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수민이한테서 나에게로 편지가 왔습니다.
자숙이 친구 수민이라고 하는군요.
애틋하게 보내라고 했던거 때문일까요?
개철씨 애틋하게 사랑합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장난치나? 바로 앞에 온 편지는 날 참 감동시켰는데
바로 또 보내온 편지는 글씨 빼고는 볼게 없습니다.
개철씨 제가 왜 무기명으로 편지를 보내요?
제가 얼마나 잘난 여잔데요.
무기명으로 보낸적 없어요.
그리고 개철씨가 보낸 편지도 유치하긴 마찬가지에요.
내무반에서 다방레지하고 연애하냐고 놀렸단 말이에요.
큭큭... 이런짓을 계속 해야합니까?
고참이 내 편지를 읽더니 쿡쿡 거립니다.
뭔가 아는 듯 너도 이런 짓 하냐?
차라리 가요책 뒤에 있는 주소에다 편지나 보내지? 그럽니다.
차라리 그게 나을까요?
편지를 썼습니다.
저 당신이 사랑하는 계자입니다. 이제 절 잊어주세요.
편지 주고 받기 싫어졌어요.
흑흑... 제 마음도 찢어 집니다.
앞으로 그런 편지 보내면 죽어!
민이:
에구 힘들어라. 오늘 과감히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었습니다.
다른걸 찾아 봐야지요.
올해도 가을은 어김없이 깊어만 갑니다.
가을은 왜 항상 그리움을 가지고 저한테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여자는 봄을 탄다고 하던데...
그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가 반응이 있다면 석이 편지에 그런 내용이 적힐 만도 하지만
아직 없습니다.
언제 한번 물어보아야겠습니다.
그치만 석이한테 보내는 편지도 그가 봐버린다고 하는데...
가을날 우연히 마주치던 그리운 소녀는 없었나요?
그곳의 산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물들었겠네요.
내가 누군지 아직 모르시겠죠?
나에게는 가을날 내맘을 뛰어놀던 소년이 있었습니다.
이 편지는 그 소년에 대한 그리움으로 쓰는 거에요.
이 정도 썼으면 충분히 내가 보내는 줄 알겠죠?
철이:
몇 장을 보낸지 모르겠습니다.
노래책 뒷면의 여자란 여자에게는 다 편지를 보냈습니다.
말년이 되니까 심심하거든요.
그녀와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이런 짓 안해도 될텐데...
그래도 그녀의 향기는 신일병 때문에 느낄수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죠.
짝사랑을 깊게 하면 그 사람의 자그마한 어느 무엇에도
그사람의 그리움을 느낄 수 있나 봅니다.
드디어 편지가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머리가 나빠서 누가 누군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냈던 편지의 30%정도는 답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무기명도 있습니다.
사흘동안 9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 무기명의 편지는 낯설지 않은 느낌입니다.
앞서 자전거 녀석이 보냈던거라
믿고 있는 무기명의 편지와 동일인의 것 같습니다.
녀석이 계속 편지보내는 걸까요?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물론 있지요.
가을날 우연히 마주치던 소녀가 그리움되어 내맘에 있습니다.
그리고 떠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내맘속에 자리잡고
항상 가을인양 가슴떨게 합니다.
무기명이라 답장을 할 수가 없네요.
그래도 사놓은 예쁜 꽃편지지에다
또박한 글씨로 한자 한자 글을 써 내려 갔습니다.
자전거녀석이 보낸거라면 용서하지 않겠어.
민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드디어 찾았습니다.
학교에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데 버스정류장앞
고운음이 들려서 레코드점을 바라봤지요.
시간제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바로 들어가 신청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남이 아는 건 저도 압니다.
계절은 늦가을로 가고 있습니다.
철이:
십. 구. 팔. 칠. 육. 오. 사. 삼. 이. 일. 얏호.
하하핫. 내무반 모두들 이 기쁜날 잠자기에 바쁘군요. 우핫핫.
잠좀자자.
누구야?
감히 이제 제대할 날이 두자리 숫자인 내가
그것 때문에 좀 웃었기로서니...
난 한달도 안남았어 임마.
아. 김병장님이세요. 말을 하지...
이제 드디어 제대할 날이 두자리 숫잡니다.
내무반에선 내위로 두명밖에 남지를 않았습니다. 핫핫...
민이:
동아리에서 후배 하나가 석이에게 편지 쓰는 걸 보았습니다.
호호 잘됐다.
후배에게 석이더러 다음에 나한테 편지 보낼 때
그에 대해서 조금은 적어 달라고 했습니다.
오늘은 그에게 편지를 써 볼까요?
날씨가 조금씩 추워집니다.
철이:
날씨가 춥습니다.
신일병 녀석이 아무래도 날 감시하는 거 같습니다.
뭘 째려봐?
수민이 누나하고 어떤 관계냐고 좀 진지하게 물어봅니다.
장래를 약속한 사이다.
장난치지 말고 사실을 말하랍니다.
자기가 소개시켜 줄 의향이 있답니다.
아서라. 제대할 날이 언제가 될지 아직도 깜깜한 녀석이...
또 그러기도 싫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녀와 난 인연이 있을 거 같습니다.
잊혀지지 않고, 잊을 만 하면 내 앞에 나타나고...
답장이나 쓸랍니다.
답장을 해야 할 편지가 많습니다.
오늘 무기명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그 편지를 읽을 때 나도 모르게 그녀의 얼굴이 떠올려 졌습니다.
민이:
석이한테 편지가 왔습니다.
그에 관한 이야기가 있네요.
요즘 펜팔편지 쓰느라 참 바쁘신 몸이라는군요.
뭐야? 조만간 낭패 당할 것 같다고 합니다. 뭘?
그가 쓴 편지의 내용이 뒤죽박죽이라는군요.
자기생각엔 그가 편지지의 이름과 편지봉투의 이름을
다르게 해서 보낸 것도 있다고 합니다.
제대 말년이 되면 다 그런다고 하는데...
석이가 그를 나에게 소개시켜 주었음 하는데
내 의사가 어떤지 물어보았습니다.
어머머 별꼴이야.
자기보다 그를 먼저 알았다는 걸 석이는 모르는가 봅니다.
생각은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후배님...
그와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서로 자연스레 알게 되리라 믿고 싶습니다.
그는 내가 보내는 편지를
단지 펜팔편지처럼 받고나 있지 않나 걱정도 되네요.
철이:
내 밑으로 집합!
어라 내무반 전체가 다 모였어?
그러고 보니 내 위로 아무도 없네요.
이제 제대할 날이 두달 정도 남았습니다.
심심하네요. 날씨는 많이 춥습니다.
난 별 할 일도 없어요.
왜 그런지 펜팔했던 애들이 하나 둘 연락을 끊었습니다.
내 딴에는 잘 써서 보냈는데...
그래도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편지는 계속 옵니다.
일곱통째 받았습니다.
그 편지는 항상 나에게 그녀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녀가 이 편지를 보냈을까요? 무엇 때문에?
누군가 고참인 날 위해 수를 쓴 거 같기도 하지만
내 맘은 그녀라 믿고 있습니다. 그럼 됐지요 뭐.
민이:
방학을 했군요. 벌써...
시간이 참 빨리도 갑니다.
무얼 남기고 가버리는지 시간은 그처럼 나를 횡하니 스쳐지나갑니다.
음반점 아저씨가 이제는
크리스마스에 관한 송(song)을 내보내도 되지 않겠냐? 합니다.
그럼요. 설레이는 한 주가 되겠습니다.
철이:
시간 진짜 안갑니다.
도대체 동지가 지났것만 해는 왜 이리 긴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이 무슨 날이냐?
사회에서는 크리스마스라 부르는 날입니다.
그래서 애들이 전부 뭘 읽느라 바쁘군. 나한테 온 편지는 없냐?
없는데요.
신일병 너한테는?
있는데요.
혹시 수민씨한테서 온건 있냐?
없는데요.
너 언제부터 나한테 ~데요.라고 끝을 맺었느냐?
좀 됐는데요.
군발이처럼 해 쨔샤.
예! 시정하겠습니다.
민이:
우표값이 170원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전 몰랐었거든요.
그와 석이한테 보낸 카드에는 종전의 150원짜리 우표를 붙혔습니다.
혹시 못 받지나 않았나 걱정이 됩니다.
음반점은 크리스마스때가 대목이라 쉬지를 않네요.
흑흑 이 좋은날 오후 음반점안에 갇혀 있어야 하다니...
하지만 실내에 퍼지는 상쾌한 음악이
그런 내 마음을 말끔히 씻어 줍니다.
철이:
길고 긴 일월이 갔습니다.
새해에는 사회에서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갈 겁니다.
민간인! 군발이의 우상. 민간인...
바로 내가 민간인이 된다는 거 아닙니까.
푸하하. 신일병 저녀석 상병휴가 연기 됐습니다.
신상병 안됐네...그려.
다른건 다 연기되어도 제대날짜는 연기가 되지 않습니다.
일주일만 버티자. 말년휴가다.
민이:
요즘 그에게 좀 무심 했습니다.
한동안 편지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카드까지 합쳐도 여덟번 밖에는 보내지 않았지요.
그는 나에게 아홉번을 보냈는데 말입니다.
복학준비를 하느라 바빴습니다.
아르바이트는 이번 달까지는 내가 책임지기로 했고
못한 공부도 해야했습니다.
시간이 참 빨리 갑니다.
오늘은 그에게 편지를 써야겠습니다.
그가 곧 제대를 할 것 같네요.
호호 저도 군복무기간이 26개월인걸 알거든요.
오늘 편지지 마지막에 내 이름을 적었습니다.
저 수민인데요. 전 줄 알았어요?
만나게 되면 서로 아는 척 하기로 해요.
뭐 이런 식으로 내 이름을 밝혔습니다.
그처럼 학번하고 과 이름은 밝힐 필요가 없겠죠.
그가 다 알고 있는 거니까 말이에요.
철이:
하하. 나 먼저 나갔다 오마. 신상병 내 돌아오면 봐.
짧은 휴가입니다만 그래도 날아갈 것 같습니다.
엄마가 제대할거면서 왜 나왔냐고 합니다. 너무 하십니다.
학교를 갔었지만 혹시나 그녀를 볼까하고 간 것은 아닙니다.
복학신청을 해야죠.
전 남들처럼 군복무 때문에 한학기 이상씩 놀고 그러지는 않겠습니다.
빨리 졸업하고 놀겠습니다.
민이:
어머머. 이게 누구니?
음반점에 있었는데 참 반가운 얼굴이 들어왔습니다.
석이의 얼굴이었습니다.
너 휴가 나왔니?
예. 동아리방 갔더니 수민이 누나는 여기 있다고 가르쳐 주더군요.
그래. 이번 달까지만...
이거 정말 누나가 보낸 거에요?
석이가 나한테 보여준 것은 그에게 보낸 아홉번째 편지였습니다.
이걸 왜 네가?
성병장님 제대했어요. 저번주에...
편지는 병장님 제대하는 날 도착했구요.
미안해요. 다른 고참이 뜯어 봤어요. 하하.
내가 전해주어도 되지만 직접 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