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의 할리우드 진출이 좌절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캐스팅 물망에 올랐던 할리우드 영화 '그린 호넷'의 가토 역이 대만의 톱스타 주걸륜으로 최종 결정됐다는 소식입니다. 권상우는 지난 달 미국으로 건너가 관계자들과 심도 높은 논의를 해와 기대를 모았지만 아쉽게 막판에 물러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이유 중에 하나로 언어 장벽이 꼽히고 있습니다. 많은 대사량을 소화하기에 권상우의 영어 실력이 부족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네요.
권상우 입장에선 최근 국내 영화나 드라마에서 성적이 극도로 저조했습니다. 국내에서 연이은 실패 때문에 한류 스타로서 위상도 많이 내려선 상태죠.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새로운 카드로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적으로 큰 아쉬움만 남기게 됐습니다.
한국의 스타 배우가 할리우드라는 세계 영화계를 대표하는 무대에 진출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권상우의 진출이 좌절된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한발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도 갖게 됩니다.
그다지 철저한 준비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진출에 성공하는 것은 오히려 악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거든요. 돌아보면 권상우는 완벽하게 준비됐다고 보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는 게 적절할 것 같거든요.
권상우의 준비 상황을 논하기에 앞서 권상우가 출연을 추진했던 '그린호넷'이라는 영화에 대해서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겠죠. 알려진대로 '그린호넷'은 이소룡의 할리우드 출세작입니다. 1966년에 TV 시리즈로 제작돼 인기를 모은 뒤 1974년에 극장용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그린 호넷이라는 명탐정이 명쾌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리는 작품이죠. 이소룡은 그린 호넷의 조수이자 운전사인 가토 역으로 등장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뛰어난 무술 실력을 선보이며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인물이죠. 이소룡은 이 작품을 시작으로 액션 스타로 확고히 자리매김했습니다.
1974년판 영화에서 이소룡이 연기한 가토는 매우 과묵한 캐릭터였다고 합니다. 대사는 그다지 많지 않았죠. 말 없이 행동으로 모든 걸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봐야겠죠. 영어 실력이 취약한 동양권 배우가 연기하기엔 괜찮은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권상우는 여러모로 '그린 호넷'의 가토 역에 욕심을 부릴만한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이소룡의 할리우드 출세작이라는 점입니다. 학창 시절 권상우는 이소룡의 추종자였거든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도 권상우는 이소룡을 동경하는 고교생을 연기했습니다. 마침내 이소룡처럼 뛰어는 무술 실력을 발휘하는 학생이죠.
권상우는 몸매나 액션 실력에 있어서도 뛰어난 자질을 지녔습니다. 소년 시절 이소룡을 동경했던 청년 권상우가 이소룡의 출세작을 리메이크한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은 제법 의미있죠.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권상우가 오산한 부분이 있습니다. 대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 부분이죠. 그러나 2010년 개봉 예정으로 기획되고 있는 '그린 호넷'에서 가토는 1974년 버전에 비해 대사량이 많아지거든요. 뛰어난 액션 실력은 여전하지만 그 와중에 익살도 부릴 줄 아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지거든요.
이는 당초 '그린 호넷'의 연출과 가토 역을 주성치가 맡기로 했던 것을 감안해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주성치는 언어적인 문제 때문에 연출과 가토 역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져 있죠. 주성치의 영어 실력이 권상우보다 못하지 않을텐데 가토 역에서 물러난 것을 보면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권상우의 '그린 호넷' 캐스팅 좌절은 안타깝지만 당연한 결과로 보입니다. 이소룡이라는 존재의 의미 때문에라도 권상우가 캐스팅됐으면 좋겠지만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인다고 될 일은 아닌거죠.
권상우는 할리우드에 진출할 재목으로 훌륭한 자질을 지녔습니다. 그러나 일단 철저한 준비가 선행돼야죠. 한국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의 문을 연 박중훈은 2년여 유학 생활을 거치며 착실히 준비했고, 비와 이병헌도 영어 공부 등을 비롯해 오랜 기간 엄청난 준비를 한 뒤에야 할리우드 진출을 해냈죠. 권상우 역시 차근차근 채비를 쌓아가면 언제든지 다시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겁니다. 이번의 아쉬운 실패를 거울 삼아야 하죠. 좌절하고 포기해선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