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겨 헤어지게 되더라도
가능하면 천천히 헤어지자고
서로에게 바치던 매일 매일을
하루 중 스물 네 시간을
열 두 시간으로
여섯 시간으로
세 시간으로 그렇게 줄여가자고
우리가 왜 사랑했는지 그리고 또 왜 헤어져야 했는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시간과 노력을 들이자고
나는 아직도 우리가 왜 헤어지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가 없다
너한테 물어보고 싶지만
너 역시 나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면 사랑하고 이별하는 일은
우리와는 별 상관 없이 일어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의지와 별개로 벌어지는 일들이 세상에는 있는 법이니까
우리는 너무 빨리 만났거나 혹은 너무 늦게 만난 것일 수도 있고
너무 빨리 마음을 열었거나 혹은
너무 서둘러 헤어져버린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어쩌자고 그렇게 많은 것들을 함께 나누었을까
그 순간은 행복했고
모든 추억은 지나고 나면
아름다워지는 거라고는 제발 말하지마
어쩌면 나는 나에게 주어진 삶의 행복을
모두 다 소모해버린 건지도 몰라
너를 만난 이후부터
나는 늘 우리가 서로를 알지 못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서
두려움에 떨었어
어째서 우리는 그 이전에도 존재할 수 있었던 걸까
너무 긴 이별이다
그날 이후 소문으로 조차 너의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
이 이별은 영원히 계속되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 질문에 답해줄 유일한 사람은 나를 떠났고
이제 더욱 깊어진 외로움만
나의 오래된 친구처럼 내 곁을 지키고 있다
황경신 - 사랑보다 긴 이별 < 헤어진 연인들의 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