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문제에 대한 내 입장을 밝히자면 이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다소 당황스럽고,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이런 내 입장을 기본으로 몇가지 쟁점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1. 오역이 문제인가?
Korea is gay. 이건 영어의 오역문제를 넘어서 이문장만으로는 글쓴이의 감정과 생각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은 어렵다.
'한국인은 정말 쩐다.' 만약 이런 단 한문장으로만 표현했다면 나는 이 말이 좋은 뜻인지 나쁜 뜻인지조차 모른다. '쩐다'라는 것이 국어사전에 정의되어 있는 말이 아니라 이 표현을 사용하는 집단에 따라 정말 다양한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거의 감탄사처럼 아무 의미없이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 '쩐다'의 국어적 용법이 확대됨에 따라 이 표현만 놓고서는 정확한 의미파악은 물론 긍정적인 표현인지 부정적인 표현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다. 따라서 이말 외에 다른 몇 문장이 더 포함되어 있어야 다른 문장들과의 관계를 파악해 그 의미를 유추해볼 수 있을 뿐이다.
'시크하다' 이 말도 최근 사용되는 말중에 의미파악이 용이하지 않은 대표적인 단어이다. 원래 우리가 한국말에 섞어사용하기 직전엔 영어단어 'chic'라는 단어의 의미에서 출발한 그대로 주로 패션관련기사에서 '멋있다','세련되다'의 의미로만 사용되었는데 이 말이 대중적으로 확대되어 사용되면서 '시니컬하다'의 의미와 혼동되어 지금은 '시니컬하다'의 부정적 의미에서 탈피해 좋은 의미로 사용되면서 '도도하다'의 의미로까지 변용되어 사용된다.
"Korea is gay. I hate Koreans. I wanna come back."
뒤에 이어진 문장으로 보아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문장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이 말에 담긴 의미의 강도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gay'라는 단어가 가진 부정적인 의미가 개방적인 미국사회보다 폐쇄적인 한국사회에서는 꽤 큰 강도로 느껴질 것이다. 또한 같은 미국사회내에서도 'gay'라는 단어가 가지는 어감의 차이는 그 단어가 사용되는 그룹에 따라 상당히 다를 것이다.
그런 차이를 감안해 이 말을 '역겹다','구리다'라는 우리말로 대충 비슷하게 번역을 했다한다면 우리가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어차피 영어의 오역문제라기보다 언어자체가 가지는 의미의 추상성과 다양성때문에 사실 우리말로 '한국은 역겹다'라는 우리말로 표현했다해도 이 문장은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어감의 차이는 모두 다를 것이다. 상황에 따라 의미조차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여지도 충분히 존재한다. 이것은 언어자체가 가지는 태생적 한계이다. 언어란 문화와 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2. 정말 한국비하발언인가?
'한국은 정상이 아니다. 내가 하는 수준낮은 랩을 잘한다고 칭찬한다. 정말 멍청하다'
이 말은 정말 뼈가 있는 말이다. 한국인은 외국문화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사실 유럽이나 미국이 인도나 중국, 한국의 동양문화에 대한 신비로움을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으로 이국적 정취에 대한 환상을 표현했다. 그에게 이 이국에 대한 환상이 지나친 낭만주의, 감상주의에 빠진 멍청이로 보였을 것이다. 사실 아무것도 없는데 자신을 부러워하며 칭찬하고 환호하는 것이 광신도집단의 무지함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것은 나 역시 늘 느끼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 댓글다는 수준을 보면 뭘 제대로 알고나 하는 말일까 싶을 정도로 한심할 때가 많다. 그도 그럴것이 그걸 심도깊게 파악하기보다는 그저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것이 대중이다. 그것이 대중이 가진 환상이다.
정치인들이나 기업가들은 바로 그 대중의 환상을 창조하고 그 환상을 이용해 통치를 하거나 물건을 팔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 정보화시대에 무언가를 깊이있게 바라보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수많은 정보속에서 가치있는 정보를 찾기도 어렵고 그래서 그 많은 정보를 소화하기 위해 빠름을 추구하다보니 사물과 현상을 깊이있게 볼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것이다. 무엇이 진실인지도 혼란스러우니 그런 고민을 그만두고 아예 환상을 좇거나 머리가 복잡해 이를 해소하기 위함으로 가벼운 가십거리를 좇는다.
그냥 그런 대중의 환상을 이용해 스타가 되고 돈을 벌면 되는데 오히려 그런 환상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그는 아주 솔직한 사람인 것이다.
3. 무엇이 문제인가?
그의 발언은 이미 4년전 그것도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기 전인 가수지망생시절의 이야기다. 사람이 배가 고프고 힘들면 어떤 말인들 못하겠는가. 나라에 흉사가 있거나 농사가 흉작이어서 백성들이 굶어죽는다면 절대왕권이 위엄을 떨치던 왕정시대에도 나랏님을 욕하는 것에 관용을 베풀었던 것이 우리의 정서이다.
이번 문제의 발단은 일부 소수의 배타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사실의 전말을 확인하지 않은채 이것이 확대재생산하면서 온라인공간에 논란이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언론사의 무책임한 보도가 잇따르면서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마치 작은 불씨가 거대한 산불처럼 번진 꼴이 되었으리라.
기분은 좀 나쁘지만 그냥 그렇게 생각하나보다라고 넘어가거나 힘들었던 시절 생각이 미성숙해서 했던 말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용서과 관용으로 기회를 주면 될 일이었다. JYP같이 큰 기획사조차도 이정도 문제로 패배를 인정할만큼 대중을 설득할 능력이 부족했던 것인가. 인기를 얻을수록 구설수에 오를일이 많아지고 안티팬도 증가할텐데 이정도 방어능력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에 새삼 의아한 일이다. 아님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걸까?
여기에 일부 네티즌들을 자극한 요인에 대해 두가지 쟁점이 있다면 한국국민들의 배타적 민족주의 혹은 비상식적 애국주의와 연예인이 과연 공인으로서의 도덕성이 요구되는가 하는 것이다.
첫번째 문제와 관련하여 재범군이 korea와 korean을 주어로 삼아 직접 가리킨 것이 한국민의 민족정서를 자극한 것라고 본다. 만약 특정적인 한국인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을 가리키는 단어를 사용했다면 논란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많은 한국인이 적이 아니라 일부 문화소비층을 겨냥한 말로 범위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되면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들을 무시하는 내용이 되어 팬들을 한순간에 잃게되는 경솔한 발언이었다는 것은 나역시도 더 이상 옹호해줄 수 없겠다.
어찌되었든 이건 일부 네티즌들의 배타적 민족주의이자 비정상적인 애국주의의 문제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국가주의와 공동체주의적인 사고방식과 문화를 핏속까지 가지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대한민국'을 비하하는 것은 곧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자신은 자기부모를 자주 비난해도 다른 사람이 내 부모를 욕하는 것만은 인정할 수 없다는 심리와 같다. 부모는 곧 자기자신이라고 생각하듯 대한민국은 곧 나자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자라 영어도 잘하는 그 부러운 녀석을 우리 패밀리로 인정하는 것도 기분나쁜데 때마침 그런 발언까지 공개되고나니 안그래도 상처받은 자존심에 탄력을 받아 더욱 거센 공격을 퍼붓는 모양이 되었다. 다시 말하면 그가 외국에서 인정받는 대중스타였다면 자랑스러워했을 사람인데 그는 한국에서만 인정받는 대중스타였고 알고보니 영어잘하는 미국시민권자라는 사실에 열등감은 배가되어 너무 배가 아픈 상태에서 그나마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 편승해 자신의 우월감을 유지하고 있던 민족적 자긍심에 상처가 되는 발언까지 덧붙여졌으니 불난데 기름을 부은듯 불길이 거세진 것이다.
두번째, 연예인의 도덕성이 정치인과 같을 필요는 없다. 문화예술인과 과학자는 사회의 금기에 도전하고 이를 깨며 사회를 발전시키는 최일선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적으로도 그들에 대한 평가는 당대에는 도덕적으로 큰 반향으로 일으켰지만 시대가 지나고나면 위대한 진보가 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도 공직자와 연예인의 교육수준이나 도덕수준을 같은 선상에서 보지 않는다. 그들이 미치는 영향력만으로 공인으로 평가하는 것은 통치자의 논리일 뿐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그들의 도덕성에 대한 기준은 훨씬 낮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오랜 독재정치와 짧은 민주주의 역사로 인해 정치인들이 미리 자신의 도덕적 결함을 관리하지 못했지만 미국같은 나라는 지도자가 될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공직자든 경영인이든 품행이 단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진조차 찍지 않고 말조차 함부로 하지않도록 철저히 관리한다고 한다. 그러한수준의 요구를 연예인에게도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는 좀 더 우리사회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분명 우리는 정치인과 연예인을 다른 잣대로 바라보지만 영향력면에서는 연예인이 조금 더 우월하다. 그것은 정치역사적 이유에서 정치인들이 그만큼 신뢰를 잃어왔다는 뜻이다. 연예인의 역할과 정치인의 역할은 분명히 다른만큼 정치인들이 연예인들의 상품성을 이용하려 하기보다는 독자적으로 인기관리를 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정치인은 이성적 두뇌를 사용하여, 연예인은 감성적 두뇌를 사용하여 바라볼 준비가 되어있다. 그렇다면 연예인이 가지는 인기, 영향력과 정치인이 가진 영향력과는 당연히 차원이 다르고 영역도 다르다.
연예인을 공인화 하기보다는 진짜 공인들이 솔선수범하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신뢰를 회복하여 대중의 인기를 얻고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진정 바람직하다고 본다.
4. 온라인 여론재판, 21세기 마녀사냥의 문제점과 대안
지금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진짜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21세기 마녀사냥, 온라인 여론재판으로 다각적인 시각을 배제한채 감정적으로만 판단해 큰 것을 보지 못하고 작은 것에만 집착해 한 인간을 매도하고 결국 파멸시키는 행위. 누구나 생각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자유롭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언론이 일부사람들의 생각을 조명해버리면 일반사람들은 마치 여론의 방향이 그렇게 흘러가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그래서 언론에겐 책임감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언론에게 책임감이 없다면 인터넷이 가장 비판받고 있는 감정과 욕구의 배설구, 생각의 쓰레기장을 자임하고 있다는 비판은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결국 언론으로서의 기능은 상실하고 신뢰를 잃어 여론조작용 선전도구, 상업용 광고게시판으로 전락해 버릴 위험이 있다.
일부 사람들의 생각이 여과없이 공개되고 발언될 수 있는 온라인 가상공간의 장점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보다 현명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면 아주 큰 단점이 된다.
최근 악플에서 시작된 온라인 공간에 대한 정화를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자체적으로 정화하고 정리할 능력이 없으니 결국 법의 잣대를 들이대자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란 것이 무조건적인 보장과 무책임성까지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까지 말하는 것만은 분명 아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는 여건을 조성하면서도 자신의 발언에 대해 분명하게 책임을 지고, 또한 잘못에 대해 건전한 추궁을 할 수 있도록 네티즌 스스로도 자정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법사회 정책적으로도 이를 유도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언론 역시도 인터넷 여론을 제대로 평가하고 점검, 인증할 수 있는 장치로써의 역할을 구축한다면 정보화시대 점점 역할을 잃어가고 낙후되어 가는 언론으로써의 기능을 제대로 구현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