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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오늘 날씨는 구름이 뽀글뽀글 -둘레길 3구간 동강-수철

피오나공주 |2009.10.13 16:05
조회 924 |추천 0

 

 

지리산 자락에 푹~ 안기어 생활한지 3일째

그 짧은 기간에 생겨버린 버릇이 있다면

아침에 눈을뜨면 제일 먼저 천왕봉 봉우리에 시선을 던지다는 것이다

 

천왕봉이 모습을 보이든 보이지 않든

지리산 능선을 바라보며 그안에서 생겨나고 사라지는

구름을 바라보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오늘아침 역시~ 구름이 뽀글 뽀글 천왕봉에서 솟아 오른다

 

 

아침마다 지리산 향기 가득한 녹차 한잔으로

더 더욱 행복했던 우리들

 

3일이라는 짧은시간동안 긴 휴식을 취한것처럼

우리들 마음을 풍요롭고 여유롭게 만들어준 나마스테

 

할머니가 해주시는 오늘의 아침밥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다시 떠나야 한다

 

고작 3일만에 나마스테가 미친듯이 좋아질수 있고

할머니와 헤어진다는 생각에 코끝이 찡할수 있다니

...

 

 

미리 예기 하지도 않았는데

얼음물이며,할머니가 직접기른 방울토마토며,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맘이

꼭 어릴적 외할머니를 보는것 같아 더 짠했다

 

만약, 지내다가 힘든일이 생겨 하루를 버텨낼 힘이 없다면

문득,어느날 나마스테와 할머니가 생각난다면

 

예약없이 그냥 불쑥 찾아와도 거실 한켠을 내어줄수 있냐고 쥔장님께 물으니

당연 오케이~

 

든든한 보험하나를 가입한 기분이다

언제든 힘들거나 지칠때 무언가가 사무치게 그리울때

시골 할머니댁처럼 찾아갈수 있는곳이 생겼으니

 

조만간 가을에 꼭 다시 오겠다고 인사를 드리고 길을 나서는데

마음 약한 우리동애양 기어이 눈물을 터트린다

 

떠나기전 우리를 꼬옥 안아보시던 할머니

 

조만간 곧 다시 갈께요

건강하세요

 

 

오늘 우리가 걸어야 하는 구간은

지리산 둘레길 3구간 동강-수철 11.9 km

 

어제 하루 쉬어주신 울동애양

오늘은 힘이 넘쳐나네~

화이팅 한번 외쳐주고 힘차게 Go!!Go!!

 

 

마을도로변에 피어있던 봉숭아 길을 따라

동강마을을 지나고 나면

 

 

산청 함양사건 추모공원까지는 아스팔트 도로가 이어진다

 

흙길이 아니라서 실망할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왼쪽편에는 방곡천이 흘러 눈이 시원해진다

게다가 얼마나 첩첩 산중인지 가끔씩 지나가는 경운기 외에는

차량을 볼수가 없다

 

그래도 언제나 차 조심할 것!!

도보여행자의 수칙중 하나이다

 

열심히 방곡천 계곡을 따라 오르막도로를 올라가다 보면

산청 함양 사건 추모공원을 만날수 있다

 

 

700명이 넘는 그들은 다름아닌

우리나라 국군에 의해 51년 음력 1월2일날 총살되었다

우리의 최대 명절 설연휴에

이렇게 무모한 민간이 학살이 이루어 졌다니

죽음사람들도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하지만

살아남은자의 고통은 더 했으리라

 

 

1년도 살지 못하고 떠나간 무덤을 보며

아무리 시대적 상황이라 하지만

어쩜 이럴수 있는건지 이런일들이 생길수 있는건지

정치는 무엇이고 이념은 무엇이었기에

이리도 허망하게 죽음으로 내몰았던 걸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고구려 백제 신라도 중요하고

고려 조선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일제시대.그리고 광복후 우리들의 역사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치부이고 ,잊고 싶은 역사라고 해서

가슴아픈 우리의 현대사를 왜곡하고 묻어두어서는 안되는건데

 

광복이후 일어났던 말도 안되는 역사들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때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우리가 먼저 잊어서는 안되는 건데..

우리가 먼저 잊어주고 지치기를 바랄건데..

근데..자꾸만 우리의 의식은 잊어가는거 같아 가슴이 아프다

 

그당시에 살아남았던 사람들은 고아가 되었고

국가에서 큰사건사고가 생길때 마다 이념과 사상을 의심 받았으며

평생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주름가득한 얼굴에서 쏟아내시던

그 억울한 세월의 한탄을 시청각실에서 보며

동애와 난 눈물을 훔쳤다

 

 

1951년에 돌아가셨는데 2005년이 되어서야 추모공원이 조성 되었다

 

지리산에는 우리 현대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 길에서 한번쯤은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 보는것도 좋지 앟을까 한다

 

 

추모공원을 벗어나면 산길로 접어들기 위해

방곡천을 건너야 한다

 

그냥 건너기엔 왠지 신발이 젖을거 같고

벗고 가기에는 그리 깊지 않아 보이고

 

이런 고민의 순간이 온다면 등산화 신고벗는 일이

조금 귀찮더라도 과감히 신발을 벗고 길을 건너자

 

둘레길을 즐기는 방법중 하나는

자연이 우리에게 내미는 손길을 거절하지 않는 것이다

 

방곡천 계곡물이 어찌나 차갑고 시원하던지

그대로 눌러앉고 싶은 유혹이 들어 혼났다

 

 

 

둘레길에서 만나면 기분좋아지는 풍경중 하나가

엄마 아빠와 함께 걷는 어린이들을 볼때이다

 

초2학년,초4학년인가 그랬던거 같은데

우리와 똑같은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었다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싱글싱글 웃으면서 너무 재미난다고 말하던 녀석들

 

모처럼 컴퓨터를 떠나 게임기를 떠나

자연과 친구하면서 엄마 아빠와 수다를 나누며

걸었던 이길을 오랫동안 기억했으면 좋겠다

 

 

우리 동애양도 건넜으니 이제 다시 출발

 

동강-수철 구간의 최고의 길은

상사폭포까지 이르는 오솔길 같은 산길이다

 

사람의 손때가 타지 않은 정말 있는 그대로의 산길

오른편에는 우거진 숲이 있고

왼편에는 잘생긴 바위들 사이로 시원한 계곡이 이어진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하듯

계곡물소리에 오감을 집중시키고 걷다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숨이 차올라

얼굴이 땀이 흘러내려도 힘든줄을 모르게 된다

 

 

 

오케스트라가 절정에 다다르면

고개를 살짝 들어보자

눈앞에서 쏟아지는 상사 폭포를 볼수 있다

 

상사폭포

누군가가 이루지 못하는 사랑을 하고 이곳에서 죽어

바위가 되고 계곡이 되었나 보다

 

예나 지금이나 이놈의 사랑이 늘 문제이긴 하다

 

 

상사폭포의 유래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앞으로 가야하는 길에 대한 정보도 다시 한번 더 숙지

 

 

상사폭포 앞에서 셀카 남발하신 피오나

어젯밤 물들인 봉숭아 꽃물이 눈에 확 들어온다

 

 

사진속의 길들은 비슷하고 똑같아 보이지만

그 길위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 똑같은 길은 단 하나도 없다

 

이길은 이래서 좋고 아까길은 그래서 좋고

길위에 있는 사람들만 공유할수 있는 좋은점들이 생기게 된다

 

 

산허리를 돌아 제법 깊숙히 들어온것 같은데

산책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 이길이 너무 좋아

둘이서 연신 이길 너무 좋다고 좋다고~난리를 피웠다

 

 

흙을 밣고 걷는일이 사람들 들뜨게 하고

기분을 설레이게 할수 있다니

 

지리산길을 걷다보면

힘들어도 웃을수 있고

흐르는 땀냄새도 향기롭게 느껴지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게 된다

 

 

지리산이 품고 있는 사람과 길이 보인다

 

첩첩산중 산골짜기로 들어와서 논을 만들고 밭을 만들어

한평생 이곳에서 땀을 흘리며 사는 사람들이 저곳에 있다

 

지리산에 안기어 살아가는 사람들

지리산이 삶의 터전이 사람들

 

지리산이 삶의 터전 이었던 분들이 아주 오래전 부터 다녔던 길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길 장날에 가기 위해 걸어 다녔던 길

 

산업화가 되고 자동차가 생기면서

이제는 필요 없어진 옛 길들을 찾아 이어만든 둘레길 800리

 

정상을 향해 오르는 가파른 길이 아닌

지리산에 안기어 걸어가는길

 

끊임없이 내면의 나와 싸우며 걷는 길이 아닌

나의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길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는 시간

포장되고 가식으로 꾸민 거짓의 내가 아닌

진실된 나를 마주할수 있는 길이 지리산 길이다

 

 

지리산길을 걷는 내내

툭툭 던져주는 풍경화 같던 지리산의 다양한 모습들

 

그 모습을 담고자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나에게 보여주는 모습을 사진기에 담아내는 일

천천히 걸으며 소박한 사람살이의 감동을 느껴보는 일

 

지리산 둘레길에서 해볼수 있는 소중한 경험들이다

 

 

 

지리산길을 걷기 위해 단단한 체력이나 마음 무장 같은 건 필요치 않다

밭두렁의 콩도 호박도 야생화처럼 눈여겨볼 시선의 여유만 가지고 가면 된다

그러면 예기치 않았던 선물이 배낭속에 가득 담길 것이다

 

-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 저자 이혜영-

 

 

동강 -수철 구간을 완주하고 기쁨과 환희에 찬 동애양

그리고 꿀처럼 달콤했던 늦은 점심

 

수철마을 점방앞 평상에 앉아

먹었던 그날의 라면맛을 어찌 잊을까...?

 

사랑하는 동애양이 함께여서

너무 아름다운 길을 걸을수 있어서

참 행복했던 3일

 

언제든지 행복 바이러스를 충전해줄 에너지의 원천

지리산 둘레길

 

조마간 곧 다시 이사람 저사람 데리고 오리라는 확신아닌 확신이 든다

 

 

수고많았어~ 토닥 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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