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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지...

성심 |2009.11.24 14:34
조회 81 |추천 0

저는 검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30대 남성입니다.

몇해전 엄청 더운 여름에 있었던 일입니다.

아침부터 도장에 나가 청소해 놓고 앉아 있자니 관원도 얼마 안돼고

 앞으로 먹고 살일이 걱정입니다.

컴만 들여다 보다가 문득,

'이렇게 빈둥거릴게 아니라 전단지라도 뿌리자' 하는

기특한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도복을 벗고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전단지를 챙겨들고 나섰습니다.

도장근처에 있는 아파트단지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아싸 경비실에 아저씨가 없네요.

20층이 넘는 아파트를 계단으로만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하나하나 문에다 붙입니다.

너무 엉망으로 붙이면 항의가 들어오니 최대한 깔끔하게 붙여야 합니다.

그래도 이번에 뿌리는 아파트는 복도식이라 쉽습니다.

 

한참을 올라가다 11층쯤이었나...

창가에 서서 잠시 바람을 쐬고 있는데, 저만치서 경비아저씨가 내가 있는 동으로

오고 있습니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저는 알수 있었습니다.

지금 저 아저씨는 아파트에 전단지를 붙이고 있는 누군가를 잡으러 오는 것입니다.

원칙적으론 전단지는 불법광고물이죠.

헉...

엘리베이터가 올라옵니다.

저는 한층아래 계단으로 내려가서 잠시 기다렸습니다.

귀신같은 아저씨, 내가 11층에 있는줄 어떻게 알고 11층에서 내립니다.

계단밑에서 올려다 보니 경비아저씨 고개를 갸웃,

그것은 '어라, 이자식이 어디 갔지?' 이런 표정이네요.

아저씨는 위층으로 올라갑니다.

저는 살짝 다시 올라가서 11층에 멈춰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버렸지요.

그리고 근처 슈퍼가서 음료수하나 사서 마시면서 기다리니

경비아저씨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경비실로 들어가더군요.

다시 아파트로 들어가서 남은 층수를 다~ 뿌리고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전단지를 붙여서 꼭 도장에 관원이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안하고 앉아 있는 것보단 낫지요.

이렇게 해서 보람찬 하루였다,... 라고 이야기가 끝날 것 같으면

시작안했겠지요.

 

그날 오후에 도장에 아이들이 운동하러 오고...

내가 전단지를 뿌린 아파트에 사는 1학년 어린이가 저에게 와서는

" 관장님, 저 오늘 우리 아파트에서 우리 도장 이름이랑 전화번호 있는 종이 봤어요.."

" 그래? ( 그거 관장님이 뿌린거야,라고 말할 순 없죠 ) "

 

잠시동안 생글생글 웃으면서 저를 쳐다보던 그녀석,

" 그래서요.. 제가 그거 다~ 모았어요. "

 

허걱! ^^;;;;

  

그녀석은 ' 관장님! 저 잘했죠? ' 

이런 표정으로 저만 계속 쳐다보고 서 있고...

저는 망연자실, " 그래~? 하하하... 그랬구나... " 

 

에고~ 다리야...

차라리 오전에 잠이나 잘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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