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 원인은 결과의
시작이며, 그 사이에는 결과를 단정하기 위한 과정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정에 따라서 결과를 예측할 수 있고, 과정의
내용은 결과의 내용과 정비례하다고 볼 수 있겠다. 성폭행범에게
성폭행이라는 과정에 의해 범죄를 단정짓고 처벌을 내리며,
절도범에게는 절도의 과정에 의해 처벌을 내린다. 그런 과정에서
그 사람은 평범한 시민이 아닌 "성폭행범", "절도범"으로 단정된다.
이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기본 상식", "법치" 라고 한다면,
법 구현의 최상위 주체에 있는 헌법재판소가 내린 미디어법에
관한 판결을 일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한마디로 "기본상식"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일사부재 원칙 위배", "권한침해 인정", "결과는 유효".
이것이 지난 밤에 내린 미디어법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다. 미디어
법 통과에 대한 과정에 대해서는 위법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결과
에 대해선 유효하다는 적법의 판정. 현대판 창과 방패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과정자체가 불법이지만 어떻게 그 결과가 타당하다
고 말할 수 있을까? 도둑이 돈을 훔쳐도 그 돈은 도둑의 소유라는
걸 인정하는 것 아닌가?
헌재가 미디어법 판결을 위와 같이 내리면서 민주당의 무효주장
을 기각한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권한 침해, 일사부재의 위법 등은 인정하지만, 통과된 안건에 대
해서 무효화 할만큼 큰 사안은 아니다." 라고 밝혔다. 삼권분립의
의미가 상실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지난 정권까지 "위장전입, 논문 이중게재, 투기의혹" 등등은
정부 인사청문회시 "사퇴"의 가장 큰 요소였다. 하지만 이번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인사청문회를 보면, 90%가 넘는 후보들이
다음과 같은 위반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능력으로 사람을 평
가하자"며, 옹호하기에 앞장섰다. 헌재의 판결도 이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과정에서의 위법이 있었다면, 그 결과 역시 위법이 되고,
무효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큰 사안이 아니라며, 적법을 판결한
헌재는 스스로 정권의 도구임을 스스로 밝힌 꼴이다.
헌재의 더욱 큰 잘못은 법치국가에서 그 잣대를 적용함에 있어서,
애매모호한, "네 말도 맞고, 내 말도 맞다"라는 식의 판결로 사회적
으로 혼란을 주었다는 점일 것이다. 한마디로, 법으로써 내용에 대
한 흑백의 판결을 내려야할 책임이 있는 헌재가 책임회피성 판결을
내린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시 국회로 돌렸다. 여당과 야당의
손을 동시에 들어줌으로써, 국회로 그 책임을 돌린것이다. 여당의
손을 들어주자니 국민정서와 야당이 일어날 것이고, 야당의 손을
들어주자니 정부 여당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이라고 추측되지만,
그럴바엔 법의 존재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법 구현에 있어 헌재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미디어법 판결은 모순, 책임회피 등의 이유로 헌재 스스로의 위엄
과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다. 이미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에 대한 사업을 속도전으로 진행할 계획을 내놓았다. 시간
이 지날 수록 국민여론과 야당의 거센반발을 헌재도 계속해서
모른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결정된 판
결에 대해서 다시 돌이킬 수 없기에 향후 미디어법과 관련된 정치
공방에 한숨이 나올 뿐이다.
모든 것은 과정을 무시한 헌재의 판결에서 비롯되었다. 인과율.
원인과 과정을 무시한 헌재가 인과율의 최대 피해자가 되는 꼴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