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자렛의 음악적 행보를 두고, '나날이 발전했다'라고 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듯 싶다. 정규앨범인 Facing You(1971) 발표 이후, 그의 음악은 변한적이 없다. 과거에나 지금에나, 그는 건반위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임에 틀림없고, 마치 잡음처럼 들리는 연주 중간의 엉뚱한(?) 허밍음도 여전하다. 솔로 플레이에서 피아노가 낼 수 있는 상식적 수준의 소리 이상의 독창적인 타악기 소리를 만들어내는 -- 예를 들어, 페달을 일부러 세게 튕겨 밟음으로써 베이스 드럼의 소리를 만들기도 한다 -- 키스 자렛 특유의 공격적이고도 전방위적 피아노 연주는, 일상생활에서 거의 은둔하다시피 지내는, 다소 소심해 보이는 듯한 그에 대한 미국 언론의 편견을 뒤집는다.
주로 스튜디오 레코딩 작업으로 이루어진 명상 음악을 연상시키는 앰비언트 스타일의 초기 앨범들은, 1975년 쾰른 콘서트 이후 크게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가 추상적인 멜로디를 포기했다는 것은 아니다 -- 그랬다면 ECM에서 그가 계속 앨범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초기 몇 작품에서 시도했던 전자음향을 일체 배제하고, 그 이후 철저하게 어쿠스틱 사운드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 소개하려고 하는 Standard Vol. 1은 그런 키스 자렛의 음악적 결단을 증명하는 20세기 명 앨범 중 하나이다.
이미 키스 자렛은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두 가지로 굳히고 있었다. 첫번째는 이미 Keith Jarrett:Koln Concert에서 보여준 것 처럼 독창적인 임프로비제이션으로 구성된 추상적 앨범의 스타일, 그리고 두번째는 Standards Vol. 1&2에서 보여준 것 처럼 기존 정통 재즈의 스탠다드 넘버들을 전혀 과장되지 않게 원곡에 대한 충실한 해석으로 연주하는 두 가지가 그것이다.
키스 자렛은, 1983년에 만들어진 이 앨범을 통해서, 자신의 음악적 기반이 정통 재즈의 위에서 만들어 진 것임을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그는, 언제나 언론이 자신에게 궁금해 하는 것을 인터뷰 대신 라이브 연주와 스튜디오 레코딩을 통한 음반으로 대신 설명하곤 했다. 그의 오랜 음악적 동료인 Jack Dejhonette, Gary Peacock과 함께 만든 이 재즈 트리오 앨범은, 놀라울 만큼 절제되어 있다. 과거 그가 라이브에서 보여주었던 폭발적인 건반 장악력은, 이 앨범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날카로운 콤핑은 살아있고, 빈틈을 주지 않는 꽉찬 호흡은 전성기때의 오스카 페터슨의 연주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둘 사이의 주법은 현격하게 다르다. 오스카 페터슨이 꼿꼿하게 손가락을 세운 가운데 튕기듯이 연주하는 반면, 키스 자렛은 전반적으로 손등의 각도가 완만한 가운데 낮게 깔려있는데, 이것은 키스 자렛이 언제든지 속주를 개시할 준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페터슨의 연주방식은, 속주보다는 여유있는 가운데 멜로디에 중점을 둔것에서 기인한다.)
연주 자체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은 굳이 쓰지 않겠다. 그것은 청취자의 해석의 문제이며, 키스 자렛 본인이 이야기 했듯이 언제나 음악에 대한 해석은 그것의 표면에만 머무를 수 밖에 없다. 다만 확언할 수 있는 것은, 이 앨범이 키스 자렛의 초기 앨범에 비해 매우 '듣기 편하다'는 점이다. 키스 자렛에게 선뜻 접근하기 힘들다면, 이 앨범부터 시작해서 그의 음악에 접근할 것을 권한다.
가을에 듣기 딱 좋은, 기분 좋은 앨범이다.
1. Meaning of the blues
2. All the things you are
3. It never entered my mind **(추천 음악)
4. The masquerade is over
5. God bless the child **(추천 음악)
Time: [45:38] 1983 ECM Redords, Germ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