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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병신입니다.욕 좀 해주세요.

나는 병신 |2009.10.30 22:55
조회 415 |추천 5

22살 청년입니다.

얘기는 때를 거슬러서 작년 11/24일.

현역 통지서가 나와 11/24일 논산 육군 훈련소로 입소했었습니다.

허나 신체적인 문제등 여러가지 요소가 겹쳐져 3개월 재검받고오란 통보를 받고

저와 비슷한 사례인 또는 3개월만 더 놀다오고 다시 마음 다잡아 훈련 받으러 오겠다는 녀석들까지 포함해서 6~7명정도가 퇴소조치 받았었습니다.

 

망연자실,또는 허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여 주저앉아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을때 남은 녀석들이 기운 내자며 꼭 군대가 사회경험 쌓기 위한 통과점일수는 없다 저를 위로하며 쓸쓸히 택시를 잡아 대전역으로 가서 역 근처의 고기집에서 술 몇잔을 했습니다.

 

여러 지방에서 올라들 왔더군요.

제주도,대전,광주 등등..

 

그중 제주도에서 훈련소로 올라왔다는 한녀석과 친해지게 되었고 둘이서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일,기뻤던 일,슬펐던 일 등등..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순탄하지 않은 삶을 걸어온 녀석의 현재 모습이 왠지 저와 다를게없어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고 그 길로 친구가 되었습니다.

 

싸이월드를 통하여 연락을 주고 받고 핸드폰 전화로도 가끔씩 안부 전화를 주고 받고 하고..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09.4월달 말 막바지에 접어들었었습니다.

 

집안 형편으로 인해 한군데에서 1년이상 정착할수 없었던 저희 가족은 제가 걸음마를 마악 떼었던적부터 이사를 많이 다니고 그로 인해 친구를 제대로 사귈수 없었던 저는 처음으로 저와 비슷한 사정인 남자를 만나 친구가 된것이 너무나 기뻤습니다.

 

입소하였다가 중간에 퇴소한것이 정말 부끄러운 일이긴했지만....

그때문에 평생 친구먹을만한 녀석을 알게된것이 정말 무엇보다 기뻤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제 핸드폰으로 연락이 왔었습니다.

녀석의 직업 특성상 이리저리 옮겨다니던 처지였었는데(제가 사는곳은 경기도 김포)

평택으로 내려왔다는겁니다.

한데 말을 꺼내는 그 놈의 목소리가 웬지 시원찮은것 같은 느낌이 들어 무슨일 있냐 물어보니 만나서 얘기를 해야 제대로 뭔가 될거같다 답변을 하길래

"그렇다면 김포공항 근처에서 보자"

란 얘기를 끝으로 그날의 간단한 안부전화는 종료되었습니다.

 

다음날 공항 근처에서 몇개월만의 재회를 하게 되고 반가운 마음에 서로 악수를 나누며 잘지냈냐 뭐하고 지냈냐는 식의 형식적인 인사 몇마디후 김포공항 근처의 갈비집으로 들어가 소주를 몇잔 하게되었습니다.

 

한동안은 거의 아무말도 없다시피하며 묵묵히 소주잔만 비워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덧 병은 늘어늘어 5병째.

 

술을 마시면서도 얘기를 뭔가 할듯말듯 머뭇거리던 그놈은 약~간 취기가 오를때에쯤.

드디어 먼저 말을 꺼내더군요.

 

무슨 큰일인가 싶어서 제 일도 아닌데 조마조마하면서 그 자식의 얘기를 기다렸습니다.

 

녀석의 말 "며칠전에 술먹고 지나가다 시비가 붙어서 길거리에서 쌈박질을 했는데 그때 사시미칼인가 아무튼 칼에 허벅지를 찔리고 그때 충격으로 핸드폰도 개박살이 났다,핸드폰을 새로 만들어야하는데 내가 지금 수배중이다 그 때문에 내명의로는 핸드폰을 만들수 없으니 갑작스런 부탁이기는 하다만 니 명의를 빌려줄수 없겠냐"

 

그 새끼의 상황에 동정이 가면서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수배중인 놈이 어떻게 입국심사(?)를 통과하여 비행기를 타고 평택까지 갔는지..

하지만 사람의 특성이란게 의심이란게 한번 들면 쉬이 씻기지 않는것이 있기때문에..

순간 "의심"은 들긴했지만 곧바로 그 생각은 접어두고 약간은 생각할 시간은 좀 달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티비에서도 몇번 나온 명의를 빌려주고 보증을 서줌으로 인해 오는 피해들.

그런 소식들을 얼추 주워듣기도하며 직접 티비를 통해 본적이 있는지라 한동안을 쓴 술잔만 기울이며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원체 쥐뿔도 안되는게 꼴같잖게 정이 헤픈놈인지라 옛날부터 도움을 청해오던 사람이 있으면 딱 잘라서 거절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습니다.

 

한참의 고민과 망설임 끝에 결국에는 제 명의를 빌려주기로 결정을 내리고 근처 대리점으로 발걸음을 옮겨 녀석의 부탁대로 제 명의 (공짜폰이라고 했던듯)를 빌려주었습니다.

 

녀석은 끝도없이 고맙다 고맙다 (제 손까지 그러쥐어가며)며 인사를 하는데..

불안한 마음도 들긴했지만 진심인거같은 그의 행동과 어조에 급기야는 "믿어보자"는 마음이 들었고 담배 한대씩을 태운후 30여분 정도 더 얘기를 나누다가 곧 서로 헤어졌습니다.

 

집으로 가는 버스안에서도 (제 신조가 도움을 청해오면 거절하지말것이며 항상 믿어보는 마음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살자 입니다.)

최대한 좋은 쪽으로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그로부터 한달후..

sk텔레콤사로 전화를 걸어 제 명의로 빌려준 그녀석 핸드폰의 요금을 확인해봤습니다.

50여만원...제 입장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던 액수였습니다.

전 요금이 최대 많이 나와봤자(원체 친구나 또는 아는 지인이 아예 없는편이라;)

3~4만원도이기에..

 

50여만원이란 소릴 듣자마자 경악하여 바로 통화버튼을 눌러 녀석과의 통화를 시도하였고 통화음이 울리길 열댓번 가량..안받을줄 알았는데 받더군요.

 

요금을 확인해봤는데 50만원이 거의 넘게 나왔다.이게 어떻게 된일이냐..

그렇게 얘길 하니 녀석 왈,"내 직업 알잖냐,손님들한테 전화도 오고 전화 오는거 받고 어쩌고 하다보면 통화시간이 길어지기에 길어진만큼 요금이 많이 나온거같다.걱정마,월급 나오는대로 꼬박꼬박 요금은 내가 낼테니,안심하라 날믿어라."이말 이었습니다.

 

수차례 다짐을 받은후에 전화통화를 종료하였고 안심하는 마음이 들어(정말 머저리 천치같이)그 후로는 그일에 거의 마음씀이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며 살았습니다.

 

어느덧 시간은 또다시 흘러흘러 두달후..

변함없는 그녀석과 서로의 안부전화와 휠체어 타시는 아버지의 병수발 공부 등등..눈코뜰새없이 바빴던 하루 일상을 마치고 어느날..

 

녀석의 안부가 궁금하기도하고해서 전화를 꺼내들어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더군요.그 이후로도 여러번 통화를 시도했지만 번번히 안되더군요.

 

무언가가 가슴이 콱막히는것같은 느낌이 드는것과 더불어 불안한 느낌의 연속.

답답한 마음에 산책이라도 할까하여서 집밖 현관문을 드나들던 도중 우편함에 들어있는 낯선 봉투.

 

꺼내보았습니다.

펼쳐보았습니다.

 

첫말은 "미납된 요금 청구서,직권해지 통보서"

 

미납된 요금을 확인해보았습니다.

 

153만 000원.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머릿속은 정말 백지장처럼 하얘져 아무것도 들어있지않은것같은 느낌이 들었고 온몸은 덜덜덜 떨려왔습니다.

 

바로 그자식과의 전화를 시도해보았습니다.

안받더군요.그제서야 전 속된말로 뒤통수 제대로 까였다는것을 뒤늦게야 깨달았고

멍청한 제자신을 저주하고 혐오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여러분.

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고작 22살일 뿐이지만) 사람과의 교류가 깊어지는 계기는 베푸는것과(무조건 베풀기만 하는것이 아니라) 남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여 도움을 청해올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것을 원칙으로 살아왔습니다.

어떻게든 그렇게 해서라도  친구를 만들고싶어서.

그렇게 함으로써 그 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고싶어서.

하지만 결과는 늘 "배신"과 "이용"일뿐..

 

늘 그런 결과를 맞아왔으면서도 이번에도 똑같은 일을 번복한 저는 정말 멍청이,병.신

그보다 더는 심한 욕을 먹어도 할말이 없는 놈입니다.

 

앞으로는 친구고 뭐고 그런 사치스러운 단어 따위에 신경쓰고 미련두지 말아야겠습니다.이제 더이상 누군가를 믿는다거나 어쩌지 못하겠습니다.긍정적으로 산다는 신조고 개나발이고 다 갖다버려야겠습니다.

어떤 악플을 달아도 좋으니까 실컷 욕해주세요,욕이라도 먹으면 그나마 아주 조금 1%라도 편해지겠습니다,부탁드려요.

  

p.s현재는 6급 면제를 받은상태입니다,군대를 못가는 전 2년동안 아니 2년이상 평생이라도 자기계발에 좀더 힘쓰도록 해봐야겠습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져가네요,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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