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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읽고

태봉씨 |2009.08.20 09:32
조회 1,462 |추천 0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읽고

 

 

 

 

내가 처음 이 책의 제목에 혹(惑)했던 이유는 나도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의 뒷장을 덮었을 때 그런 게 아니라는 자기반성의 내용들에 감화되어 나는 결혼을 한 것을 후회하지 않으며 결혼이란 행복한 거라고 위로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첫 장을 열었을 때의 그 황망함이란…. 문화심리학으로 사회현상을 분석한 에세이란다.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이 책이 이번 독후감 공모 관련도서로 선정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과연 이 책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모르고 살아왔던 지식과 지혜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 부인들은 남편이 퇴근하는 시간대에 기분이 안 좋아진다.
- 형광등은 천박하며, 백열등은 포근하다.
- 하얀 침대시트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 골프장처럼 넓고 탁 트인 곳으로 가면 행복해지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이 된다.
-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기러기아빠의 심정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사소한 일상의 행복이 무엇인지 논하지 말라.
- 유치하고 민망한 음담패설을 주절이며 낄낄댈 친구가 없는 사람은 실패한 인생이다.

 

 

다음과 같이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도 일부 있었지만, 그만큼 한국의 남자들은 정말 재미없게 살고 있으며,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논리인 것으로 이해하고 넘어갔다.

 

 

- 한국의 마라톤 열풍은 우리 남자들의 집단자학 현상이다.
- 회식문화, 폭탄주문화는 서로 간 소통의 부재가 극에 달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 손으로 만지고 만짐을 당하고 싶어 한국에 퇴폐문화가 성행하고 있다.

 

 

노자(老子)는「도덕경」에서 “도(道)란 밖으로는 꾸밈(조작이나 속이는 짓)이 없이하고 안으로는 평상심을 유지할 때 가능하다. 평상심이란, 소가 닭을 쳐다보듯이 하는 것으로 아무런 욕심이 없는 짐승의 본성과 같다.”고 설파하셨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 책에서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재미와 행복’에 대하여 설명하기 위해 “문명사회에서 인간은 행복해지기 어렵다. 문명과 인간의 본능은 서로 반대방향을 통해 치닫기 때문이다.”라고 전제한다.

 

 

나는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고 위계질서가 분명한 조직의 일원으로 더 이상 문명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세상이 재미없고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하루가 재미있고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답을 이 책을 통해 얻었다. 이 책은 현재 처한 우리의 상황에서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감명을 받은 부분은 ‘스스로에 대한 자각’에 대한 설명 부분이었다.

 

 

- ‘나는 조직의 간부다.’와 같은 사회적 위치나 지위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면, 은퇴 후의 삶은 불행하다.

 

 

스스로에 대한 자각이란, 자신을 잘 알아야 행복할 수 있으며, ‘나는 이 노래를 듣고 있을 때 행복해.’ ‘이런 행동을 할 때 살아있음을 느껴.’ 와 같이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 때 행복한가 하는 것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어떤 행동을 할 때 행복을 느낄 것인가에 대하여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면 결국 인간은 ‘자신을 남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느낄 때, ‘자신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고 느낄 때 가장 재미있어하고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더불어 ‘내가 비록 지금은 재미없고 행복하지 않더라도 은퇴 후 혹은 자녀가 성장해서 결혼하고 나면 삶이 행복해지겠지.’라는 기대는 크나큰 착각이니, 오늘 이 순간 재미있고 행복한 하루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깨달은 것이 한 가지 있다. 나는 지금껏 충분히 재미있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재미가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의 부족으로 인하여 삶에 대한 느낌이나 감동이 부족했기 때문에 삶이 그다지 재미있거나 행복한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해 온 것이었다.

 

 

앞으로 내 삶에 웃고, 감탄하고, 재미있어 할 일이 더 많이 생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렇게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 보는 것이 언제였던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데, 옛 기억과는 달리 독후감 쓰기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 그 차이는 이렇다. 어렸을 적 독후감 쓰기는 의무적인 것이었으나, 이번 독후감쓰기는 누가 시켜서가 아닌, 나 스스로 결정한 사항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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