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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름에도...

솔방울 |2003.06.27 00:53
조회 201 |추천 0

난 털이 많다. 머리숱이 많은 건 좋다. 눈썹이 비교적 찐한 것도 좋다.

그.런.데.

난 다리털이 무지 많다. 거기다 찐하고 길기까지 하다. 반바지입은, 다리에 털이 적은 남자들이 부러버 죽을 지경이다. 그래서 긴 바지를 선호한다.(요즘 털 뽑고 있다.)

 

오늘도 학교에 실험하러 갔다.

 우리과는 졸업논문을 써야한다. 그래서 실험을 하는데 오늘도 우리조원들이 아무도 안왔다. 아들이 어려서 그런지('99, '00 학번  난 '98) 여자애들이라 그런지(저거끼리 잘 놀러다닌다. 난 그애들이랑 안친하다.). 옆 조 애들이랑 인사하고 대학원생 조교선배의 지시를 따라 열씨미했다. 진짜로 열시미 했다! 

 

그러다 생각이 났다. 우리 과는 예전에 누에를 쳤다. 지금은 과 이름이 바뀌고 과목이 좀 바껴  천연**과 에서  **공학과로 변신했다. '95학번인 조교선배가 군대가기전가지도 누에를 쳤다고 했다.

 어제 한 대화다.

솔방울 "뽕 잎은 어떻게 구했어요?"

선배 "뒷산에 천지로 널렸는데. 땄지."

 

누에하면 뽕나무! 뽕나무하면 오디! 그렇다. 맛있는 오디가 주렁주렁 열리는 것이다!

난 식탐이 무진장, 엄청, 매우, 기타등등.. 강하다.

 오늘 한 대화다.

솔방울 "어디쯤에 있어요?"

선배 "왜? 따러가게? 건물뒤에 산타고 올라가 그냥 이쪽(오른쪽. 건물 바로 뒤)으로 가면 된다."

 

실험을 대충 마치고...

 아침에 빵을 샀는지라 봉지를 들고 산에 올랐다. 우리학교 자체가 산을 깍아 병풍처럼 아기자기하게 앉은 학교라(울 학교 좁다. 그래서 종합대학이지만 우리과가 속한 단댄 건물도 없다. 그래도 캠퍼스는 3개다. ) 건물 뒤로 돌아가면 시멘트 바닥에서 산꼬랑지를 타고 올라갈 수 있게 되 있다.

 산 꼬랑지 아래쪽엔 시멘으로 마감한 개울이 흐르는데 방향이 약간 달랐지만 그 개울을 따라 걸어 올랐다. 매실 나무가 하나 있었다. 너무 높았다.

 걷는데 갑자기 땅이 꺼져버렸다. 주루륵 미끄러졌다. 아팠다! 시멘 둔덕이 높아 올라갈 수 없었다. 개울 타고 걸었다. 다행이 물이 얕았다. 철근이 박힌 거 사이를 지나니까 천연 개울로 변했다. 그래도 옆의 돌띠들은 높았다.

 

난..... 키가 작다......

궁시렁 거리면서 전진하는데 뻘건 게 보였다. 딸기였다! 맛있는 나무딸기! 개울가에 나서 개울사이를 가로막은 그 놈앞에 쪼그려 열씸히 땄다. 손 닿는데로.

 딸기, 가시많다. 엄청 긁혔다.

다시 일어나니까 옆으로 올라갈 수 있는 높이가 됐다. 산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익은 오디는 까맣다. 까만 열매가 보였다! 졸참나무들이 쪼매난 솔방울들 달고 있었다. 또다른 열매가 보였다!  버찌였다. 떡갈나무들이 도토리 뚜껑달고 서 있는 게 보였다. 뽕나문 안보였다.

나무줄기들이 나를 잡아당겼다. 줄딸기들이었다. 열매도 시들어 빠져 없었다.

 미끄러졌다. 손바닥이 아팠다.

또 빨간게 보였다. 뱀달기였다. 좀 높은 곳엔 나무딸기가 열려있었다. 많이 따고 싶어도 가시땜에 많이 못딴다. 그렇게 뒤로 넘어지고 하면서 헤맸다. 딸기만 좀 따고 딴 건 보지도 못했다. 옻나무가 보였다. 팔이 근지러벘다. 모기의 흔적이 있었다. 느낌이 이상해서 보니 다른 쪽에 아디다스 모기가 앉아 있길래 모기들의 지옥으로 보내버렸다.

사람의 흔적이 보였다. 빨간 고무다라이에 비닐.

 다시 딸기 가시지옥을 여러번 건넜다. 근데 길이 안보였다. 길잃었다! 계속 헤맸다!

 그러다 건물쪽으로 나갔다. 비교적 키작은 나무들이 보였다. 오디가 보였다! 몇 개 없었다. 여러그루에서 4갠가 땄다. 학교로 내려가려고 보니 길이 험했다. 개울로 갔다. 가시지옥이 나타났다. 엄청 많았다. 옆으로 돌아갔다.

 또 길잃었다! 열받았다!

나무밑 바닥에 갓이 크고 갈색인  버섯이 하나있길래 땄다. 그냥 뽑혀나왔다. 독버섯이라 추정되는 놈을 들고 걸었다. 봉다리가 여기저기 걸렸다. 인질을 해방하라고 딸기줄기들이 당겼지만 무시했다.

 긴 바지 안 입었음 반쯤 죽었을 거다. 가시에, 모기에 미끄러지고 이상한 풀씨에, 거미줄도.

 개울이 보였다. 아까 보다 한참 상류였다.

 개울 따라 걷기엔 위험해보여서 개울로 내려서 걸었다. 우리나라 산에 딸기 없는 산 없다. 우쒸! 딸기들이 길을 막았다. 열매도 없는 것 들이었다. 밟고 들어내고 걸었다. 넘어질뻔 했다. 그러다 익숙한 건물이 보엿다.

 살았다! 실험실로 가서 봉지를 내비두고 화장실로 갔다. 얼굴 5군데 물렸다. 팔 양쪽 다 합쳐서 20군데 정도 물렸다. 사람들이 놀랬다. 멀쩡한 아가 괴물이 되어 나타났으니... 

실험실로 와 치약 빌려서 발랐다. 그러면 빨리 낫는다.  모기 물린데 엄청 부었다. 난 죄진거 없다. 인사하고 집으로 오면서 땅만보고 댕겼다. 지하철에서 보니 비닐 어디선가 물이 나왔다. 옆자리 아줌마가 불편했다.  집에와서 보니 열매들이 뒹굴고 미끄러질때 뭉개져서 곤죽이 되 있었다.

그래도 맛있었다.  여름의 산은 무섭다. 두번 다시 안간다. 그래도 가을엔 도토리 주우러 올라가야지.

 

지금 내 팔엔 물에 갠 치약이 말라붙어 하얗다. 낼 멀쩡한 모습으로 학교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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