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 유학온 2004년 이전까지 오랜기간 떠나본적 없는 나의 모국. 그렇기에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았고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한국. 타지에서 본 5년간의 한국은 정말이지 롤로코스터 그 자체였고, 그것은 한국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때마침 한국사회를 해부하는 드라마를 접하게 되었는데, 바로 송지나 극본의 남자 이야기입니다. 최고의 히트작 '카이스트'와 '태왕사신기'와 더불어, 그녀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던 '여명의 눈동자(MBC)'와 '모래시계(SBS)'를 쓴 작가입니다. 이대나온 여자 송지나는 이번에도 집요하고 꼼꼼하게 스토리를 썼습니다.
노컷뉴스의 소개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107382
송지나는 이 드라마에서 우리가 사는 현재의 한국사회에 매스를 들이대었네요. 앞선 두 시대극은 근현대의 분단과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남자이야기' 또한 두 남자와 한 여자를 축으로 일어나는 이야기 입니다만, 이 드라마의 화두는 바로 돈입니다. 송지나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아마도 대한민국 3부작의 완결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아쉽게도 시청률은 저조했습니다. 어려운 시대에 무거운 주제이고, 중장년층 시청자를 잡기에는 트렌디한 요소가 많아서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매우 잘 만든 드라마이고, 시간을 내어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김신(박용하)과 돈과 성공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수단화시켜버리는 냉혈한 채도우(김강우), 두 남자가 대립이 이야기의 주축이 됩니다. 김신의 과거의 여자이자 채도우의 현재의 여자인 이경아(박시연)가 그 줄다리기 속에 있고 둘 사이에 대립의 각을 세웁니다. 하지만, 극의 주제에서 봤을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여인은 바로 채도우가 유일하게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는 여동생이자, 김신을 도와주는 마치 절대적인 선을 보여주는 듯한 여인 채은수(한여운)입니다.
비정상적이나 잘 드러나지 않고 상층부에 널리 퍼져 있는 병든 채도우 같은 인간상과 대비를 이뤄 희생을 감내하며 사회를 지탱하는 맏형같은 사람들이 건강한 사회를 위해 얼마나 소중한지 드라마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채도우가 쏘아붙는 포화속에서 보통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김신은 주저앉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합니다. 다소 진부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힘의 원천은 정의와 사랑입니다. 그가 존경하던 명도시 시장이 도로가에서 싸움에 지친 김신에게 해준 말은 의미심장합니다.
"이 땅에는 김신씨 형과 같은 사람이 많다, 예, 그겁니다. 설명이 너무 짧아요? 그럼 다시 설명해 드릴께요. 김신씨 옆에는 먼저 가신 형님과 비슷한 사람이 아주 많이 살고 있다는 거지요. 비슷한 구조속에서 비슷하게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 언제 김신씨 형처럼 무너질지 모르는 사람들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아직까지 살아 있거든요?"
유학생활 5년이 지나서 다시 바라보는 한국은 내겐 특별하기도 하지만 정말 특이한 나라 입니다. 애착이 가고 미련이 남는 나의 모국이라 그런지 오늘 이 드라마를 보느라 밤을 새웠네요. 경제성장을 위해 비정상적으로 달리는, 사건 사고가 넘치는 한국. 국민은 지난 대선에서도 경제성장을 원했고, 그래서 우리는 지치듯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상호이해를 위한 소통의 기능을 상실했고, 건강한 다양성을 지켜주는 관용을 잃었으며, 흉흉한 범죄와 심지어 공권력을 통한 폭력이 난무하고, 약자를 더욱 짖밝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경쟁에 지친 가정은 이제 더이상 아이 낳기를 싫어하여 저출산국이 되었습니다. 이 사회가 재생산 기능을 회복할지 의문마져 듭니다. 근본적으로 드라마에서 비극의 시작은 불행한 병든 가족에서 시작 되었습니다. 정신병이 있는 채도우는 지독히 이기적인 비정한 아버지 아래에서 미움과 상처를 받고 자랐습니다. 태생적인 정신질환이 비정상적인 환경아래서 악화되어 그의 동생 채은수의 말처럼 아마 그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결말은 눈으로 보시기 바랍니다.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많은데, 저에게는 최고의 결말이었습니다. 시청률과 작가의 스타일로 보았을때, 시즌 2는 없을 것 같습니다. 최고의 연기를 펼친 김강우의 다음 작품이 굉장히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