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를 떠난 홍천 수타사를 다녀와서......
잠시, 세속을 떠나자는 지우(知友)와 함께 나는 강원도 홍천군 동면 덕치리 공작산(孔雀山)에 있는 수타사(壽陀寺)를 찾았다. 예상외로, 수타사를 찾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도로 위에 반듯한 이정표를 따라서, 어느새 우리 일행은 연꽃모양의 석순(石筍)을 장식한 공작교(孔雀橋)를 마주하고 있었다. 저 석교(石橋)를 넘어가면, 세속을 잊고 살아가는 수도승들이 거처하는 곳인가! 절 옆에는 얼어붙지 않은 계곡의 맑은 물속에 송사리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갈대밭은 바람에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다.
이 절은 본사인 월정사(月精寺)의 말사로, 규모는 크지도 작지도 않다. 이 절은 708년(성덕왕 7)에 창건되어, 영서지방의 명찰로 손꼽혀 오다가 1568년(선조 2)에 공작이 알을 품은 형상의 명당이라 하여, 현 위치로 이건(移建)하면서 수타사(水墮寺)라 하였다. 그러나 나라가 어지러우면, 수도 도량도 그 재앙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인가! 임진왜란 때에 방화로 모두 소실되어, 1636년(인조 14)에 중건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매년 절 옆에 계곡의 소에 해마다 스님이 빠져 죽는 변이 생겼는데, 절의 이름자가 ‘물 수(水)에 떨어질 타(墮)’이기 때문이라고 하여, 1881년(순조 11)에 부처의 무량한 수명을 기원하는 수타사(壽陀寺)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마침, 머리에 두건을 두룬 세 명의 수녀님들이 나란히 담소(談笑)를 나누며, 석교를 건너오는 모습이, 불도를 닦는 이곳과 전혀 어색하지 않은 앙상블(ensemble, 조화와 통일)을 이룬다. 무릇 종교란 열린 마음으로, 상대에게 위압적인 태도와 험악한 인상을 쓰면서 이단시(異端視) 보지 않고,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던가! 수녀님들의 웃음소리가 산새소리처럼 맑게 들리는 듯했다.
절 안으로 들어가는 봉황문(鳳凰門)의 양쪽에는 무서운 형상을 하고 있는 사천왕상(四天王像)들이 지키고 서 있는데. 사천왕은 이 절에 들어오려는 귀신과 악귀들을 내쫒기 위한 보디가드(?)라는 내력을 알게 되면, 두려움보다 마음이 든든해진다.
절 안으로 들어서니, 원통보전(圓通寶殿)란 현판이 붙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내부에 들어서자, 중생의 원(願)을 다 들어 주려는 불보살의 원력을 볼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종교적 의미보다 예술적 감탄사를 연발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신선 같은 노화상이 그려진 각종 탱화들이 벽면에 붙어 있었다. 잠시 후, 밖으로 나와서보니, 곱게 단청을 한 처마 밑에 걸려 바람에 청아한 풍경 소리.
대적광전(大寂光殿)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마치 장난스런 수인(手印, 손의 모양)의 비로나자불이 좌정하여 앉아 있다. 이 동작은 두 손으로 각각 금강경을 만들고, 왼손의 집게손가락을 펴서 바른 주먹 속에 넣고, 바른 손의 엄지손가락과 왼손의 집게손가락을 마주 대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오른손은 불계를 표하고, 왼손은 중생계를 표하는 것으로서, 중생과 부처가 둘 아니라 하나라는 일체감을 상징한다고 한다.
홍천수타사 동종(銅鐘). 1670년(현종 11)에 제작된 조선 중기의 종이다. 양손에 기다란 연꽃 가지를 쥐고, 구름 위에 서 있는 보살입상들이 눈에 들어온다. 동행인 지우는 보통 동종에는 비천상(飛天像, 선녀들이 하늘을 날아오르는 모습)이 새겨져 있는데, 보살입상만 있는 것이 이채롭다고 했다. 또한 다른 종들은 몸통과 종을 거는 고리부분을 한꺼번에 주조하는데, 이 종은 따로 만들어 붙여 독특하다고 했다.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의 머리 형상을 띤 고리부분이 참으로 멋지고, 힘찬 느낌을 주었다.
고려 후기에 세워진 탑으로 추정되는 수타사 삼층석탑. 그러나 2층과 3층의 몸돌은 없어져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이 작은 석탑 하나가 세월의 무상함과 전란(戰亂)의 아픔을 동시에 전해주고 있었다.
홍천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로 유명해서인지, 스님들이 참선(參禪)하는 도량의 자리도 옥수암(玉水庵, 옥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암자)이라 이름을 지었다. 이곳은 스님들의 수도하고 생활하는 곳이라, 방해하고 싶지 않은 조심스런 객들은 발길을 돌려 내려왔다.
서울을 향해 되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으로 탐스럽게 붉게 익은 복숭아 같은 해[日]가 서산에 걸려 있었다. 그 모양새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놓칠 새라, 나는 차량 안에서 셔터를 눌렀다. 찰칵, 세상은 찰나(刹那: ksana, 아주 짧은 시간)의 멈춤을 멈추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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