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꿩의 전설
옛날에 한 젊은이가 활쏘기를 즐기며 날마다 뒷산에 올라가 열심히 연습을
했다.
언제나 마음먹은 대로 화살을 목표물에 명중시켰다.
‘이만하면 한양에 가서 무과 시험을 볼 수 있겠지.’
자신만만한 젊은이는 벅찬 가슴을 안고 집을 떠났다.
몇날 며칠을 걸어서 원주에 있는 적악산 (赤岳山)재를 넘게 되었다.
깊숙한 산골짜기, 경치 좋고 맑은 물이 흐르는 벼랑 밑에서 피곤한 몸을 쉬
고 있을 때, 별안간 어디선가 꿩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꿔 컹 꿩, 꿩꿩! 꿩 컹 꿩!”
젊은이는 심상치 않은 껑의 울음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이리저리 살펴보았
다.
바로 길옆 바위 밑에서 큰 구렁이가 알록달록 무지갯빛이 나는 장끼를 칭
칭 감고 꿩의 머리를 딱 벌린 입 속으로 막 넣으려는 순간이었다.
좀 떨어진 곳에서 암 꿩이 구원을 청하듯 애타게 울부짖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젊은이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활과 화살을 빼들고 시위
를 당 겼다.
“팽”하고 화살이 날아가 큰 구렁이 몸에 박혔다.
그러자 큰 구렁이는 감고 있던 꿩을 스르르 풀었다. 다 죽어가던 꿩은 다시
날개를 퍼드덕거리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뒤따라 암꿩도 고맙다 는 듯 “꿔
꿩”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젊은이는 꿩의 애원에 순간적으로 활을 쏘았지만 마음 한편으론 꺼림칙했
다.
“꿩은 살려줬지만 구렁이는 죽였으니, 잘 한 일은 아니지!”
혼자 중얼거리며 다시 산길을 걸었다.
해가 지기 전에 재를 넘으려면 서둘러야 했다. 깊은 산 속이라 밤이 되면, 산
짐승도 돌아다닐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다급해져서 발길을 재촉하였다.
그러나 어느덧 해는 지고 어두운 산길을 더 갈 수가 없어서 젊은이는 큰 나
무 밑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았다. 바로 그 때 수풀사이로 불빛이 반짝반짝
꿈결 같이 보였다.
‘아!, 저기 사람 사는 집이 있구나.’
젊은이는 허겁지겁 불빛만 보고 얼마쯤 걸어서 큰 기와집 앞에 다다랐다.
대문간에서 가쁜 숨을 내 쉬며 주인을 불렀다.
“주인 계시오? 주인 계시오.”
한참만에야 인기척이 나며 소복차림을 한 젊은 여인이 등불을 들고 나왔
다.
“과거보러 길을 가다가 산 속에서 날이 저물었습니다. 하룻밤 자고 가게
주십 시오.”
“손님의 사정은 딱하지만 ,저도 오늘 남편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혼자 있습
니다.
손님의 부탁을 들어드릴 수가 없군요.“
소복을 한 여인의 눈빛이 유난히 푸르게 빛났다.
젊은이는 섬직한 느낌이 들었지만 헛간에서라도 자고 가게 해 달라고 다시
한 번 간청하였다.
“정 그러시다면 따라 오시지요.”
마지못해 허락하는 여인의 뒤를 따라 들어간 곳은 사랑채에 있는 방이었다.
“누추하지만 여기서 쉬십시오.”
젊은이를 힐긋 쳐다보고 나가는 여인의 눈빛에 독기 같은 것이 얼핏 서려
있었다.
피곤해서 바로 자리에 누웠지만 하루 종일 험한 산길을 걸어 온 젊은이는
배가 고파서 잠이 오질 않았다. 할 수 없이 먹을 것을 청하려고 할 때, 마침
여인이 밥상을 차려 들고 들어왔다. 너무 배가 고팠던 터라 밥상을 받기 무
섭게 정신 없이 밥그릇을 비웠다.
젊은이는 상을 물리자 가물가물 졸음에 빠져 그냥 그 자리에 쓰러져 잠이 들
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 까? 꿈인지 생시인지 젊은이는 몸이 선득 선득 차갑
고, 조여 오는 듯한 느낌에 눈을 번쩍 떴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큰 구렁이가 젊은이의 몸을 칭칭 감고 두 가닥의 혀를 날름거리며 다가
왔다.
“당신은 오늘, 오던 길에서 살생을 했소. 당신 화살에 맞아 죽은 구렁이가 바
로 내 남편이오. 나는 내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해 당신을 여기로 유인한 것
이오.“
젊은이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바로 여인의 말소리였다.
“나도 살생은 원하지 않았지만 꿩이 하도 가여워 순간의 동정심 때문에 생
전 처음 죄를 졌소. 하지만 큰 뜻을 품고 과거를 보러가던 길이니 제발 살려
주시오.“
젊은이는 숨을 헐떡이며 애원하였다.
“내 남편과 나도 전생에는 사람이었는데 너무 탐욕이 많아 벌을 받고 구렁이
가 되었소. 하지만 저 위 빈 절 종각에 소리가 나지 않는 종이 달려 있는데,
오늘밤
이 새기 전에 종소리가 세 번만 울린다면 우리 죄도 풀린다오. 그렇게만 되
면 당신도 살려 주겠소.“
큰 구렁이 입에서 여인의 말소리가 들렸다.
‘빈 절 종각에 매달린 소리 안 나는 종이 어떻게 소리를 낼 수가 있나, 이
젠 꼼짝없이 죽었구나!‘
젊은이는 낙담을 하며 눈을 딱 감았다.
밤은 자꾸만 깊어 삼경이 지났지만 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기만을 기다리는데 바로 그때, “뗑!”하고 종소리
가 들려왔다. 젊은이는 귀를 의심하고 눈을 번쩍 떴다.
“뗑---”
이번에는 좀 약했지만 분명히 종소리였다.
“뗑-”
먼젓번 보다 더 약하게 들렸지만 틀림없는 종소리였다.
구렁이도 종소리를 들었는지 칭칭 감았던 젊은이의 몸을 스르르 풀고 어디
론가 사라졌다.
이윽고 새벽이 되어 날이 훤히 밝았다.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젊은이가 누어있던 곳은 빈 절간 앞 바위 밑이었
다.
젊은이는 너무 신기하고 놀라워서 종소리가 났던 빈 절간의 종각을 찾아 올
라가 보았다.
과연 종각에는 종이 달려있었고 그 밑에는 꿩 세 마리가 머리가 깨진 채 죽
어 있었다.
젊은이는 감격하여 울면서
“어제 살려준 꿩이 은혜를 갚기 위해 온 가족이 함께 머리로 종을 쳐서 소리
를 내었구나!. 아무리 말 못하는 날짐승이지만 보은(報恩). 해원(解怨)하는데
목숨을 바쳤으니 내가 그 영혼을 달래주어야겠구나.“
젊은이는 양지바른 산기슭에 죽은 꿩들을 묻어주고, 과거 길을 포기한 채
빈 절을 고쳐 거기서 살았다.
그 절이 지금의 치악산 상원사(上 院 寺 )요, 적악산(赤岳山 )으로 부르던
산 이름을 꿩치(雉 )자를 넣어서 치악산 (雉岳山)으로 바꿔 불렀다고 전해지
고 있다.
서기 2006년 12월 일 치악산 꿩 설화 정립위원회 위원장 임교순
報恩:은혜를 갚음 解怨:원망을 풀음 .원수 사이가 풀림
이 설화는 이설이 많아 심지어 초등학교 교과서 전재동화집 등에도 잘못 전해진것을 치악산 꿩 설화 정립위원회를 결성 각종 문헌 자료를 수집분석하여 재화 구성 하였다.
PS. 원래 은혜 갚은 까치가 아닌 꿩이었다고 한다.
세상 아래 어떤 피조물이건 생사에 귀함의 차별이 있겠는가?
선비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순간적인 동정심으로 대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고 꿩의 편을 들어 구렁이를 쏘아 죽인 것이다.
어차피 작은 것들을 잡아먹고 살도록 만들어져 있는 구렁이이건만 활솜씨를 순간 뽐내고 싶은 자만감에 꿩을 살려주고 구렁이를 죽인 것은 얼핏보면 약한 것을 구해준 일이니 잘한 것이라고 생각할 볼 수는 없다.
많은 동화책에서 이 이야기는 `동물도 은혜를 갚건만 하물며 사람이 은혜를 저버리면 쓰겠느냐`하는 피상적인 교훈만을 설파하고 있지만 더 따지고 보면 선비의 `신중하지 못한 마음의 치우침`이 가장 큰 잘못이다.
정 꿩이 불쌍했다면 활이 아니라 돌맹이를 던져서 구렁이를 쫒아버렸다면 더 좋지 않았겠는가? 대자연의 섭리대로 먹이를 잡아먹는 구렁이를 쏘아 죽일필요야 있었겠는가?
만약 선비가 더 신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자연의 이치를 깨닳았다면 이런 동물들의 일에 끼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도 나이들어서 다시 곱씹어 보면 잘못된 것이 많다.
나이 어릴 때야 정보 습득에 치우쳐 읽고 넘어갔을지 모르지만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책에서 가르쳐준 그대로 모든 것을 받아들여서는 안 될것이다.
스스로 올바른 기준을 가지고 따져보고 사고하여 바라보는 눈을 지녀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