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속시원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전. 그저 평범한 가정의 셋째딸입니다.딸 셋에 막내이지요.
아 그런데 누가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네요.
분명히 내가 태어날땐..셋째딸이었는데..지금은 둘째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전 지금도 누가 형제가 어떻게 되냐고 물으면..곤란할 때가 많아요...
8년전에 좋은 시절 세상을 등진 짝은언니를..
아직도 나의 언니로 인정하고 내가 셋째라고 말을 해야하는 걸까?
아니면.. 지금 현재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니..
난 그저 딸 둘 있는 집에 늦둥이라고 해야하는 걸까?
아직도 그 답은 찾지 못했어요..
차마... 짝은언니가 죽었다곤 말 못하고.
그렇다고 내가 둘째라고 버젓이 말은 못하고.
누구에게도 우리 언니는 아직 살아있죠..
그래요. 난 딸 셋 있는 집 얼굴도 안보고 데려간다는 막내딸입니다..
아빠는 엄격하신 분이세요. 완벽주의자시고..언제 어느때나 일처리가 깔끔하고
매사에 흐트러짐이 없으신 분이죠.
엄마는 그에 비해서 부드럽고 자상하고 상냥하신 성품이세요.
이웃에서도 형제간에도 우리엄마 싫어하는 사람 못봣네요..
큰언니는 모범생이에요. 아빠 스타일이죠.
공부 잘하고 열심히 하고 언제나 FM대로 살아가는 편이죠..
짝은언니는 아빠 기준엔 날라리에요..
고등학교땐 집으로 날라오는 연애편지들.꽃다발. 남학생들 전화.
아빠의 인내심에 불을 질럿고..
그저 공부 열심히 해서 약대진학을 희망했던 아빠의 기대완 달리
어릴적부터 소질을 보여왔던 미술공부를 고집하면서
아빠와의 골이 시작되기도 햇엇죠.
아빠의 꼼꼼한 성격과 약간의 비판론적인 사고방식은
짝은언니와 자주 충돌을 일으켰고.
짝은언니는 특별히 지병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평소 몸이 허약해서 자주 아팠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자연히 성격도 부드럽지 못했죠...
그렇게 해서 시간은 흘럿고....
언니는 재수를 원했지만 아빠는 반대햇고.
언닌 원하지 않는 대학에 진학하게 됏죠..
거기서 한 남자를 만나고.. 언니는 그 사람이 제대할때까지 기다렸어요.
참..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
우리언닌.. 학창시절부터 인기가 많앗고.
전 언니랑 얼굴이 비슷하진 않앗지만 자매들끼린 왜..풍기는 이미지가 비슷하잖아요..
길가다보면.. 모르는 오빠들이 "쟤 누구누구 동생인거 같다."는 식의 속닥거림을
들을 만큼. 언니의 외모는 출중햇어요..
자그마한 체구에 우리집식구같지 않은 예쁜얼굴.게다가 미술학도?
도무지 아쉬울 게 없는 언니엇는데...
기다리더군요.
전역을 햇고. 날로 언니는 수척해져갓고.. 아픈날이 많아졋고. 우울해보엿고...슬퍼보엿어요..
느낌으로 알앗죠...
이미 그땐 저도 20살이엇으니...
어느날은.... 언니가 안마시는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왓더라고요.....
한방을 썼엇는데.
불끄고 누워서. 하는 말이..
"언니 이제 정말 재밌게 살꺼야. 오늘 XX나이트를 첨 가봤는데. 재밌더라?
그런 세상이 잇는지 몰랏어. 그 동안 내가 너무 그림만 그리고 살앗나바.?ㅎㅎㅎ.."
응 그래.. 언니야 우울해하지 말고 언니도 좀 즐겨!!
그뒤로.. 신경 안썻어요..
가뜩이나 성격이 남이 자기일에 관여하고 참견하는 거 싫어하기 때문에..
또 며칠뒤...
작은 방에서 친구랑 통화를 하고 잇는데 불쑥 들어와서 배를 깎아주네요..
"나 죽고 싶어.. 계획도 다 짜놨어..더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전.그랫어요..."미쳣구나?별소릴 다하네.XX오빠가 머 대수라고!! 세상천지에 깔린게 남잔데!!"
"아 정말 언니 짜증난다. !!!!!!"
그러고 문을 쾅 닫고 방에 들어왓어요..
이것이....언니랑 얼굴을 마주하고 나눈 마지막 대화입니다..
언니는 정말 목숨을 끊엇고....
아빠에게 유서를 남겼어요.
그 남자를 용서할 수 없다는.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아.
난 너무 바보같은 동생이엇어요.
아니 어리지도 않은 나이에...왜 언니의 진심을 몰랏을까요...
언니가 죽은 뒤 책상서랍에서 찾은 일기와 편지들은...
그동안 언니가 얼마나 우울했는지 힘들엇는지 슬펐는지 좌절했는지 느낄 수 잇엇고..
난 아무에게도 이 이야기를 못했어요...
실은 언니가 내게 먼저 사전통보를 했다. 바보같이 그 말을 거짓이라고 믿었고.
말리지 못했고 위로해주지 않앗다.
내가 그때
그 방을 그렇게 나오지 않앗더라면..
조금만 더 따뜻하게 감싸주고 안아줬더라면....
하는 절박한 후회들..
죽어서도 잊지 못할 거에요.난 그 모든 일들을..
밤늦은 귀가에 아파트 정문에 서 잇던 건 그 누구도 아닌..
우리집에서 제일 체구가 작고 여린 사람 짝은언니였고..
신경질적이고 괴팍하게 굴엇지만 그래도 언니가 마음을 나눈건 나 하나엿는데
이젠 어디에서도 언니의 모습을 찾을수가 없네요..
시간이 많이 흘럿고 이젠 10년이란 세월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건
언니의 웃는 얼굴.
사진첩에 흑백사진으로만 남아있는 언니의 모습들.
짝은언니의 성품이나 외모 그 무엇하나 우리 가족같지 않고 남같았다던 주위 사람들의 말들..
정말 처음부터 언니는 잠시 다니러 온 사람이었을까요?
처음부터.. 추억속에 남아있으려고 잠깐만 왔던 사람이엇을까요?
언니를 보내고 첫 크리스마스시즌..
꿈을 꿨네요.
어릴적엔 11월말이 되면 집안에 트리 장식을 하고 반짝이 끈을 붙여놓고
종이로 양말도 만들어서 걸어놓고 했엇는데.
꿈에서 언니랑 같이 트리장식을 하고 잇엇어요..
한참을 웃고 떠들며 장식하다가 물엇어요.
"언니..근데 어떻게 왔어?"
웃기만 해요... 그 미소..
이내 전 이게 꿈이라는 걸 알앗고 ..언니에게 물엇어요..
"언니.. 근데 우린 이제 언제또 다시 만나?"
엷게 웃으며 말하네요..
"곧.. 곧 다시 만나게 될꺼야....."
....그뒤론 꿈에도 안보여요....
어릴땐 짝은언니랑 진짜 많이 싸웠는데.
그도 그럴것이 전 늦둥이엿고, 언니들이랑 터울이 잇엇기 떄문에
엄마 아빠 큰언니 친척들..너나할 것 없이 모두 저만 이뻐햇어요.
당연히 동생한테 관심과 사랑이 쏟아지니 어린마음에 제가 미울만도 햇겟죠.
지금 생각하면 그런데.
그때 당시엔 짝은언니가 세상에서 제일 싫고 제일 밉고 제일 무서웟어요.
유일하게 나한테 손찌검을 하는 사람.나한테 화난 표정을 짓는 사람...
그래서 제가 그랫죠.
"언니! 나중에 커서 내가 언니의 언니가 되면 나도 언니처럼 언니를 괴롭혀줄꺼야!!!!"
...어린마음에.. 지금은 내가 동생이지만.. 언젠간 나도 언니가 될 수 잇을거라고 믿엇거든요..
그 이야기가.....
사실이 되어버렷네요..
언니가 세상을 등지던 해에 언니는 24살이엇는데.
어느새 전 28살이 되어잇으니.
딱 언니랑 나이차이 4살차이 나는..언니의 언니가 되어잇네요.
그런데 왜..
어디에도 내가 혼내줄 수 잇는 언니는 없는걸까요....
가족이 얼마나 나를 사랑하고...
나도 얼마나 내 부모 내 형제를 마음속 깊이 사랑하고 있는 지를 몰랐네요...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
다시 한번 부모형제자매를 돌아보세요....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구요...
사람이 죽고 사는 건 남의 일이 아니더군요..
언제 어느때고 내게도 일어날 수 잇는 일이고..
보내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을 보내줘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잇더군요..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간절하게 사랑하는 내 가족 아닙니까?
오늘도...
언니가 좋은 곳에서 편안하길 기도합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언니를 아직 그리워하고 있고..
예전보다 더 사랑하고 있으며..
정말 누구보다 많이 보고싶어 하고 있고.
누구보다 더 많이 미안해하고.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는 그 날을 위해서 기도하는...막둥이가.......
다시 태어나도...
내 언니가 되어줘.
그럼, 이모가 준 사기 고양이 안깨뜨릴께...
언니가 시키는대로 말 잘듣고 정말 세상에서 제일 착한 동생이 될꺼야.
짝은언니야. 사랑한다....
...............
긴글 끝까지 읽어주시는 분들도 계시네요......
거짓말이 아니구요. 정말로 진심으로.
한분한분 저희 언니의 명복을 빌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24살 청춘에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깃거리가 되기 싫어서
가까운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깁니다..
한분이라도 더..우리짝은언니가 행복하게 잘 지내기를 기도해주셨으면...정말 고맙겠습니다..
여러분들도.. 행복한 매일매일이 되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