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셌는데 억울해서 잠도 안오네요.
같이 사는 친언니와 대판 싸우고 난생 처음으로 집을 나오게 됐습니다
짐싸서 완전 가출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하루만 버티다 들어갈 생각으로 욱해서 나온거에요
여태껏 몸에 열이 많아서 찜질방은 누가 가자고 해도 싫다고 한번도 안갔었는데
싸우고 집 나와 보니 갈 곳도 없고.. 모텔 들어가자니 돈도 없는데 몇만원이나 깨지고.
둘러보니 크고 시설 좋아보이는 찜질방이 하나 보여서 아침까지 시간 떼우다 갈 생각으로 들어갔습니다.
CCTV도 곳곳마다 설치되어있고, 한건물 자체가 찜질방인지라
넓고 시설도 좋았습니다. 사람도 엄청 많았구요.
다들 티비 보면서 누워서 자거나. 매점 앞 마루에 누워 있거나, 수면실 들어가서 자거나, 늦은 시각인지라 장소 불문하고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누워서 자고 있더라구요
저는 그 중에 사람들이 제일 많이 지나다니는 화장실 앞에 자리잡고 누웠습니다
그쪽 자리는 식당이나 헬스장이랑 연결되는 곳이라서 사람들이 엄청 많이 지나다니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위험할거라곤 생각도 못했죠-
잠을 자던 도중에 누군가 뒤에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새벽 4시 30분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라 잡다한 소리가 워낙 많이 들려서
처음엔 그러려니 하고 신경끄고 잠을 잤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 다리 위로 무게감 있는 뭔가가 올라오더라구요
그 때 까지 심각하게 생각 하지 않고
한창 잠에 빠질 때라서 뒤척 거리면서 치우고 몽롱한 상태로 다시 잠이 든 것 같아요
그러다가 제 머리위로 팔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더니
순식간에 등 뒤쪽 옷 안으로 다른 팔이 쑥 들어와 만집니다
그러면서 바지안으로 손을 넣으려고 하는 찰나 (이 모든게 너무나 순식간이었어요)
잠이 확 깨면서 제가 딱 일어나서 쳐다봤더니
고개를 휙 돌리면서 아닌척~ 바로 옆에서 얼굴 가리고 누워서 자는 척 하더라구요
건들였다가 도망치면 잡지도 못할거고, 괜히 때리거나 그럴까봐 무서웠습니다
답답해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성추행 당한 입장에선 얼굴 보고 그 순간에 따질 생각조차 못하게 되더라구요. 그 자리를 얼른 피하고픈 마음 뿐입니다
그래서 일단 뒷모습만 폰으로 찍어놓고
(성추행범이 자기 손으로 얼굴을 가렸기 때문에 얼굴은 못찍었어요)
매점으로 가서 아줌마한테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줌마는 또 일하는 아저씨를 불렀고. 같이 찜질방 곳곳을 둘러보았습니다
근데 이미 도망갔는지 없더라구요..
그래서 "cctv로 확인할 수 있지 않느냐" 했더니
사무실 사람이 아침 9시에 오는데, 그때 들어가서 볼 수 있다고
지금은 안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때 새벽 다섯시 넘긴 시각)
저는 서서 어쩔줄을 몰라서 몸만 벌벌 떨고 있는데
직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더라구요
거기 일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오더니 냉정한 표정으로 저에게 그럽니다
직원 아줌마曰"그래서 그걸 우리한테 말해서 우리가 뭘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데?"
제가 범인 잡아달라고 떼쓴 것도 아니고, 최소한 그 찜질방에서 일하시는 분이면
여자가 성추행을 당했는데 위로부터 해주는게 정상 아닌가요
가뜩이나 흥분상태인데 그런 말을 들으니까 더 화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뭘 어떻게 해달라는게 아니구요, 성추행 당했는데 그럼 가만히 앉아 있을까요? 어딘가 말은 해야할 것 아니에요" 이렇게 말을 했더니 또
직원 아줌마 曰"아니 그래서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해서 뭣하냐고"
저 그래도 성인이고 손님인데.. 처음 본 저에게 반말 툭툭 내뱉으면서 그러십니다...
직원이 아닌 그냥 찜질하러 오신 아저씨께서 보다 못해서
제 얘기 들어주고 더 찾아보잔 식으로 둘러보다가, 못찾으니까
그럼 일단은 경찰에 신고해보라고 그래서 새벽에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직원보다 그 손님 아저씨가 백배 고맙게 느껴졌어요
경찰와서 제 근처에 있던 남성분 한명 조사 하더니
(제가 그분 머리스타일이 범인이랑 똑같다고 이야기 했거든요)
법이 다 그렇다며.. 증거가 없으면 소용 없는 거라고
확실히 성추행 하는 모습과 범인의 얼굴이 나와야 조사 가능하다며
9시까지 기달렸다가 cctv 살펴보고 증거 확실하면
자기한테 연락 주라고 연락처 적어주고 가십니다..
그 찜질방에선 그런 일이 하도 빈번하게 발생하니 시큰둥하게 반응하시는데
제 입장에선 난생 처음 있는 일이라 너무 놀랐고 무서웠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직원들은 다들 뿔뿔히 흩어지고 저 혼자 덩그라니 남아서 9시까지 기다려야 했죠.
cctv 볼 때도, 누구 하나 사무실 직원 왔다고 이야기도 안해주고
사무실이 어딘지조차 이야기도 안해줬습니다
9시 넘어서 제가 알아서 찾아가서 cctv 보여달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cctv 곳곳에 엄청 많이 설치되어있던데 막상 나오는 건 몇군데 안되더라구요
여튼 보는데, 그 망할 범인이 저에게 다리를 여러번 올렸더라구요
제가 잠에 빠져서 한번이라고 느꼈나본데 아주 교모하게 다리 올렸다 내렸다
손을 올렸다 내렸다.. 진짜 욕나옵니다
다른 사람들 눈치 보면서 등짝에 손넣고 아주 난리도 아니더라구요
거기까지 증거는 확실한데, 문제는 얼굴이 짤리고 둘다 몸만 나왔다는 겁니다.....
보여주시는 분께서 그럽니다.
얼굴도 잘 안보이는데 잡기 힘들다고
제가 그럼 새벽에 밖으로 도망친 것 같으니까
프론트에도 cctv 있으니 그거 새벽 시간대에 찾아보면 어떻겠느냐고 이야기 했더니
"아니 그걸 언제 다 찾아요~? 지나간 사람이 한두명도 아닌데 그걸 언제 봅니까"
별거 아닌데 크게 일 부풀리냔 식의 반응이었고, 결국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더 황당한건 제가 cctv 보고 있을 때
다른 한 여성분께서 오더니 자기도 cctv 보여달라구. 어떤 남자가 배 만졌다고
이야기 하시는데.. 하루에도 여러번 이런 일이 있나 보더라구요
도대체 cctv 설치하면 뭐합니까
화질도 안좋아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거.
그리고 다른 부분 보여달라고 이야기해도 자기 일 아닌양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거..
프론트 부분 찾아봐주면 어디 덧난답니까...
시간 넣고 찾으면 그 시간대에 딱 나오고, 빨리감기 하면 엄청 빨리 앞으로 가는데
몇분도 안걸리는 걸 귀찮아서 안해주십니다
거기 일하시는 아주머니들께서 여기는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그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성추행 당한 여자들이 수두룩하게 나와도 묻으란 식으로
책임은 본인한테 있다며 아무런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으니까
자꾸 자꾸 반복해서 그런 일이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구 가장 어이없던 건 어떤 분이 여자가 밤에 찜질방 온 게 잘못이라고 그러시던데 ㅋㅋ(어이없어서 좀 웃겠습니다)
어제 저의 찜질방 가게 됐던 그 상황을 떠나서
그러면 아예 여성출입금지라고 해놓으셨어야죠
남녀 공용으로 들어오게 만들어놓고서
밤에 찜질방 온게 잘못이라고..... 한숨만 푹푹 나옵니다
너무 화가 나고 어이없어서 몸만 부르르 떨리네요
찜질방 직원들 보는 입장에선 대수롭지 않을지 몰라도
성추행 당한 여자들의 기분은 말로 설명 못하거든요
신림 모 찜질방.. 시설에만 신경쓰지 마시고
성추행 관련해서도 주의를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