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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영남을 안다.

(앗)싸리 |2003.06.28 14:50
조회 2,074 |추천 0

나는 조영남을 안다. 물론 조영남은 나를 모른다.


내가 조영남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여고1학년 때라고 기억한다.
나는 그때 제비라는 노래와 내 생애 단 한 번 만이라도 라는 노래를 듣고 단박에 홀렸다.


당시 대구에 살던 나는 대구백화점 10층쯤에 있던 클럽으로 조영남이 초청돼서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끙끙 앓곤 했다. 졸업을 하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 곳에 가서 조영남을 한 번 봐야겠다는 소망을 간직하고 있던 중, 그가 사라졌다.

물론 그가 대단히 자주 대중매체를 이용한 건 아니었지만 그가 그래도 먼 미국땅에 갔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그를 더욱 집착하기 시작했다.

 희소성이 가치를 더 띄워준다는 법칙이 먹혀들어간거다. 나는 까만 뿔테안경을 쓰고 국방색 점프를 입은 그의 칼라사진을 애지중지 하면서 그의 노래를 즐겨 들었다. 

그런데 그가 나타났다. 요상하게도 성탄절만 되면 그가 티비에 모습을 들어내는 거다. 그런데 그는 공처럼 부풀러 있었다. 그래도 목소리만은 변함없어 사랑하기를 멈출수가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조영남은 대단히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는 가수다.

 타고난 목청이 폭포수처럼 시원스럽다는 찬사를 듣고, 대중가수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격조높은 자리에 불려나가는 것을 보면 (매체를 통해) 아마도 그의 선천적으로 주어진 재능덕분이 아니겠는가. 사실 외모적으로야 타당한 이유가 안됨을 자타 알고 있는 바 아닌가.

 

또 그는 의아스럽게도 화가다.

 나는 아주 오랜전에 김민기라는 그의 절친한 벗이 쓴 전시회 발문을 본 적이 있는데,  그림을 전공한 김민기라는 사람이 인정할만한 화재가 있는다는 것, 역시 하늘이 도와준 운이랄밖에.(이만큼 쓰니 짜증이 설설 난다. 난 뭐야???)

 

그런데다가 그는 글도 잘 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만해도 세 권이다. 그와 관련된 것이. 이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얼마되지 않은 책 중에 박경리, 이문열 다음으로 많은 권 수다. 미치겠다. 글까지 잘 쓴다니.

그는 요즘 내가 보는 신문에 고정 칼럼을 쓰고 있는데 이 칼럼을 잘 읽어보면 그의 글이 얼마나 논리적인지 알 수 있다. 그는  글을 아는 사람인 것이다.

(오늘의 칼럼을 읽어보면 자신이 친일파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을 조목조목 적어 놓고 있으면서 그 온당성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반박할 수 없도록 대못을 확 박아버렸다. 무식한 나로선 그의 글쓰기에 대해서도 놀랄 뿐이다.)

 

그는 또 말도 잘한다.

예전에 쟈니 윤 쇼를 진행 할 때 그가 고정 게스트로 나온 모습을 기억한다. 그는 그저 박장대소. 보기 민망할 만큼 오버 액션을 하는 것 같았는데, 알고보니 다 작전이었는가보다. 지금은 이상벽도 울고 갈만한 엠씨자리를 구축해놓았다.

 

그는 여자복도 대단히 많은 사람 같다.

 샘터인지 뭔지 잘 생각은 나지 않지만 윤여정이라는 탈렌트가 쓴 짧은 얘기를 읽은 적이 있다. 자신이 조영남과 결혼 하려고 할 때 두 집안이 다 반대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결혼해서 잘산다는 내용인거 같다.

 

윤여정을 알게 된건 아마 그 두 사람이 이혼하고 다시 방송을 하고나서인 거같다. 어울리지 않는 모자를 쓰고 목소리가 특이한 탈렌트라고 기억했는데 그가 조영남의 아내였고, 모자쓰는 것을 싫어한 조영남 때문에 모자를 제대로 써보지 못하다가 이혼하고야 쓴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그는 항상 사랑을 하고 사는 사람 같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그를 원망하는 사람이 없는데, (겉으로 대중들이 보기에) 그건 그가 여자복이 많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이혼하고도 방송에 버젓이 나올 수 있는 특이한 그 사람 뒤에는 별 말없이 묵묵이 있어주는 그의 여자들 덕분도 있지 싶어서 하는 말이다.  이 거야 말로 그의 대 운이랄수밖에.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그는 다 알다시피 대단히 솔직한 사람이다.

예전에 그가 쓴 책을 읽었는데 그가 결혼 중인 유부남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낯선 도시에서 빨간내복을 입은 여자와 하룻밤을 잤다는 내용의 글을 읽은 적 있다.

현직에 있는 사람이 아무리 간이 크더라고 쉽게 내뱉을 수 없는 말들을 그는 한다. 척척하는지 고심해서 하는지까진 알 수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절대 할 수 없는 말들을 그는 한다.

그러고도 별 뒷탈이 없는 것을 보면 운이 좋은 사람이 분명하다.

 

오늘 아침에 배달 돼 온 신문을 읽으면서 문득 내가 조영남이란 사람을 알고 지낸지도 퍽 오래되었단 생각이 나서 한 번 정리 해 보았다. 아마 내가 조영남처럼 글재주가 있다면 이렇게 쓰진 않았겠지?
그가 부러워 죽겠다!

(생각해보면 조영남이란 사람이 오랜 지기 같아서 이 곳에 올립니다. 마땅히 올린 곳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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