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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파, 동인물같다는 평이 납득은 간다

갈매나무 |2009.12.04 18:51
조회 439 |추천 0

전편이 원작 TV 시리즈 초반부의 총집편에 가까웠다면 이번 편은 아예 새로운 이야기를 짜놨다. 인물들의 성격, 관계구도가 원작 팬으로서는 심한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변했고('나의 레이는 이렇지 않다능 ㅠㅠ' 레이 오덕들의 비명이 들리는 듯 하다) 인류보완계획을 중심으로 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남겨두고 내러티브의 상당한 변주가 있었다. 호기심을 자극했던 신 캐릭터의 비중은 생각보다 작았고 전체적인 내용과 약간 겉돌았다. 새로운 형태와 능력(?)을 가진 사도가 등장했다. 더불어 독특한 설정이 추가되었다. 사실 이 부분은 추가된 설정인지 원작에도 있는 설정인지 잘 모르겠다. 원작 시리즈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동인물 같다는 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납득이 간다. 기존 시리즈에서 주요인물의 성격묘사나 언행, 이야기 전개상 납득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동인지 그리는 사람들의 심정 내지는 취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그려졌다. 동인지 그리는 사람들이라고 특정은 했지만 사실 특정할 수 없을지도... 그건 내 생각과도 일치했기 때문이다(물론 나는 동인지는 커녕 팬픽도 써본 일이 없는 소위 라이트팬(?)축에 든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원작에서 '그래서 신지는 레이를 좋아하는 건가? 아스카를 좋아하는 건가?' '그래서 도대체 레이는 '인간다운' 마음을 갖게 된거냐?' '아스카의 심리는 대체 뭐야?' '도대체 저 상황에서 왜 저렇게 말하고 저렇게 생각하는거야?' '아스카의 미치광이같은 집착과 자존감은 납득이 안돼!' 하는 부분들... "나는 그런 것들 조차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팬들도 있겠지만, 나는 여러차례 반복해서 보아도 스스로를 납득시킬 만한 수준의 해명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극장판은... 소위 '네타바레'가 될테니 언급이 조심스럽지만, 딱 한가지만 이야기하자면, 손에 반창고를 잔뜩 감아가며 '신지와 겐도우의 따뜻한 관계의 회복(혹은 형성?)'을 위해 요리를 준비하는 레이...그런 레이 따위를...ㅠㅠ 나도 별 수 없는 오타쿠인지 충격적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청년은 피식 웃더만... 스텝롤이 끝날때까지 자리에서 꼼짝도 안할 걸 보면 그 청년(?)도 기존 시리즈의 팬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그래서 불만스럽거나 흥미롭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대단히 재미있었고 길지 않은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야기를 알차게 담아낸 듯 하여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건 예전의 스타일이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나 가이낙스이고 역시나 안노 히데아키인지 추측조차 불가능한 갖은 떡밥을 마음껏 뿌려댔기에 그걸 고스란히 입에 물어버린 나로서는 다음편을 보지 않을 수 없을 듯 하다. 떡밥으로 차회 관람을 강요, 아니 협박당했다.

 

TV 시리즈와 중복되는 장면에서 상당한 개선이 있었다. 디테일한 부분이 보강되었는가 하면 약간의 패러디로 웃음을 줄 수 있는 요소도 있었다. CG도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에 쓰이는 CG의 경우 보는 입장에서는 CG 그 자체가 얼마나 화려하고 정교한지 여부 보다는 얼마나 애니메이션 그 자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는가에 신경이 쓰이는데, 지난편과 마찬가지로 위화감없이 잘 녹아들도록 연출된 것 같다. 어쨌거나 다음편, 정말 기대된다.

 

관람석이 텅텅 비어 있었다. 학수고대 하던 팬들이야 이미 시사회든 일본 현지 개봉관이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관람했다고 보이고, 아동물이 아닌 이상에야 몇몇 예외적인 흥행을 거뒀던 작품들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은 아직 이정도라고 생각된다. 아니면 에반게리온 자체가 (인지도 면에서) 상당히 대중적이면서도 동시에 매니악하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할지도.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것은 굉장히 오랜만인데, 스텝롤 올라오면 바로 자리를 뜨는 지배적인 풍조가 지난 몇년 사이에 갑자기 바뀐것이 아니라면, 나와 같은 시간에 관람한 소수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작정하고(?) 보러 온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미사토의 '써비스 써비스~'하는 말로 완전히 끝맺음을 할때까지 모두가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스크린을 주시한걸 보면... 직원이 영화 끝났다고 출구도 달려갔는데 아무도 나오질 않으니 상영관과 바깥을 왔다갔다 하며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buckthorns.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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