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택 사장
세현은 김 부장을 따라 사장실로 이동하였다. 다소 내성적인 세현은 긴장을 너무 많이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심호흡을 하고 사장실 입구로 들어서니 비서가 전화를 하였다.
"들어오시랍니다."
비서의 말에 세현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센스일렉트로닉의 사장은 이근택이라는 사람이었다. 이근택 사장은 세현을 반갑게 맞이하며 자리에 앉으라고 권하였다.
이근택 사장은 중후한 나이에도 열정이 넘쳐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우선 세현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세현씨 덕분에 우리 '센스Q NO.1'이 아주 제대로 홍보가 되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사장님.
과찬의 말씀을..."
"좀전에 세현씨의 이력서를 보았어요.
내 학교 후배더군요."
"네, 저도 사장님께서 저희 학교 출신인 걸 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한세현씨는 학교 성적은 별로이지만 요즘은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한세현씨의 다양한 활동 경력이 이번 인턴 선발에 플러스 요인이 되었을 거에요.
아무튼 우리 인사 담당자가 유능한 인재를 잘 골라내었군요."
"부끄럽습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음, 이거 점심시간이 다 되었군요.
나랑 같이 식사나 하러 갑시다."
세현은 이근택 사장과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근택 사장은 세현에게 거는 기대가 아주 큰 것 같았다. 그래서 세현은 내심으로 기쁘면서도 다소 부담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세현은 홍보마케팅팀 사무실로 돌아왔다.
정훈을 비롯한 조원들이 세현을 반기며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형, 사장님하고 무슨 얘기 했어요?"
"오빠, 이제 여기 정직원으로 입사하는 거 아니에요?"
조원들의 물음에 세현은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 때 민우가 세현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야, 한세현 너가 이런 일을 해내다니...
그나저나 UCC 동영상은 우리 조에서 계획한건데 너무한 거 아니야?"
세현이 답하려고 하는 찰나 채진아 대리가 나서서 말했다.
"세현씨가 다른 조에서 계획한 UCC 동영상을 만든 것은 안 좋게 보일 수도 있지만 홍보에 도움이 되었으니 문제는 없어요.
민우씨도 좋은 홍보 영상 많이 만들면 되잖아요."
채진아 대리는 세현은 편들려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너무도 중립적인 자세에 세현은 또 실망감이 몰려왔다.
오후에는 회사 업무의 여러가지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현은 지겨운 나머지 살짝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음료수 한 잔을 들이키며 있는데 누군가 세현의 어깨를 툭 쳤다.
"한세현씨, 여기서 뭐하세요?"
채진아 대리였다. 그녀는 세현을 흘겨보고 있었다. 그러나 세현은 그런 그녀가 귀엽기만 했다.
"아, 잠시 머리가 좀 아파서 바람 좀 쐬려고..."
"어서 들어가요.
회사 업무에 하루 빨리 적응해야지요."
그러면서 채진아 대리는 걸음을 빨리하여 먼저 앞서 사무실쪽 모퉁이로 걸어갔다. 그 순간 반대편 모퉁이에서 뛰어나오던 사람과 부딪히면서 채진아 대리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려고 했다.
세현이 황급히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그러나 보니 세현의 품에 채진아 대리가 안기는 형국이 되었다. 그 때였다. 홍보마케팅팀 직원들과 인턴들이 일제히 사무실에 걸아나오다가 이 모습을 지켜보고 놀라는 것이 아닌가.
"이, 이거 우리가 방해를 했나?"
"그러게요, 우린 그냥 휴식을 취하러 나온 것 뿐인데...
두 분 계속 하세요.
우리 다른 곳에 가서 쉬어요."
채진아 대리가 황급히 세현에게서 떨어지며 크게 외쳤다.
"그런 게 아니에요.
내가 넘어지려던 것을...."
"에이, 채 대리 괜찮아.
청춘 남녀가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래.
우린 다 이해한다고, 호호호."
이지혜 차장의 말에 다들 크게 웃었다. 세현은 이런 오해가 싫지 않아 그저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세현은 문득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의 하정을 발견했다. 하정은 세현이 자신을 쳐다보자 갑자기 얼굴을 감싸며 화장실 쪽으로 달려갔다.
모두들 사무실로 돌아가고 나서 세현은 하정이 걱정되어 화장실 밖에서 하정을 불러보았다. 하정은 잠시 후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하였다.
"너, 아니지?"
"네? 뭐가요?"
"채 대리님이랑...너랑..."
세현은 하정의 말을 그 때서야 이해하였다. 그리고 뭐라고 답해줄까 하다가 울기까지 한 하정이 안쓰러워 적당히 둘러대며 하정을 달래주었다.
'휴...힘들군.'
사무실로 돌아온 세현은 오후 일과를 마치고 퇴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때 문자가 하나 도착하였다. 세현이 핸드폰을 열어보니 채진아 대리의 문자였다. 세현은 너무 기뻐서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오늘 저녁 식사 같이해요.
할 이야기가 있어요."
세현은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그래서 술 한잔 하자는 조원들을 뿌리치고 약속 장소로 향하였다. 세현은 채진아 대리가 자기에게 무슨 말을 할까 머리 속으로 계속 생각을 하다가 어느새 약속 장소에 도착하였다.
'자, 잘 될거야.
화이팅!'
그리고 세현은 약속 장소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