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 훈련병 시절 일화 □

안중근입니다. |2009.09.16 03:59
조회 680 |추천 0

음.. 이 글을 읽는 톡커님들의 잔잔한 마음을 일렁일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무료한 가운데 훈련병이였던 당시의 저는 꽤나 진지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있었던 일화를 하나 올려보았습니다.

 

 

[D-day] demobilization day의 약자로서 동원해제일이란 뜻이며 군사적으로는 '공격개시일'의 목적으로 사용되며 주로 사용되는 일반적인 목적으로는 '계획 개시예정일'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D-zeroHour.. 으레 겪어왔던 유년시절 소풍이나 수학여행의 D-0가 되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 당도했음에 짜릿하고도 그 상쾌했던 마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항상 계획을 세우고 좋은일이든 나쁜일이든 각오를 하거나 가슴을 크게 열고 그 날을 맞이하기만을 기다리죠..

향년(사회에 회귀되기까지 너무나도 먼 길을 떠나니 이 표현이 적당할 듯 싶습니다.)

만 19세의 나이로 다시 한번 예의 그 D-0를 맞이 했습니다.

두둥.. 바로 군입대죠 ^^ 

항상 D-0 를 앞둔 전날밤이면 잠이 안오곤 했습니다. 수학여행을 갈때는 버스에서 친구들하고 무슨 장난을 치며 놀까.. 어떤 간식을 사가서 친구들과 나누어 먹을까.. 어떻게해야 수학여행때 평소 관심있던 여자아이와 말이라도 한번 건네보고 친해질 순 있지 않을까.. 수학여행에서 학교 수업때의 나와는 다른 나의 멋진 모습을 뽐내 모두의 주목을 받아볼 순 있지 않을까..상상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이번 D-0의 전날는 달라도 너무도 달랐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낭떠러지가 있고 앞을 보면 갈래길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곧고 곧기만 한 그런 길.. 그 길의 끝에 지옥의 불길이 아가리를 벌리고 선듯한 그 곳에 나 스스로 발길을 청해야하는 이 현실이.. 지독히도 잠자리를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기어코 잠에 들지못하고 집을 나서 여자친구 그리고 친구들과의 밤샌 술자리로 마음을 달래고 그들의 축복(?)속에 D-0를 맞이한 저는 KTX로는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경북 50사단을 향해 발걸음을 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에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라는 말을 되새기며 빠른 단념을 한 저는 정직한 시간에 정직한 머리스타일로 신교대에 109번 훈련병으로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처음 받아보는 쌀쌀한 대접속에서 여러가지 훈련을 받았습니다. 각개, 재식, 총검술, 수류탄, 사격 등등을 말이죠. 39일간의 훈련기간을 예정받은 저는 하루 종일 한지붕아래 거대한 한침상을 쓰는 같은 내무반 전우들과는 같은 고생을 하고 한솥밥을 먹은 터인지 너무나도 금새 그리고 매우 가깝게 친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무반의 선임분대장과 각각의 역할을 배정받았습니다. 저는.. 까마득해서 뭔지 기억이 안납니다;; 아무튼 그렇게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으시겠지만.. 재식훈련을 받아보면 그 중에는 생활관에 상급자 출입시 대처요령이 있습니다.

(상급자 출입 → 가장 먼저 상급자를 본 사람이 '쉬어'를 외친다. →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앉은채로 차려를 한다. → 선임분대장이 문 앞으로 와서 선채로 차려, 경례를 한다. → 상급자가 경례를 받으면 경례를 내린 뒤 보고를 한다.)

※충성! / 제O생활관 oooo중!/ 쉬어(복명복창) / 쉬어! .. 순으로※

저희 생활관에도 한주간의 고된 훈련이 끝나고 잠시간의 휴식시간인 주말이 찾아왔습니다. 비록 훈련병이라 자리에 눕거나 늘어지는 건 꿈도 못꿨지만 훈련을 안한다는 것만으로도 오랜만의 큰 안락함이였습니다. 그때 중대장이 무슨 바람이라도 불었는지 족구를 시켜준다는 것 입니다. 으레 활동적인 남자들이 그렇듯 저희는 환호성을 내지르며 운동장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았으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족구경기를 했습니다. 싸늘한 겨울이였음에도 땀이 뻘뻘날 정도로 말이죠. 경기가 끝나고 저희는 샤워를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군대는 모든 것이 단체행동입니다. 샤워도 한날한시한곳에서 몰아서 했죠. 그리고 생활관에 들어와서 몸을 닦고 뽀송한 새 속옷을 갈아입었습니다. 겨울이라 건조한지 얼굴이 땡기기에 로션도 바르고 했습니다. 비단 저뿐만은 아니였겠지요. 그때였습니다. 한 전우가 외쳤습니다.

"쉬어!"

지금 생각하면 별로 무섭지 않은 동네형 같은 사람이였지만 훈련병인 당시에는 꽤나 높아보이는 존재였지요. 중사로, 바로 저희 소대장이였습니다. 저희는 모두 배운대로 보란듯이 재식 절차에 의거해 앉은채로 차려를 했습니다.

소대장이 생활관에 입장했습니다.

선임분대장이 고된 훈련탓인지 많이 쉬었지만 당당하고 큰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충! 성!"

소대장이 근엄한 표정으로 경례를 받았습니다.

"충성"

선임분대장은 몇 번 안해봤던 보고여서 그런지 꽤나 긴장한 듯 보였습니다... 이어서 보고를 하기위해 전우들이 무엇을 하고있는지 긴장이 역력한 얼굴로 내무반을 한번 쭈욱~ 둘러보았습니다.

"제2생활관! 스킨로션 바르는 중!!!!!"

'???????????' 이게 바로 저희 생활관 전우들과 소대장의 표정이였습니다. 보통은 "제2생활관! 개인정비중!" 이 나왔어야 하는데.. 전혀 뜻밖이였기 때문이죠!! 이어 눈치 없는 한 전우를 시발점으로 연이어 터져나오는 폭소에 저를 비롯한 모두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배꼽을 잡으면서도 걱정이되어 간신히 눈을 떠 소대장을 바라보니 그 역시도 박장대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오롯한 미소를 띄우며 당시를 회상하지만 정말 그땐 너무나도 웃겼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이곳도 인간적이고 살가운 면이 있는 곳이구나.. 하고 말이죠 ^^

그 이후로도 재미있는 일화는 꽤나 많답니다.

앞으로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친구분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겪어 본 군대는 대한민국 남자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한다는 고리타분 하기 짝이없는 명분 때문에 억지로 가야하는 곳이 아니라 비록 자의는 아니더라도 일단 가보게 되면 자신이 마음먹기에 따라 여러모로 자기 수양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될 수있는 곳입니다. 남자는 군대를 가야 철든다는 말. 100%공감은 아니지만 꼭 없는소리도 아닙니다.

사실.. 오래 된 이야기처럼 주절주절했지만 저 역시 이제 훈련병을 벗어난지 7개월 차인 일병 4호봉 병사일 뿐입니다. 앞으로 하사임관을 2개월 남짓 앞두고 있긴 하지만요^^

여러분 모두 자신이 뜻한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오늘도 잠이 들어봅니다.

(지금은 휴가중!! ㅋㅋㅋㅋ)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