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필드>, <스타트렉- 더 비기닝>, TV 시리즈 <로스트>하면 떠오르는 이름은? 정답 : J.J. 에이브람스.
그가 <X-파일>에 도전장을 던졌으니, 그 시리즈의 이름하여 <프린지>가 되겠다. 국내 케이블에서 방영하기 전 광고를 한창할 때만 해도 뭔지 몰랐으나 호기심에서 보기 시작한 이 시리즈를 결국은 시즌1까지 다 봐 버리고 말았다. 이 시리즈의 파일럿은 러닝타임이 무려 80분. 나는 영화 한 편 보는 줄 알았다. 굉장히 속도감 있고 긴장감으로 충만한 이 드라마의 파일럿은 불가사의한 현상을 풀기 위해 달려가며 시간이 갈수록 의문점을 증폭시킨다.
감히 이 드라마를 시리즈라 할 수 있음은 두 번째 시즌의 제작을 보장받았기 때문이다. 폭스사는 <프린즈>의 두 번째 시즌 방영을 보장해 주었는데, 그럴만도 하다. 이 드라마에서 풀어야할 의문점들은 한 두가지가 아닌데다 때로는 난삽하기까지 해서 몇 개의 에피소드는 다시 돌려봐야할 정도다.
'패턴' 이라고 부르는 사건들을 쫓아 해결하는 FBI 내 '프린지' 부서. 올리비아 던햄 요원은 여기에 배속된다. 동료이자 애인인 스콧은 사건 수사 도중 입은 부상으로 사망 직전에 이르고 사건에 관계없이 직속상관도 아닌 브로일스는 그녀를 고압적으로 대하기까지 한다. 프린지 부서에 그녀를 배속하도록 뒷심을 발휘한 브로일스. 그녀는 자신의 부서에는 안중도 없는 것처럼 스콧의 상태만 걱정한다. 마침내 그녀는 사건 해결을 위해 비윤리적인 실험으로 정신병원에 오랫동안 수감되어 있던 기이한 천재 월터 박사를 불러내고 그를 데려올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인 월터의 아들 피터를 찾아 중동지방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FBI 내 프린지 부서는 '패턴'이라고 불리우는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추적하는데 이 사건들의 발생경위와 원인을 고학적으로 분석하는 데에는 이들 월터와 피터 부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한편 목숨이 꺼져가던 스콧은 사건 수사 끝에 배신자로 몰리게 되고 회가 거듭할 수록 올리비아는 애인의 무고함을 밝히려 애쓰게 된다.
<프린지>에서 제일 마지막에 등장하는 인물은 과거에 월터의 연구 동료였던 윌리엄 벨이라는 인물이다. 그가 설립한 매시브 다이나믹이라는 회사는 군산복합체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패턴'으로 분류되는 사건은 예외없이 모두 이 회사와 관련있고 벨을 대리하는 니나 샤프는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한다. 게다가 찾아갈 때마다 윌리엄 벨은 늘 부재 중이다. <프린지> 두 번째 시즌은 미국 현지에서는 9월 중순쯤 방영예정으로 있다. 첫번째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우리는 잠깐 윌리엄 벨을 볼 수 있다. 그 사람이 누군고 하니 바로 이 분이다.
TV 시리즈 <스타트렉>의 닥터 스포크. 레오나드 니모이가 윌리엄 벨로 나온다. <프린지>의 '패턴'은 잠시 뒤로 제끼고 이 시리즈를 보면서 마지막 에피소드에 스포크 박사가 윌리엄 벨로 나오는 장면에서는 나는 낄낄 거렸다. 제작자인 J. J. 에이브람스는 <스타트렉>의 팬이기도 한데, 그의 취향이 오롯이 반영되어서다. 게다가 <스타트렉- 더 비기닝>에서는 시간을 초월해 두 명의 닥터 스포크가 등장하니 제작자와 이 배우의 인연은 뭐랄까 제작자의 존경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나 할까.
시간이 교차하는 우주의 공간에서 미래의 나와 만나는 느낌은 어떨까? 영화에서는 둘이 마주치지는 않지만, 우리는 동일한 공간-그것도 광활한 우주라는 공간에서!-에서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존재들을 경험한다.
제작자 양반이 <스타트렉> 팬인건 진작에 알았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프린지>의 중반을 넘긴 어느 에피소드에서는 사건의 배후를 안다는 인물이 나타나는데 이 작자는 음모론에 입각해 <스타트렉>의 줄거리를 읊는다. 올리비아와 동행한 피터도 이 시리즈의 팬인지(?) 자연스레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보충해 준다. 물론 한심하다는 투로.
올리비아는 사건 수사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지만 의문 투성이인 사건에 지쳐가는 듯이도 보인다. 환각 비슷한 데자부 현상까지 겪는 그녀. 매번 진실을 알려주지 않고 에둘러 말하기만 하는 매시브 다이나믹의 니냐 샤프라는 인물도 의심스럽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프린지>는 전반적으로 재미있으나 광고처럼 <X-파일>에 견줄 것이 아니라 좀 더 독창적이거나 다른 부류로 봐야 한다는 거다. '재미있으나' 라고 말한 건 총 20화의 에피소드 중에는 중반을 넘어가면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들도 몇 편 있어서다. 그리고 도대체 저런 일이 현실에서 가능하긴 한 건가 싶을 정도로 기존의 과학으로는 해결하기 힘들어 보이는 문제들도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월터 박사가 사이비 같아 보이지만 그럴 듯한 설명으로 메꿔준다. 오랜 정신병원 생활로 현실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이 인물은 배우가 곧 월터로 느껴질 정도로 연기한다. 이 양반이 누군가 했더니 <반지의 제왕>에서 곤도르 왕국의 섭정 데니소르를 맡았던 배우다.
어릴 적에 올리비아는 군 실험의 대상이었는가, 그 실험은 어떤 실험이었고 그녀의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월터는 때로는 잃어버린 무엇인가가 있는 듯 행동하는데 그 이유는? 등등. <프린지>의 첫번째 시즌은 우리에게 이런 의문들을 선사한다. 재밌는 건 자연적인 물리법칙을 인간들이 어기거나 조작했을 때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이 열리며 '패턴'이라 분류되는 사건들은 다 그것을 위한 것이었다는 허망한 마무리다. 영화 <스타트렉- 더 비기닝>에서도 보았듯이 이 시리즈는 평행우주라는 것을 가정하고 있는 듯하다. 제작자 양반이 이것에 관심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여기에 초점을 두니 <황금나침반>이 떠올랐다. 영화 <황금나침반>은 영화로는 1탄만 제작되었지만 원작인 소설은 총 3권에 이른다. 그것도 꽤 두껍다. 이 책에 나오는 만단검은 빈 공간을 잘라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아무 곳이나 자르면 되는 것은 아니고 자른 뒤에는 이 빈 곳을 다시 잘 메꿔줘야 한다.
<프린지>에서 '패턴'으로 분류되는 사건들은 이 세계에는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이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자연적인 물리법칙을 어겨 다른 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비교적 약한 공간-혹은 부분-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황금나침반>의 만단검이 떠오르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똑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세계. <프린지> 시즌 1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왜 니나 샤프가 늘 윌리엄 벨이 부재중이라고 했는지에 대한 답이 나온다. 그는 다른 세계에 있기 때문에.
'패턴'을 일으키는 집단의 배후와 목적을 알아내고 그것을 해결한 듯이 보이는 첫번째 시즌. 두 번째 시즌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많은 것을 풀어야할 것이다. 사건 해결 뒤 올리비아는 니나 샤프의 주선으로 윌리엄 벨을 만나게 된다. 먼저 언급했듯이 윌리엄 벨로 <스타트렉>의 닥터 스포크 레너드 니모이가 나온다. 올리비아는 뉴욕의 어느 호텔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다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데, 윌리엄 벨이 건너가서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는 9.11로 없어진 트윈 타워가 오롯이 존재한다. 유심히 보면 벨의 책상에 놓여진 신문 1면에는 대통령 당선자는 오바마라고 나온다. 응???? 이게 뭔 일이래??? <황금나침반> 역시 평행우주의 존재를 가정하며 이 지구에는 또다른 세계가 있다고 보며 주인공들은 여러 세계를 왔다갔다 한다. <프린지>의 올리비아는 앞으로 다시 이 세계로 건너올까 아니면 윌리엄 벨과 같이 어떤 사건들을 해결하며 다른 곳에서 살게 될까? 그건 9월이 되어봐야 알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