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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13

katerina |2003.07.05 13:52
조회 176 |추천 0

철이:

딱 열흘 남았습니다.

하하 휴가 나갈 일 말입니다.

날씨는 덥고 졸음이 많이 옵니다.

신일병이 내 눈치를 보며 어디를 갑니다.

불쌍한 놈 넌 언제 제대할래?

민이:

학교 동아리방을 갔더니 현석이한테서 편지가 와 있었습니다.

치. 그 몰래 편지 쓰느라 글씨가 엉망이니 이해해 달라는군요.

그가 나한테 편지 쓰는 걸 보면

또 그의 편지를 자기봉투에다 넣어 보낼 것 같다며 말입니다. 이녀석아.

내가 너한테 잘해준 것 중 가장 큰 이유가 그와 닮은 분위기때문이었는데...

그래 잘했다.

그의 편지가 있었다면 너의 이 편지는 푸대접을 받았겠지?

친구가 녀석 면회한번 가자고 합니다. 그럴까요?

잘하면 그도 볼 수 있겠군요. 날짜를 잡았습니다.

철이:

드디어 휴가를 나갑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장장 팔개월만에 나가는 겁니다.

중간에 포상휴가도 있었지만은 대대장이 바뀌는 바람에 취소가 되었습니다.

억울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휴가에 붙었거든요.

내 팔한쪽에 짝대기 네개가 달렸습니다. 나도 이제 병장입니다.

성병장. 어감이 좀 이상하군요.

성병~장님 잘 다녀오십시오.

신일병 저녀석을 한대 패버리고 나갈까요?


민이:

야했던 사진들은 사진관에서 한 장도 현상을 해주지 않았군요.

혹시 사진관 아저씨가 자기만 뽑아 가지고 밤마다 보는 건 아닐까요?

며칠동안 여행 갔다온 사람들과 재밌게 놀았습니다.

학교는 못 가봤지요.

참 후배 누구를 꼬셔야 하는데요.

석이 면회 갈려는데 그 누구가 석이가 좋아했던 여자거든요.

자기가 왜 가냐며 빼고는 있지만 갈 것 같습니다.

어감이 그랬어요.

철이:

학교는 또 썰렁합니다. 한창 방학중이라... 앗 이럴수가?

자전거 타고 다녔던 친구가 군복을 입고 학교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휴가 나왔나봅니다. 핫핫하. 녀석은 이제 짝대기 세개군요.

같이 놀아주기가 그런데요.

자기도 심심했나 봅니다.

나를 발견하고 나에게로 짤래짤래 다가왔습니다.

그래 한잔 해.

학교에 소주를 사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낯익은 건물앞 벤취에 앉아 술을 먹었습니다.

둘이서 밤늦게까지 소주 몇병을 들이켰습니다. 하하.

지금 심정같으면 그녀에게 사랑한다고도 말할 자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마주쳐지지 않았습니다.

캬 좋다. 읔. 벤취위에서 자다가 밤에 수위아저씨한테 걸렸습니다.

녀석은 어딜간거야?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는데 할증료를 물어야 했습니다.

민이:

사대앞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갈 사람은 차있는 남자선배하나, 나와 친구.

그리고 녀석이 좋아하는 여자후배 이렇게 넷입니다.

일찍 출발하려고 8시에 모이기로 했습니다.

벤취 밑에서 군복입은 누가 자고 있습니다.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 줄 모르고 자고 있습니다.

낯이 익군요. 자면서도 모자는 똑바로 쓰고 잡니다.

선배오빠가 그 모습을 보더니 혀를 끌끌 찹니다.

자기때는 안 그랬다며 겨우 상병휴가 나온거 같은데

빠져도 너무 빠졌다고 합니다.

그런거 같네요.

부대로 갔습니다. 10시가 조금 못되었습니다.

석이가 참 반가운 표정을 짓습니다.

그럴겁니다. 예쁜 여자가 세명이나 왔는데요.

여자후배는 안올려고 하더니 말은 자기가 다하는군요.

고개를 돌려 부대를 보았습니다.

이곳에서 그가 군생활을 하는구나...

군인들이 왔다갔다 합니다. 새까맣게 모두들 탔습니다.

그의 소식이 궁금하군요.

석아? 너 고참선배는 지금 뭐하니?

누구요? 성병장님이요?

응. 못 불러내니? 먹을 것도 많은데...

불러낼 수 있죠.

아 맞다. 사흘 전에 휴가 나갔는데요.

치. 그와는 자주 우연으로 마주쳐지기도 하지만 어긋나기도 자주 하네요.

그가 그럼 서울에 있겠군요.

돌아가면 학교 도서관에 가봐야겠습니다.

철이:

역시 나는 캐주얼이 잘 어울립니다.

스포츠머리에 핸섬한 얼굴...

이의 제기하시는 분들 우리어머니한테 물어보세요.

할일도 없는데 도서관이나 가 볼랍니다.

자전거 친구녀석은 자길 혼자두고 집에 가버렸다고 엄청 열받아 하더군요.

내가 일어났을때 그는 없었는데...

그 녀석하고 도서관 휴게실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제법 늦은 오전이지만 방학이라 도서관에 학생들이 없네요.

어라? 호호 아니지 하하.

그녀가 예전에 그녀가 앉던 자리에 있네요. 또 주무시고 있군요.

훗. 지나쳤던 예전 일들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움이 담긴 모습입니다.

한동안 서서 그녀를 보았습니다.

휴게실로 왔습니다. 커피가 또 맹물이군요.

방학때는 관리를 잘 안하나 봅니다.

친구가 왔습니다. 그도 평상복입니다.

그가 나를 본체만체 자판기 앞으로 가서 동전을 집어 넣는군요.

그래 집어넣어봐라.

녀석이 졸라(엄청. 아 또 쓰고 말았군요. 졸라...)

투덜됩니다. 알면서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잠시간 녀석과 앉아 대화를 했습니다.

불쌍한 놈.

아직 제대할 날이 일년도 더 남은 엄청 불쌍한 놈.

녀석이 편지나 주고 받자고 합니다.

애인처럼 보내주기로...

자기는 여자처럼 글씨를 잘 쓴다고 합니다.

녀석이 글씨를 예쁘게 쓰는건 내가 알지요.

하하 나도 글씨는 좀 예쁘게 씁니다.

군발이들끼리 편지주고 받기가 그렇지만

내무반에서 내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도대체 여자한테 편지가 오지 않습니다.

녀석도 그렇다는군요. 그래 작전상 후퇴다.

예? 그말은 여기서 쓰는 말이 아니라구요?

군발이들이 다 그렇지요. 그래 상부상조다.

앗 그녀입니다.

그녀가 자판기 앞으로 생각없이 왔습니다.

아직 저를 못봤습니다. 보면 큰일나지요.

내가 그녀의 애인이라고 사칭한걸

신일병이라는 놈이 그녀에게 다 말했다고 했습니다.

녀석뒤에 모습을 숨겼습니다.

우쒸. 참 친절하다 너.

대뜸 녀석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저기요. 그 자판기 맹물밖에 안나와요.

예? 그녀가 날 봤습니다.

처음에는 설마 날 알아보겠냐고 생각을 했습니다.

신일병이 말한 놈이 누군지 알게 뭡니까?

그런데 그녀는 날 안다는 듯 저놈이 고놈이구나. 하는듯

웃으며 나를 계속 쳐다봅니다.

병장까지 달고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달아나야 겠군요.

빨리 따라 나와 임마.

친구녀석한테 그소리만 남겨두고 그녀를 휭 지나쳐

도서관을 빠져 나왔습니다.

민이:

도서관에 나왔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말입니다.

휴가나와서 도서관 나올 확율은 적지만

그래도 도서관에서 군복입은 사람들을 간혹 봤습니다.

예전에 내가 앉던 자리가 비었군요.

그가 앉던 자리도 비어 있습니다.

그 자리가 매일 그가 앉아 공부하는 것처럼 그리움을 주네요.

공부를 할려고 온 것이 아니니 공부가 잘 될 리 없습니다.

졸음이 옵니다. 어머 또 자버리고 말았군요.

잠을 깨야겠습니다.

커피나 한잔하고 올렵니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을려고 하는데

누가 맹물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훗. 돌아봤습니다. 낯익은 얼굴...

그리고 그사람옆에는 그보다 더 낯익고 그리운 얼굴...

그가 있었습니다.

그는 내 기대처럼 도서관에 나와 있었읍니다.

군복차림도 아닌 예전에 많이 보았던 옷차림.

그가 내눈망울 머쩍은 듯 피해버립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일어서 나를 횡하니 지나쳐 달아나 버렸습니다.

'바보.'

그의 친구도 곧 뒤따라 나갔습니다.

그 둘이 있었던 자리에는 맹물이 담긴 종이컵 두개가

그 둘을 대신해 놓여있습니다.

훗. 그의 친구가 그에게 예전에 내가 당했던

맹물커피의 복수를 해주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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