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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산 넘고 물 건너 땅굴 지나… 가자의 신랑 찾아간 새색시

하미호 |2009.10.09 15:39
조회 100 |추천 0

원래는 차로 두시간 거리 봉쇄 피해 수천㎞ 돌아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West Bank)에서 가자지구(Gaza Strip)까지는 원래 차로 2~3시간 거리다.

 

그러나 서안의 라말라에 살던 신부 마이(May·23)는 가자에 사는 신랑 모하메드 와르다(Warda·26)를 만나기 위해 나흘간 수천㎞를 통과해야 했다. 가자지구가 이스라엘군의 철저한 봉쇄 속에 있기 때문이었다. 마이는 요르단을 거쳐 이집트로 들어간 뒤 다시 목숨을 걸고 이집트와 가자 사이를 잇는 비밀 땅굴을 통과했다. 팔레스타인인 남녀의 이 험난한 사랑 이야기를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7일 보도했다.

 

 

친척들이 정혼(定婚)한 두 사람은 석달 전 인터넷 웹캠을 통해 친척들 앞에서 약혼했다. 전화와 웹캠, 이메일로 사랑을 키웠다. 하지만 남편 와르다가 신부에게 갈 길이 없었다. 와르다는 "서안에서 마이와 함께 살게 해달라고 이스라엘 당국에 5차례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결국 유일한 루트는 땅굴뿐이었다.

가자지구를 장악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탓에 이스라엘은 2007년부터 가자를 봉쇄하고 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집트 쪽으로 파놓은 땅굴은 가자의 150만명 주민에겐 생필품을 공급하는 '생명줄'이 됐다. 무기와 가축, 사람도 이 땅굴을 오간다.

하지만 이집트 경찰은 밀수·밀입국 루트인 이 땅굴을 찾는 대로 파괴한다. 지난 수개월에도 팔레스타인인 10여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군도 예고 없이 땅굴을 폭격한다. 이런 공격을 피해도 워낙 조악하게 판 탓에 땅굴은 언제라도 제풀에 무너진다.

아내 마이는 이런 '생매장'의 우려에도 땅굴 루트를 택했다. 남편 와르다는 "한 시간 넘게 땅굴 속을 기어서 나온 아내는 방금 무덤에서 나온 듯 흙먼지에 뒤덮여 있었다"며 "사랑을 위해 이 모든 시련을 견뎌준 아내가 고맙다"고 말했다.

하지만 둘 앞에 남은 건 불확실한 미래뿐이다. 가자의 하마스 자치정부에서 매달 받는 25달러가 소득의 전부인 와르다는 땅굴로 아내를 '밀수'하느라 1500달러를 내는 등 결혼식 비용으로 모두 4000달러가 넘는 빚을 냈다. 마이도 "사랑은 잔인한 것"이라며 "가자의 삶이 고단하리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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