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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RAMA) Live For Today 2009
유희의 일환으로 출발하였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사회적 이슈와 정치 문제를 언급하며 비판의 각을 높이 세운 랩 음악은 동시대 사람들을 자각하고 변혁의 기운을 고취하는 장르가 되어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힙합 팬들에게나 팝 음악 역사에서나 명곡으로 통하는 그랜드마스터 플래시 앤 더 퓨리어스 파이브(Grandmaster Flash And The Furious Five)의 'The message',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의 'Fight the power'가 대표적인 예, 최근의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 소말리아 출신의 래퍼 케이난(K'naan) 등은 남녀의 애정사만이 만연한 음악계에서 부지런히 사회상을 다루며 미약하게나마 이성과 소통하려는 움직임을 행하고 있다.음악 시장의 규모가 큰 외국마저도 이런 내용을 전하는 뮤지션들이 소수이니 우리나라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수많은 래퍼가 연정을 주된 소재로 꺼내들고 미국에서 유행하는 음악 스타일만을 좇는 데 급급하거나 기껏해야 자아 탐구에서 비롯된 뜬구름 잡는 식의 관념어만을 탕진하는 사례가 잦아진 대한민국에서 정치사회적인 견해를 직설 화법으로 전달하는 '라마(RAMA)'는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된다.
데뷔 앨범을 낸 지 4년이 넘었지만 국내 힙합의 열광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아직 많이 생소한 인물일 듯하다. 본명 유희재의 이 래퍼는 1990년대 후반부터 러프 스터프(Rough Stuff)라는 팀으로 클럽 공연을 해 오다가 2005년 군 제대 후 자체 제작한 앨범 < 전형적인... >을 발표하며 공식적으로 힙합 신에 첫발을 내디딘다. 재치 넘치는 언어와 다수의 공감을 사는 소재의 편성으로 흥미를 제공하는 동시에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부익부빈익빈 현상과 잘못된 정치 행태를 유감없이 짚어냄으로써 세상을 반영하는 임무도 충실히 수행했다. 2005년에 출시된 음반 중, 아니 새천년에 탄생한 힙합 앨범들 중 주목받아 마땅한 수작이었다.
4년 만에 다시금 라마의 특장(特長)을 제대로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2집 < Live For Today >는 라마 특유의 재기 발랄한 표현과 사회를 반영하는 무게감 있는 전언으로서의 내용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1집 수록곡 '병'의 도입부로 시작하는 '악인은 잘도 잔다'는 비리와 잘못된 행각을 저지른 정치인들이 죗값을 치러야함을 역설을 통해 강력하게 주장하며, '10월 1일'은 학원 폭력을 매개로 법보다 돈과 권력이 더 강한 힘을 갖는 한국의 문제점을 내보인다. 에스코(Esco)와의 듀엣곡 'R.A.P (Resistance Against the President)'에서는 국민의 안녕은 안중에도 없는 현 정부의 막무가내식 통치에 대해 일갈을 날리고 '7막 7장'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말자며 시원하게 랩을 펼쳐 나간다.
이와 같이 자신의 줏대를 굳게 세워 돌격성과 저항을 드러냄에도 부담 없이 들리는 것은 그의 가사와 연출하는 라임에 늘 경쾌함을 잃지 않는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봤대 (No One Mix)'의 후반부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Come back home', 철이와 미애의 '너는 왜', 듀스의 '나를 돌아봐' 등 기존 히트곡들의 가사를 재활용해 끝까지 재미를 유지, 가공하는 것은 라마 특유의 유머 감각이 돋보인다. '라면라마'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조리법을 열거함에도 신화 속 인물을 대동해 흥미를 유발하는가 하면, 각 라면 제조 회사를 일일이 거론하며 청취자 경험에 밀착하는 기분의 일치를 형성한다.
한편으로는 삶에 관한 고민, 생활을 돌이켜보는 이야기를 담아 다수가 공감할 만한 내용을 탑재하려는 노력도 놓치지 않는다. 보컬로 도움을 주는 갱자의 청명한 음성이 돋보이는 '지금을 살아라'는 학업, 사랑, 군대에 대한 기억을 묶어 이야깃거리를 확장한다. '달콤한 데이트'는 연애할 때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을 법한 설레는 마음과 갑작스런 이별 통보에 대한 반전을 두어 상실감을 강조해 연모의 이중적인 면을 보여준다. 데뷔작 중 '낭만의 인명록'이 그가 래퍼로 활동 하면서 접해 온 힙합 신의 서술이라면 '소년R'은 시제를 그보다 더 과거로 옮겨 랩을 처음 접했을 당시의 상황과 그때 품었던 꿈에 대해 열거해 마니아들과 체험을 교환한다.
감성의 기운을 나누는 음악은 많다. 라마의 랩 역시 그러한 분위기를 일부분 할애하지만, 이에 경도되지 않고 이성의 귀를 두드리는 노력을 수반해 다른 뮤지션들과 구분되는 독자성을 획득한다. '신기루'의 가사처럼 자신을 '펜과 마이크를 거머쥔 랩 저널리스트'로 규정하며 잠시 잊고 지내던, 혹은 인식에서 멀어진 세간의 사각지대를 언급하고 관심의 환기를 유도한다. 오락과 가벼움만을 희구하는 요즘, 인기를 위해 중독성에 탐닉하고 번지르르한 외양에만 몰두하는 힙합이 대세가 된 시기에 '의식성'과 '독특한 어법'이 튼실하게 배어든 그의 음반은 어떤 작품 못지않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첫 자취 이후 이번에도 그 매력은 계속되고 있다.
-수록곡-
1. 지금을 살아라 (feat. 갱자)
2. 신기루
3. 악인은 잘도 잔다
4. 봤대 (No One Mix) (feat. BigMac, Esco, 갱자)
5. 달콤한 데이트
6. R.A.P (feat. Esco)
7. 007 (위기일발) (feat. VON)
8. 7막7장
9. 라면롸마!
10. 10월1일 (feat. The Quiett)
11. 술과 장미의 나날 (feat. KingPin)
12. 소년R2009/08 한동윤(bionicsou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