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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신성민 |2009.10.26 11:27
조회 148 |추천 0

┗ 목포역

 

   본래 여행 계획에 목포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사전조사도 없었고 목포에 대해서는 조재현, 차인표 주연의

영화 '목포는 항구다'를 통해 모호하게나마 알고 있을 뿐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전주에 있어야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친숙하게 다가오는 목포라는 도시에 이끌려 무

작정 표를 끊어버렸다. '그래, 본래 여행이란 게 그런거다. 랜덤의 미학 속에 불확실함의 두근거림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배낭여행만이 가진 묘미 아니겠는가.' 밑도 끝도 없이 충동적으로 저질러버린 자신의 무모

한 판단을 옹호하면서..

 

┗ 목포역 주변 구시가지 입구

 

   사실 우리나라 여행에는 까짓 대단한 계획쯤 없어도 문제될 것 전혀 없다. 역 주변마다 과도하게 널부

러져 있는 안내책자들이며, 한국사람 특유의 간섭하기 좋아하는 성격 덕분에(특히나 전라도는 더 심하다)

어디를 가든 수월하게 그 지역을 파악할 수 있다.

 

┗ 북항 가는 길에 먹었던 순대국밥

 

   다행스럽게도 역 맞은편이 구시가지라 별다른 어려움 없이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전라도 여행에서는 특별히 입맛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구수한 사투리와 따뜻한 정으로 양념한 전라

도 음식은 입 짧기로 소문난 나도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울 정도로 최상의 맛을 자랑했다.

 

 

┗ 90년대삘 나는 오락실

 

   나름 새벽형 인간인 나는 애초부터 찜질방에서 자는 것을 목표로 하고 떠났다. 잠도 많이 없는데다 비

용 절감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도 뜨끈뜨끈한 탕에 몸을 녹일 수 있어서 좋았다. 걷는 것을 워낙 좋

아하기에 밤에는 이렇게 피로를 풀어줘야 한다.

   아무튼 그렇게 찜질방을 찾아 걷고 또 걸어서 발견한 곳이 사진 속의 자그마한 오락실인데 간판 없는

입구부터 90년대 포쓰가 좔좔 흐르는 멋진(?) 곳이었다. 돌아가는 게임 또한 지금은 찾을래야 찾아볼 수

없는 진기한 유물들이다. 멋진 부모님 덕에 어렸을 적부터 오락실을 자유자재로 누볐던 나에게 이 곳은

단돈 100원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한 추억의 향기와 이제는 훌쩍 커버려 왠지 유치하게만 느껴지는 씁쓸한

게임 한판을 선사했다.

 

┗ 북항 가는 길

 

   낯선 곳과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방랑 자체가 하나의 즐거운 오락이다. 걷고 또 걸으며 그 어떤

것에도 구애 받을 것 없는 그 영원의 순간을 즐긴다. 발바닥과 대지가 맞닿을 때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교감이 일어난다. 세상과 나는 더이상 둘이 아니다.

 

┗ 노숙자 세트

 

┗ 짠내나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고 싶어 구입한 돗자리

 

┗ 밤바다

 

   생각보다 춥지않은 날씨, 밤바다를 만끽하고 싶어 북항 주위에 돗자리를 폈지만 쉴새 없이 드나드는

자가용과 낚시꾼들 덕분에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 친절한 목포청년 정민수씌

 

   하루종일 걸어다녔던 터라 피로감은 극에 다다랐고 나는 결국 찜질방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오오~

횟집거리(?)를 지나니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무조건 이 곳을 떠나자.

   정류장 주위를 기웃거리다 친절해 보이는 청년 발견,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주위의 찜질방을 묻는다.

그는 목포에서 찜질방을 찾으려면 신시가지로 나가야 된다며 건너편 정류장에서 13번 버스를 타라고

했다. 시종일관 미소로 답해준 청년 덕에 나는 기분좋게 무단횡단을 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청년도 무단횡단을 한다. 길을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다시오나보다 했는데 이건

뭥미.. 씨익 미소를 날려주시며 내 옆에 다가와 앉는 청년, 나를 위해 목포 길잡이가 되어 주신댄다.

   기차여행을 좋아한다는 20살 목포청년 정민수씌는 45L짜리 배낭을 메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대번에

출사 떠나온 사람인줄 알았다고 한다.(전라도에선 배낭여행을 '출사떠남'으로 표현하나보다. ㅋㅋ)

   그는 어렸을 때부터 기차여행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서 철도카페에도 가입하고 여유가 생기는 족족 출

사를 떠난다고 한다. 지금은 PC방 알바중이며 주말에 여행 좀 다녀온다고 말 했다가 속 좁은 사장한테

혼났다며 푸념을 늘어 놓는 민수씌,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 걱정이 태산 갔다고 하는데 남자라면 누

구나 다 갔다오는 거 아니냐며 위로아닌 위로를 해 주었다.(끝내 상근예비역 출신이란 말은 하지 않았다.

ㅋㅋ)

 

┗ 목포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보석 찜질방

 

   버스에서의 30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고 민수씌와 나는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눴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다음에는 형이 밥한끼 사겠다고 블로그 주소와 연락처를 쥐어주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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