 돈을 보태셨습니다.

 

 

아버지는 거의 맨손으로 중국에 가셔서 사업을 시작하셨습니다.

 

중국어도 모르고, 딱히 인맥도 없었습니다. 그저 사업 수완과 경험만을 믿고 가신 겁니다. 후에 아

 

버지도 너무 무책임 했다고 말씀하셨지만서도,  저의 눈에는 마치 모든 걸 포기하고 떠나시는 것 처

 

럼 보였습니다. 이 때가 고등학교를 막 입학했을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근 4년 입니다. 그 동안 사업을 해오시면서 만들어둔 인맥으로 자금을 공수해오신 아버지는 한편으

 

로 언어를 익히고, 한편으로는 제품 생산을 끊임 없이 시도 하셨습니다. 공장도 얻고, 공원들도 얻

 

고, 기타 필요 설비들도 모두 마련하셨습니다. 마치 아슬 아슬 줄타기를 하듯이, 쓰러질 듯 하면 방

 

법을 마련하고, 일어설 듯 하면 다른 문제에 직면하며 버텨 나가셨습니다. 물론 그 동안 저희 집은

 

아낄 수 있는 만큼 아끼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받으며 함께 버텨나가야 했습니다. 물론 아

 

버지는 외국에 사시다 시피 하셨던 터라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도 적었습니다.

 

 

아버지의 사업이 완만하게 운영이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한지 4년이

 

지난 후에야 사정이 좋아지기 시작습니다. 다른 한국인들이 같은 지방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대부

 

분 실패로 돌아갔을 때도 아버지는 꿋꿋히 버텨 내셨고 지금, 여기까지 사업을 유지해 오셨습니다.

 

 

생활 형편도 기본적인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나아졌고, 사업도 조금씩 성장해 나갔지요. 제가 중국

 

에 오게 된 것은 회사가 많이 힘들었을 때 부터여서 그런지 지금의 상황이 저에게는 더욱 대단하

 

고, 만족스럽게 느껴 졌습니다.

 

 

최악에 가까웠던 아버지와 저와의 관계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크게 언쟁이 몇번 일어나고, 서

 

로의 속마음을 털어 내자 아버지의 고통과 인내를 이해할 수 있겠더군요. 물론 아버지의 삶을 모두

 

긍정할 수는 없지만은, 적어도 머리와 마음으로 받아 들일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지금 생각해도

 

중국에 온 것을 잘했다고 생각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세상의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으니까

 

요.    

 

 

그런데 오늘 밤, 아버지께서 들어오셔서 저와 동생을 앉혀 놓고 말씀하시더군요.

 

 

 

'모모씨에게 배신당했다' 하고 말입니다.

 

 

크게 격앙되지도 않은 채로, 담담하게 말을 건내시는 아버지의 말씀에 순간 머리 속이 번쩍 하는 것

 

을 느꼈습니다. '큰일 났다' 하는 생각 보다도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

 

군요. 아버님이 사건의 자세한 내막을 말씀하시고 나니까 참, 세상이 독하고 더럽다는 것을 세삼 상

 

기 할 수 있었습니다. '모모씨'는 아버지와 4년간을 정말, 못먹고 못입으며 함께 버텨온 사업 파트

 

너이자 부하인데 근 1년 전 부터 회사를 뒤집을 계획을 하고 있었다더군요. 철저히 계획적으로 말

 

입니다. 그렇게 만날 때마다 인자하게 웃으며 대해주시던 분이......욕심에 눈이 멀어 일을 벌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회사 직원들이 대부분 매수 당했더군요. '모모씨'는 당연히 한족이라, 같은 국적인 공원들은 당연히

 

그의 말을 따랐겠지요. 아버지 말씀을 들어보니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배신하

 

고 공장을 빼았아버리는 그런 일이 말입니다. 되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공원들에게 항상 한결같이 대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엄할때는 엄하고, 배풀때는 배풀고.

 

하지만 절대 봉급을 밀리지 않고 대우해주셨습니다.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셨구요.

 

 

그 때문인지 아버지 밑에 계시던 분이 오셔서 말씀해주셨다더군요. 양심에 가책을 느껴서 말씀드린

 

다며, 지금 넋 놓고 있다가는 공장을 뺏길 것이라는...... 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듣고 밤 늦게 집에

 

돌아 오신 것입니다.

 

 

당신이 말씀하시길, 모든 방책을 마련해 두셨다고 하셨습니다. 비록 그 방법이 최선은 아니다 하더

 

라도, 차선은 된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께 사실대로 말한 공원을 데리고, 다른 지방에서 다시 시작

 

하실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위기가 곧 기회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자신이 보기에는 이번의 고난을

 

잘 넘기면 오히려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하시면서.

 

 

답답합니다. 저희 아버지, 워낙 황당한 사기에 배신에, 부정까지 겪어 보셨고, 극복 하셨기에 냉정

 

하게 대처하고 계시지만, 너무 억울합니다. 홀로 고민해 보아도 결론은 진정으로 믿을 사람은 가족

 

밖에 없다는 것과, 독하고 악하지 않으면 세상은 살아 갈 수 없다는 것.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저 대학에서 법 배우다 중국왔습니다. 그리 좋은 대학도 아니고,  군대를 위해 곧 휴학을 했지만, 지

 

금 껏 노력을 하지 않고 망설였던 것이 후회된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독학하던 중국어

 

를 다 집어 던지고 그 작자들을 찾아가 칼이라도 들이대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버지는 이겨내실 것입니다. 지금껏 그렇게 해왔듯이 말입니다. 곁에 아직 좋으신 분들이 많이 계

 

시고, 아버지는 천생 사업가 답게 의지를 조금도 굽히지 않고 계시니까요.

 

 

당정 아버지가 사업이 망하더라도, 저 아무도 원망치 않을 겁니다.

 

힘을 가지지 못하고 보다 독하지 못한 것은 누구도 원망살 수 없는, 그런 것이니까요.

 

단지 끝까지 가족의 곁을 지키고, 어떻게든 버텨낼 겁니다. 누군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감히 말씀드립니다.

 

혹시나, 가족을 믿지 못하거나 불신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한번 쯤 새로운 눈으로 주변을 돌아 봤

 

으면 합니다. 자신의 생각보다 더욱 혜택 받고 있고, 자신의 곁을 지켜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

 

는 다면, 보다 세상을 보람차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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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의 상황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시는 분이 있다면, 감사히 경청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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