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일본에 있고 목숨보다 더 소중한 3살된 아들도 있고
이 세상에서 내가 젤 똑똑하고 재치 깜찍한 줄 아는 남편도 있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외조로 벌써 박사2학기를 맞구있구요....
라이코스를 한지 너무 오래되었는데 이런 곳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네요....
타국이라서 그런지 내용들이 다 재미있고 새벽 3시에 마시는 콜라같군요....
대학교 2학년때 미팅을 했습니다. 그 사람이 애프터를 신청하더군요.. 그렇게 그렇게 21살 여름부터 그사람과 차암 많이 아끼고 사랑하면서 지냈습니다. 전 공부를 계속하려고 했고 그 사람은 그 흔한 사법고시생이었구요..... 신림동 고시촌... 지금도 지도를 그리라면 망설임 없이 그릴 수 있을 것 같네요...
갑자기 생각난 건데.... 남편을 만나서 신림동 순대타운을 갔는데 남편왈(아니 그땐 남자친구였었죠) 서울대출신도 아니면서 여기 지리 참 잘 아시네요.... 후후후.. 그냥 쓰게 웄었죠. ..... 여기뿐이겠어요?
너무 예쁘게 사귀고 있었고 이별이란 상상도 못했었는데 졸업하고- 그사람은 저보다 1살 많았구 복학생이고 고시생이어서 제가 졸업할때 2학년이었습니다. - 전 대학원에 진학했죠...
2학기 사귄지 5년 횟수로는 6년..... 왠지 우리사이에 이상한 한기 같은게 느껴지더군요... 계속되는 고시 실패와 재정적인 궁핍도 그를 피폐하게 만드는것 같고 점점 먹는 나이에 대한 중압감도 그를 괴롭혔던 것 같습니다. 서로 공부하느라 일주일에 한번 만나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서로 대화도 사라지고...
가난한 상대랑 사귀는 상대들의 특징이있죠? 여자여도 저는 옷, 데이트 비용, 심지어 그의 학원비....
전부 제가 냈습니다. 그의 집은 넉넉하지 못한데다 그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셔서 빚이 엄청났었던 것 같습니다. 가족들과도 대화가 없구요... 반면 저희집은 여유로운편이었고 제가 미술을 전공해서 학교 다닐때부터 돈을 벌어 돈에 대한 걱정은 없이 자랐습니다.... 5년을 사귀었지만 그의집에 간적이 한번도 없습니다...그의 왈 우리집은 니 방보다 더 작아....
결론은 전 참 무참히 채였습니다.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 있어....
그랬더니 니가 나한테 쓴 시간이나 돈....너한테는 넘치게 많은거잖아...막말로 5년동안 내가 너한테 책임질 일 한적 있어?... 부터 가슴에 대못 박힐 말만 하더군요... 태어나서 그렇게 많이 울어보기도 처음이고 자존심이 바닥에 떨어져보기도 처음이었습니다...
계속 매달리다가 전화를 했더니(그 당시 그는 그 흔한 핸펀도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받으시더군요...
저와의 일을 다 알고 계셔서 전 울며 어머니께 도움을 청했는데,,, 그의 어머니께서.. 며칠전 그가 술먹고 와서 그러더랍니다. 내 욕심때문에 걜 붙잡을 수 없다고 엄마 나 당장 장가 갈 수 있어? 걘 빨리 결혼해야 되는얘야.... 이 말 듣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이렇게도 헤어지는구나... 공부만했습니다. 논문심사도 있고 유학을 가려고... 3달 미치게 딴 일하니까 좀 괜찮아지더군요...인간이라는게...
정확히 11개월이 지나고 26살 먹도록 공부만하고 궁상떠는 딸 보기 싫어하는 엄마들의 일관된 방법!!! 선을 봤습니다. 안 보겠다고 1000번쯤은 말했을 꺼구요...
이 남자 첫날 50분을 늦더군요... 포기하고 읽던 책을 접으려고 하던찰나.. 누가 테이블을 똑똑 두드리는데 고개를 들었을때 심장이 얼어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닮은 사람도 있구나. 늦은거 용서해주마... 3일동안 잠을 못 잤다면서 밥먹으면서 졸더군요...묘한 끌림.. 저 참 나쁜애죠? 그리도 오랜 사귄사람이랑 헤어진지 1년도 안됬는데... 근데 이 남자 결혼 할 생각 없답니다. 누가 물어봤나? 부모님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나왔었겠죠... 그리고 안녕.....
잊고 있었는데... 3주쯤 뒤 저희 아버지가 의료 분쟁에 휘말리셔서 환자 보호자들이 일명 조폭을 사서 아버지 병원이랑 저희집으로 와서 난동을 부렸었습니다. 그때 마침 엄마 아버지는 연말 모임에 나가셨고 저 혼자였는데 떡발좋은 아저씨 5이 들어와서 정확히 돈 안되는 것과 유리창만 깨는데 너무 무서워서... 부모님이 안계신 걸 알고는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사투리욕을 막하더니 나가더군요. 근데 그참에 3주전 선본 그남자 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갑자기 한가해져서 그냥 만나서 술이나 한잔 할까했다더군요...
제가 엉엉울자 그가 냅다 뛰어왔습니다. 유리깰 때 파편이 어깨에 박혀서 피가 꽤 나고 있었는데 그가 데리고 병원으로 가더군요...(그는 신경외과 레지던트였습니다) 일요일이라 응급실로 가서 직접 꼬매주었습니다. 그런일로 우리 부부는 사귀게 되었고 5년을 넘게 사귄 남자에게도 주지않았던 순결을 만난지 3달된 남자에게 주었지요.... 왜 그랬을까.. 지금도 의문이고... 친구들은 그게 연분이라지만.......
저희 남편은 제가 이 세상에 젤로 순진하다고 여깁니다...바보.... 나도 뼈시리게 사랑한 사람있었는데....
참 유치찬란 엽기 바보..... 같은 생각이었는데....
청첩장을 그에게 보냈습니다. 딴에는 그게 복수라고......
2일뒤 메일이 오더군요....
청첩장 받기전에 알았다고...(제 고등학교 동기랑 그는 같은 동아리였음)
너에게 날개를 달아 줄 사람만나서 잘 되었다고...
난.. 결혼은 아마 아주아주 뒤에 할꺼라고.....
그리고 집이 이사해서 지방으로 내려간다고 거기서 직장 잡을꺼라고....(고시는 포기했었나 봅니다.)
그 편지 받고 참 많이 울었는데.....
결혼 하고 바로 아기 갖고 아이 낳고 기르고 공부하고 잊혀진 듯했는데 자꾸 생각나는건
이게 첫사랑인거겠죠?
참 어리석었었고 바보였고 생각이 모자란 미숙한 사랑이었는데...
모르겠습니다.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해도 바보같지 않을 자신은 없습니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하는지도 모르지만-알아낸들...- 고마웠다는 말도 못했었습니다...
고마워 그때 당신이 내게 보여준 작고 예쁜세상을 꼭 누군가와 지금 같이 하고 있었음 좋겟어, 그래, 그랬음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