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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6개월...12-1 (망설임)

사랑스런~ |2003.06.27 11:10
조회 6,964 |추천 0

 

사실... 12번 글은 올릴까 말까... 망설였던 글이다.

내 가족 얘기도 아니고... 곧 내 가족이 되겠지만...

하지만 그 글에 달린 소설이냐...뭐냐 등의 리플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쭌은 내가 게시판에 이런 글들을 올린 걸 모르고 있다.

사실 보지 않아주길 바란다.

12번 글로 인해...

오빠 맘이 다칠 것 같기도하고...암튼..

쭌은 지금 또 잔다.

새벽 6시부터 일어나서 밥 달라고 징징~ 거리더니 밥 먹이고 나니까 또 자네.

살 찌려나보당... 제발 허리 30"만 넘어라.

 

잠시 딴 데로 샜는데...

11번 글까지는 가만히 있다가 12번 글에서부터 소설인지..꾸며낸 얘기인지 등의

리플이 달리는 지 알 수가 없다.

12번 글에서 쭌의 가족들 얘기에 너무 황당하셨는가?

하지만 사실이다.

 

쭌의 작은형님(정신지체 장애자) 때문에 내가 결혼을 망설였고,

우리집에서 조금의 반대도 있었고... 하지만 지금은 오빠를 너무 좋아하신다.

(맨날 전화해서는 부산에 내려오라고 성화다.. 그때마다 쭌은 자주 가지못하는 걸 미안해한다.)

 

그리고 쭌ㅇ,ㄴ 장남은 아니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하고...

게다가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닌 작은 형까지 모시고 살아야한다는

그런 책임감때문에 자기는 나 말고 여자를 만나면서도 섣불리 결혼을 생각하지 못했었다고 했다.

나랑 같이 살 때도 그런 얘기는 첨엔 하지 않앗었다.

어떤 대화 끝에 쭌의 가족들에 대해서 내가 묻게됐고, 형들이 왜 아직 미혼인 지...

묻는 와중에 그런 가족사(?) 얘기가 나온 것이다.

 

큰 형이 집을 나가서 살면서 명절에도 집에 오지 않는 이유는 쭌 아버지와의 마찰 때문이다.

쭌 아버지는 큰 형님에 대한 기대가 컸고 큰 형님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햇다고 한다.

그리고 군인이셨던 아버지의 성격... 등에 불만이 많았던 차, 하루는 아버지와 다투고...

집을 나가서 독립을 했다고 한다.

큰 형님은 성격이 좀 외곬수라서 여자를 만나도 오래 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같이 살지 않는 탓에 둘다 나이가 30살이 훌쩍 넘엇음에도 불구하고

형과 함께 술 한잔 나눌 기회도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보름동안 출장갔을 때 심심함을 견디지 못한 쭌이 형을 찾아가서

같이 삼겹살 먹고... 술 마시고 노래방도 가고 했단다.

첨 들어보는 형의 노래는 정말 못들어줄 지경이었다고도 한다..

(쭌은 노래 대땅 잘함.. 특히 이등병의 편지... 울엄마가 그 노래 듣고 울었다는 거 아닙니까)

 

작은 형은 앞서 말했듯이 정신지체 장애인이다.

지금 나이는 35살...

그렇다고 말을 못하거나, 거동을 못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진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건 아니라고 했다.

어릴 때...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로 기억을 한다고 했는데...

쭌의 아버지에게 맞았는데, 그 뒤로 심하게 앓았다고 했고...

앓고 난 뒤로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한다..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딱히 맞는 표현을 고르기가 힘드네요)

- 사실 우리집에서 걱정했던 건 내가 작은 형님을 모시고 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작은 형님의 정신지체 장애가 혹시 유전적인 문제일까봐 걱정을 하셨던 것 같다. -

그래서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했다고 한다.

한글을 읽을 줄 알고, 수에 대한 개념은 있는데... 단위가 커지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단다.

그리고 먹성도 아주 좋아서 가리는 것 없이 잘 먹고, 건강은 좋다고 했다.

우스갯소리로 나중에 같이 살게 되면 음식 남아서 버리는 일은 없을거라고...

 

쭌의 아버님은 상당히 무섭고 엄격하고, 고집쎄고... 독재자 같으신 분이라고 했다.

사실 쭌도 아버님과 사이가 안좋은 편이다.

쭌 자신도 큰 형처럼 집을 나가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그리고 지금은 직장과 집이 멀다는 핑계로 나와서 나와 살고 있지만,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자기도 벌써 뛰쳐나왔을 지도 모른다고...

실제로 첨 뵀을 때 아버님은 자그마하지만, 단단한 체구에 날카로운 눈초리, 얇지만 굳게 다문 입술에..

나도 저으기 주눅이 들었었더랬다.

그리고 말씀을 직설적으로 하시는 분이라서 매사에 조심해야한다.

 

쭌의 어머니는... 좋으신 분이시다.

쭌의 아버지보다 나이다 2살이 많다고 하셨다.

딸 하나 없이 아들만 셋이 있어서 그런 지... 게다가 며느리도 없으셔서 그런지 나에게

딸처럼 무척 잘해주신다.

지금부터 나한테 아들은 낳지 말라고 하신다. 나 닮은 딸만 낳으라고.. ㅎㅎㅎ

(난 쭌 닮은 아들 낳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나이도 많으신데 아직까지 살림을 직접 하시고... 흔한 주문 김치도 절대 드시는 법이 없고

가족들 먹을 거리는 직접 다 만드신다.

그래서 밑반찬이랑 김치도 종종 얻어온다... ㅋㅋㅋ

쭌의 어머니에 비하면 훨씬 젊은 울엄마도 김치 안담아먹는데...

그중에서도 어머님이 젤 안쓰럽게 여겨지는 건 40여 년동안 독재자같은 쭌의 아버지랑 같이 사시면서

맘 고생을 많이 하셨다는 얘길 들었을 때다.

어머님은 나한테는 안그러시지만, 쭌에게는

'너랑 큰애는 걱정안하는데.. 나 죽고나면 둘째는 어떡하니..' 하면서 걱정을 많이 하셨단다.

쭌은 결혼하고 나면 작은 형은 자기가 모시겟다고 했고...

그런 자기에게 시집 올 여자가 누가 있겠냐는 생각을 많이 했단다.

그래서 쭌은 항상 나한테 '복덩어리' 라고 한당... ㅎㅎㅎ

또 항상 나에게 고맙다고 한다.

 

다시 작은 형 얘기로 돌아가서...

사실 쭌의 작은 형 얘기는 내가 누군에게도 말하기 싫은 얘기고, 말하기 무척이나 어렵고 조심스럽다.

그런 얘기 따위로 '헤어지라는 둥', '다시 생각하라'... 그런 얘기 듣는 게 아마도 나로써는

더 싫었는 지도 모른다.

그건 쭌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쭌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 정신지체 장애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쭌의 작은 형이다.

나에게도 남동생이 있다.

내 남동생은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병장이고, 지금은 학교도 잘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서 돈도 잘 벌고... 내가 부산가면 어김없이 새벽이든 한밤중이든 꼬박꼬박 마중나온다.

하지만 만약 나에게 그런 건강한 동생이 아니고 쭌의 작은 형처럼 정신지체 장애인라면...

내가 그런 동생을 결혼 후에도 계속 부양해야하는 처지였으면 쭌은 어땠을까... 생각을 해봤다.

아마 쭌도 나와 같은 결론을 내리지 않았을까...

아니.. 쭌도 나와 같은 결론을 꼭 내렸을 것이다.

 

사실 평생 그렇게 쭌의 작은 형을 모시고 사는 건 많이 힘들 것이다.

때론 짜증도 나고...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하나...하는 자괴감도 들 것이고...

나중에 10년, 20년 후에는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차라리 헤어지고 딴 남자 만날 것을...하면서

땅을 치면서... '내 발등을 내가 찍었지'하며,'내 눈을 내가 찔렀지' 하며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지금까지는 내 선택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혹시 지금 만약 사랑하는 상대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는 건 어떨지...

 

또... 한가지 더.

다른 글에 대한 악플과 태클까지도 환영 합니다만...

이 글에 대한 악플과 태클은 절대 사절 입니다.

만약 이 글을 쭌이 볼 리는 없지만, 혹시나 본다면 악플과 태클에 힘들어할 쭌의 모습은

보고싶지 않네요.

 

비가 많이 옵니다.

수해 조심하시고....

주말 잘 보내세요.

읽어주셔서 감솨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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