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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는 택배기사 처음 보네요

VI |2009.11.13 14:12
조회 2,993 |추천 12

서울에 사는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지금껏 택배 이용 많이 해봤지만 오늘같이 말도 안되는 막장 택배는 처음입니다.

 

얼마 전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부모님이 시골에 다녀오신 일이 있습니다.

시골에 가신 김에 거기 계신 삼촌께 "감"을 부탁하셨답니다.

그리곤 저에게 며칠 뒤에 택배 오면 잘 받아놓으라고 말씀하셨죠.

 

그리고 오늘.

집에 저 혼자만 있는데 아침에 전화가 오더라구요.

"택밴데요, 거기 XXX아파트 몇 동 몇 호죠?"

동호수를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으니 잠시 뒤에 아파트 현관 벨이 울렸습니다.

(엘레베이터 타기 전에 아파트 들어오는 그 문 입니다..)

그런데 다시 벨이 울리더라구요.

택배 기사 아저씨 말씀이 물건이 많으니 잠깐 내려와서 문을 잡아달라더군요.

 

1층으로 내려가니

아저씨께서 현관앞에 이미 감 상자를 쌓고 계셨습니다.

무려 14상자랍니다.

전 택배 올 감이 이렇게나 많을 줄은 몰랐는데..

나중에 엄마에게 들으니..언니네 집에도 주고 시댁에도 드리고

할머니 돌아가시면서 주변에서 신경써주신 분들에게

나눠주려고 했다네요.

 

암튼 화물차에서 상자 나르는 동안

아파트 현관 문이 닫히지 않도록 옆에 서있어 달라길래

외투도 안입고 나왔는데 밖에서 벌벌 떨었습니다.

엘레베이터로 옮기고 현관앞으로 나르고 다시 현관 안쪽까지

상자를 날라 주셨습니다.

그리곤 택배비가 65,000원 이랍니다.

착불인지도 몰랐고 지금 현금이 있는지도 잘 몰라서 우선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택배가 왔다는걸 알리고

착불로 왔다고 말씀드리고 어디쯤 오냐 물었더니,

시간상으로 5분도 안 걸릴만큼 집까지 다 오신 상태였죠.

 

 

근데 그때 택배아저씨가 밑에 뭘 놓고 왔다며 택배비를 다시 확인해 본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러시라고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지갑을 보니 현금이 있어 돈을 준비하고 기다렸죠.

다시 올라오신 택배 아저씨 왈,

"확인해보니 착불60,000원 이네요."

그래서 제가

"영수증 있으세요?"

하고 물었습니다.

 

호남택배란 곳이었는데

다른 택배들은상자위에 운송장이 붙어있지만,

여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따로 고객용으로 종이 한 장 주지 않고

택배기사가 착불 얼마다 하면 돈을 주는건가 봅니다.

그래서 영수증을 물었던 것입니다.

 

그랬더니..

"젠장~!" 이러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이깟 6만원 누가 가격 속일까봐 그러냐는 겁니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운송장을 꺼내 보여주며 기분 나빠하시더군요.

저희 주소와 보내주신 삼촌이름, 착불비 6만원이 써있는 운송장이었습니다.

 

제가 상자에 아무것도 없으니 운송장 확인하는건 고객으로서 당연히

말씀드릴 수 있는거 아니냐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저씨

"ㅆㅂ! 고객 좋아하네.

내 딸보다도 한참 어린게 열받게 하네. 그래서 돈을 주겠다는거야

못주겠다는거야~!"

이럽니다.

 

순간 너무 충격을 받아서

"ㅆㅂ이라뇨. 저도 택배 많이 이용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첨이네요.

아니, 운송장 보여달라는게 무슨 잘못인가요? 왜 욕을 하세요~

지금 돈 있어도 못드리겠어요. 저희 엄마 지금 다 오셨다니깐 엄마한테 받으세요!"

그랬습니다.

 

그러니 그 아저씨 동공 확장 되시며 뭐 이런 재수없는 경우가 다있느냐

택배기사 한다고 무시하느냐며 별 말씀을 다하시더군요.

 

전 운송장 한번 보여달라고 했다가 난생 처음보는 아저씨한테 ㅆㅂ소리 들은게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 말씀이 아까 내려오라 했을 때부터 인사도 제대로 안했느니..

어린아이건 할머니건 이렇게 짐이 많으면 다들 발벗고 나와 한 두개쯤 들어주는데

멀뚱멀뚱 서있지 않았느냐 저에게 불평을 늘어놓으시더군요.

그리고는 택배는 원래 문 앞까지 물건 가져다 주면 그만인데 현관 안까지

날라줬더니 별꼴을 다본다며..

엄청 흥분을 해서는 계속 ㅅ ㅂ ㅅㅂ 하는겁니다.

 

전 아까 보여주신 운송장을 한번 더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또 흥분해서 아까 봤음 됐지 왜 또 보여달라느냐,

택배기사를 뭘로 보냐는둥 난리를 치더군요.

그리곤 한참을 뒤적거리다 운송장을 찾아서는 제가 만지지도 못하게

자기 손으로 들고는 거기 서서 눈으로 보면 되지 않냐더군요.

제가 택배회사 번호와 기사분 성함을 봐야겠다고 하니

급하게 다시 주머니 속에 넣고는

또 욕을 해대며 자기 목을 자르라느니 본인은 상관 없다며 난리를 치셨습니다.

 

 

전 울먹울먹하면서 얘기를 하는데 그 아저씨는 제가 말꼬리를 잡는다며 다그치시고

더이상 제 말도 들으려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많이 흥분하셔서 저를 때릴 기세였으니까요.

 

마침 엄마가 그때 딱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하며 아저씨에게 살갑게 인사하는 엄마를 보고

울음이 터졌습니다.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을 말씀드리는데

그 아지씨.. 처음엔 엄마에게 제 탓을 하더니..

이제 엄마와 또 한바탕을 벌이시더군요.

엄마는 아무리 그래도 욕을 하면 되겠냐 하다가

그 분이 너무 막 나오니 택배 회사 번호 알려달라고 운송장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운송장은 원래 보여주는게 아니라며 끝까지 보여주지 않고

택배 회사 번호를 자기가 불러주며, 그래 전화해서 잘라봐라 하며 막나가십니다.

 

그리고는 그렇게 힘들게 현관까지 들여놓은 감 14상자를 다시 밖으로 빼며

정확히 토시하나 안 틀리고

"내가 이걸 가져다 버릴망정 더러워서 못해먹겠다"

이러면서 도로 가져가버렸습니다.

엄마는 수고했다고 돈을 더 드릴려고 했더니..남의 물건을

버린다네 어쩌니 그런 막말이 어딨냐며 흥분했구요.

 

아니............

제가 의심을 하면서 운송장 한번 내 놔봐라 하고 으름장을 놓은것도 아니고

단지 영수증 있으세요 라는 한마디 했다고 대한민국 어느 서비스 직원이

나이 운운하며 버릇없다고 욕을 해대나요?

 

바로 114에 전화해서 회사 번호를 묻고 통화를 했습니다.

대형 택배 회사처럼 대표전화도 없고 고객센터를 이용할 수도 없더군요.

졸린 목소리의 아르바이트생이 전화를 받네요.

상황을 말씀드리니..

"아..그 아저씨 왜 그러시지.."하며 자기가 전화해보겠다고 끊습니다.

나중에 다시 통화를 해봤는데..

자기도 그 택배기사와 통화가 안된다며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다른 택배기사를 보낸다네요.

이미 그 택배아저씨가 물건을 도로 다 가져가신 상태였어요.

 

 

그리고 방금 다른 택배 아저씨가 물건을 가져다 주시며

그 사람이 맨날 쌀가마 배송하고 힘들어서 그랬나보다며 이해하라는 식으로

마무리 짓고 갔습니다.

 

더 대박인건..

잠시 뒤에 시골에 계신 친척분이 저희 엄마에게 전화를 주셨는데..글쎄!!

택배하는 사람이 전화가 와서는 그 감 상자 얼마냐며 자기가

다 사버리겠다고 했다네요.

 

이게 말이되나요?

 

종합해보면,

영수증 있으세요? 라는 말 한마디가 기분 나빠

ㅅㅂ  욕과 함께 물건 내다 버린다는 협박 드립, 그리고 회사로 전화해서

날 자르던지 말던지 알아서 해라, 발송자한테 전화해서 내가 이 물건 다 사버리면 

그만이지?     ............... 라고 한겁니다. 

이 분.... 말 하는걸로 봐서

회사내에 택배기사들을 상대로 한 서비스 교육 같은건 없나봅니다..

고객들 불평이 있다해도 피드백 하지 않을게 분명합니다.

 

그냥 저냥 저같은 젊은 여자는 택배라고 하면 문 앞까지 나가

배꼽인사 하고 물건 같이 나르고 운송장 따위는 감히 확인하면 안되고

6만원이다 하면 6만원 8만원이다하면 8만원 냅다 드리면 되는건가요?

 

 

제가 택배기사분께 짜증을 내거나 말을 함부로 해서 언짢게 해드린 부분이 있다면

이해하겠는데..  전 그 분이 ㅆㅂ 소리하며 저에게 달려들 때

끝까지 반말 한 번 안했습니다.

이 억울한 심정은..그냥 저 혼자 며칠 끙끙 앓다가 잊어야하는 건지..

 

 

그 분 입장에서는 아마 물건도 많고 힘들어 죽겠는데

젊은것이 영수증 확인 할 수 있냐 하니 말이

삐뚤게 들렸나봅니다.

 

 

택배 차량 얼핏 봤을 때 쌀가마들만 가득했었어요.

시골에서 서울로 보내는 쌀이며 과일이며 그런것들을 많이 배송하는 회사인듯한데,

택배 회사 자체가  열악한 시스템인것 갖고,,

그래서 다른 대형 회사들처럼 젊은 기사분 없이

아빠나 젊은 할아버지뻘 되는 분들이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오늘 본 택배기사 아저씬 너무 아니지 않나...싶네요.

이제 괜히 저희 집에 해코지할까봐 그게 겁이 납니다.

 

대한민국 많은 택배 기사님들.. 얼마나 고생하고 힘들게 일하시는지 압니다.  

오늘 제가 겪은 일, 그리고 오늘 만난 택배 기사분은 아마..

그 수많은 택배 기사님들 중에 단 1%도 안될거에요.

전 지금껏 친절한 분들만 만났고, 

간혹 불친절한 택배 얘기도 톡에 올라오는

글에서나 접했지.... 이렇게 스펙타클한 일이 저에게 벌어질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비도 오는데 참~~우울한 날입니다.

 

 

 

추천수12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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